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인상 진짜 의도는?…트럼프 밑그림 봐야 한국 대응전략 나온다

AI 제조국가·금융 패권 노리는 미국 전략속 한국의 기회 어디에 트럼프 관세인상, 글로벌 AI제조 표준구축 장기전략의 일환?

2025-08-11     김희연 기업전략 컨설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 15%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8월 7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관세 인상 뒤 물밑 그림은 없을까?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한 글로벌 관세 인상 정책을 두고 논쟁이 거세다. 중국산 제품에 60%, 멕시코·캐나다산에 각각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었고, 한국은 비교적 협상을 잘 마무리한 편으로 평가되지만 여전히 긴장은 남아 있다. 관세 인상은 일반적으로 소비자 물가는 상승하고 지갑은 얇아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다. 실제로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이 체감된다는 말도 많다. 최근 미국을 다녀온 지인도 외식조차 부담될 만큼 물가가 높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져 나온다. “이러다 미국 소비가 붕괴된다”, “보호무역은 부메랑이 될 것이다”, “블루칼라 표심용 근시안적 전략일 뿐이다”.

익숙한 부정적 프레임을 벗어나 '혹시 다른 의도나 포석은 없을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드러난 퍼즐 조각들을 다른 각도에서 연결해보았다. 전혀 다른 관점을 갖는 것이 플랜 B, C를 만들어 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관세 정책을 다른 각도에서 보니, 의외의 그림이 그려진다. 소비 위축, 무역 마찰 등 부작용이 두드러지지만, 만약 이 정책이 ‘지갑이 얇아진다’기보다는 ‘지갑 자체가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프레임은 달라진다. 즉, 물가 상승을 감수해서라도 고용 기반을 지키거나 재편하려는 포석일 수 있다. 무슨 소리냐고? 다음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전혀 다른 관점으로 현 상황을 해석해 보았다. 관점의 차이가 우리 측 플랜B, C를 준비하는 시작이 되길 바래서다.

제조업의 귀환과 해고되는 화이트 칼라 엔지니어의 연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2025년 상반기 기준 미국 제조업 고용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과 배터리 산업 등에서의 투자와 고용 확대는 해당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관련 공급망까지도 재편 중이다. 한국 기업들도 이 흐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삼성은 텍사스 테일러에 170억 달러 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며,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현대차그룹 등도 공격적으로 미국 내 제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전부 관세 회피 목적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일부 기업은 미국의 제조 생태계 안으로 통합되어 장기적 안착을 꾀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제조 기반의 재편을 뜻하기도 한다.

필자는 얼마 전 완전 자동화된 스마트 물류 공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과거 남성 노동자들이 무거운 화물을 나르던 그 공간에서의 변화가 지능화된 제조 공장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예전에 남성들이 하던 무거운 물류 처리는 로봇이 하고, 섬세한 소규모 작업은 여성 인력으로 대체되었다. 그래서 인력 규모는 많이 축소되었지만, 인건비는 기대만큼 줄지 않았다고 한다. 자동화한 기계를 다루는 고임금 전문 인력이 힘센 남성 인력 다수를 대체했기 때문이다. 자동화 시스템 운영자, 센서 오류 조율 기술자 등 육체노동과 인력 규모가 줄었지만 대체할 기술 인력은 여전히 필요했고, 오히려 더 높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

막연하게 제조 AI 시대에 제조업 인력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고임금의 영역이 생겨나고 노동시장이 이원화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AI를 만든 코딩 엔지니어들의 해고가 이어지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의 표현대로 미래에 적합하지 않은 인력은 이익에도 불구하고 해고할 수밖에 없고, 줄어든 비용으로 미래 재투자에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게 될까? 어쩌면 이들이 이동할 곳은 다시 공장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제조 현장에 AI를 적용하며, 반도체와 로봇칩을 산업에 통합하는 새로운 고숙련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는 아니겠지만, 일부 화이트칼라는 ‘공장으로 귀환’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으로 들어온 제조 기업들이 미국의 소프트 AI 기술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제조 AI 인력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AI 제조국가로의 전환 가능성?

미국이 소프트웨어 기반 AI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향후 패권 경쟁의 다음 무대는 제조 AI일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 운영 알고리즘, 산업용 AI 반도체, 로봇 제어 기술 등의 분야가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테슬라, 아마존, 애플 등은 자국 내 운영 방식 자체가 제조 방식의 ‘글로벌 표준’이 되도록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는 이제 전 세계 자동차 공장에서 벤치마크가 됐고,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는 물류 자동화의 글로벌 표준이 됐다. 애플의 생산 시스템은 정밀 제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 기업이 설계하고, 미국 소프트웨어가 돌리며, 미국 표준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제조업이 미국에 돌아온다고 해서 예전의 굴뚝 공장이 미래인 것은 아니다.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가 되고, 그 운영체제는 미국이 만든다.

물론 종합적인 제조 AI 경쟁력은 중국이 앞서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소프트 AI와 피지컬 AI 기술 및 제조 생태계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미국은 제조가 미국 땅으로 들어오는 것을 원할 수밖에 없다. 제조 경쟁력이 강한 한국, 일본, 독일, 대만과 제휴도 좋지만, 국가 간 제휴보다 한 나라에서 일사분란해야 속도가 더 빨리 날 것이기 때문이다. 리쇼어링 정책, 제조 AI화 그 다음은 무엇일까? 필자는 공장을 AI화한 뒤 그 모델을 전 세계에 수출하는 것으로 본다. 단기 지갑 타격을 감수하고 장기 지갑 증식을 노리는 전략이다.

금융 패권의 재설계

최근 추진되고 있는 Genius Act(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는 ‘지니어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스테이블코인을 국가가 공인하고, 그 자산을 미국 국채로 뒷받침하는 구조로 설계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디지털 금융 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다시 조정하고, 동시에 국채 수요도 확대하는, 이중의 전략이다. 디지털 달러 체계를 구축해 전 세계의 달러 통용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1,400억 달러 규모의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이 모두 미국 국채로 뒷받침된다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국채 수요처를 확보하게 된다.

중국이 아무리 물건을 잘 만들어도 글로벌 결제는 미래에도 여전히 미국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면? 심지어 스테이블 코인은 중국 정부에서 통제가 어려운 영역이 된다. 제조 AI 운영 플랫폼, 공장용 AI 반도체, 산업 현장 최적화 알고리즘, 그리고 이 모든 하부 구조에 흘러가는 디지털 결제 구조가 미국 스테이블 코인이 되는 것이다.

한국의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중국은 분명 제조 AI에서 앞서 있다. 비야드(BYD) 공장은 28초마다 전기차 1대를 생산하고, 전 세계 산업로봇의 52%가 중국에 설치돼 있다. DJI 드론과 로보택시 실용화 등 물리적 AI 생태계도 탄탄하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결제 시스템, 반도체 설계 및 제조장비, AI 모델의 글로벌 표준화에서는 여전히 미국에 뒤져 있다.

한중미 간 제조 AI와 디지털 금융 역학이 모두 급변하는 가운데, 한국은 중요한 전략적 기로에 서 있다. 제조 기술과 반도체 등 핵심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은 다음 세 가지 방향에서 포지셔닝을 고려해야 한다.

첫번째, 제조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십 확보다. 삼성의 팹 운영, SK하이닉스의 HBM3E 메모리, 현대차의 자율주행 및 전기차 역량을 통합적으로 미국 생태계 안에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두번째, 피지컬 AI 독립 생태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로보틱스·물류·정밀 제조 AI 분야에서 자체 기술 확보와 규제적 유연성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

세번째, 디지털 금융과의 연계를 확장해야 한다. 디지털 원화와 스테이블코인의 상호 운용성 확보 및 K-핀테크의 아시아 시장 동맹 확대 등을 통해 생태계 구축형 참여국으로 전환해야 한다.

프레임을 바꾸면 다른 시각이 열린다

프레임을 바꿔보니, 기존의 ‘관세→물가 상승→소비 위축→경제 악화’ 프레임으로는 트럼프의 진짜 의도를 읽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관세 → 제조 회귀 → AI화 → 고숙련 일자리 → 글로벌 제조 표준 구축’이라는 장기 전략적 경로로 본다면, 다른 해석이 가능해진다. 일자리를 잃고 지갑이 사라지는 것과 물가가 오르지만 일자리는 유지하는, 혹은 장기적으로는 지갑이 두터워지는 것 사이에서, 트럼프는 후자를 택한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국을 다시 ‘설계하는 나라’로 만들려 하고 있다면?

이런 프레임 전환은 복합적인 정책의 다면성을 읽고 대응 가능 전략을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은 격변기다. 이 바둑판에서 우리가 읽은 수가 우리의 미래 좌표를 결정할 것이다. 만약 관세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신산업 기반을 위한 포석이고, AI로 인한 해고가 전체 일자리 축소가 아닌 구조 전환이라면, 우리는 이 격변기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김희연은 기업전략 컨설턴트다. 씨티은행에서 출발,  현대·굿모닝·신한·노무라 증권의 IT애널리스트를거쳐 2008년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증권· IT·제조 분야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에선 여성 최초로 사업개발·전략·IR·투자 및 신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랐다. 지난해 퇴임뒤엔 AI 콘텐츠 융합 및 AI 시대 기업 전략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뉴스버스에 AI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다. AI시대 기업과 직장인이 갖추어야 할 '필수 역량'을 담은  저서 <공감지능시대: 차가운 AI보다 따뜻한 당신이 이긴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