여천NCC, 1500억 지원 두고 DL '몽니'에 ‘부도위기’ 직면

추가 지원하자는 ‘한화’…경영 파악 먼저라고 버티는 DL 이달 3,100억원 채무 못 갚으면 디폴트 위기

2025-08-09     박주환 기자
전남 여수 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 정문(사진=연합뉴스)

한화그룹과 DL그룹이 합작 설립한 여천NCC가 운영 자금 부족에 따라 이달 말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한화그룹은 자금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DL그룹이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어 회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9일 석유화학업계와 IB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따른 적자와 재무구조 악화로 이달 갚아야 할 3,100억원의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회사채 발행과 대출도 불가능해진 만큼, 오는 21일까지 자체적으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천NCC는 1999년 4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한화솔루션(옛 한화석유화학)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이 지분 50%씩을 보유하고 있다.

여천NCC는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이지만 지난 2020년 중국발 공급과잉이 본격화하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3,477억원, 2023년 2,402억원, 2024년 2,3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이날부터 전남 여수 3공장도 가동이 중단됐다. 

한화그룹은 추가 지원을 통해서라도 여천NCC의 디폴트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생산량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여천NCC를 회생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여천NCC에 대한 1,5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대여를 승인했다.

반면 DL그룹은 추가 지원을 아직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 계약에 따라 증자 또는 자금 대여는 한쪽 주주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다. 한화그룹은 여천NCC 이사진 중 DL이 지명한 이사들이 자금지원을 반대하면 1,500억원 지원도 어렵다고 주장한다. 

한화그룹은 “주주사들이 각각 1,500억원씩 자금을 지원하고, 산업은행 외화 보증 재개 및 자산 유동화 담보대출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8월 디폴트 위험을 피하고 연말까지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DL도 여천 NCC 주주사로서 신속하게 의사 결정해 정상화에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DL그룹 측은 자금지원 거부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DL그룹은 올해 초 여천NCC의 시황 악화를 고려해 한화그룹과 함께 각각 1,000억원 증자를 했는데 3개월 후 여천NCC가 1,500억원 증자(또는 대여)를 추가로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DL그룹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한화그룹과 공동 TFT를 구성, 경영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DL그룹은 “대주주의 책임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여천NCC의 정확한 경영 상황 판단도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지원하기 전에 현금 흐름은 왜 안 좋아진 것인지, 자구책은 얼마나 실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