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나토)목걸이 모조품 구매해 어머니 선물…빌려 찬 것"
김건희 출석 때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끼쳐 죄송" 김건희, 주요 혐의 전부 부인…특검, 이르면 7일 구속영장 청구 7시간 조사→조서 열람, 심야조사 없이 귀가 [7일 오전 7시 10분 일부 내용 추가]
김건희씨가 6일 김씨의 공천개입 등을 포함한 여러 의혹을 수사 중 인 민중기 특검에 출석,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이날 조사에서 주요 혐의를 전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혐의 부인에 따라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이르면 7일 김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일단 김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추가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한 차례 더 소환 가능성도 있다.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 11분쯤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나와 11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뒤 저녁 8시 56분쯤 귀가했다. 10시간 45분 만이다.
김씨는 귀가 과정에서 취재진이 "어떤 점을 소명했느냐"고 물었으나 답변없이 특검 사무실을 떠났다.
특검 조사에선 부장검사급이 투입돼 미리 준비한 신문 사항을 중심으로 김씨를 추궁했고, 김씨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입회했다. 김씨 측이 영상 기록에 동의하지 않아 조사 과정은 영상 녹화 없이 이뤄졌다. 검사 신문은 오후 5시46분까지 이어졌고, 김씨는 이후 조서를 열람하며 진술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에서 김씨는 진술을 거부하지는 않았으나 혐의를 부인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 의혹에 대해선 "서울대 석사 과정 중이라 주식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공천개입 혐의에 대해선 "힘 없는 사람에게 자꾸 연락이 와 대통령실이 끊어냈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건진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현안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는 "명품을 받은 사실이 없고, 전씨와 연락한 '건희2' 휴대전화는 행정관이 사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2022년 나토(NATO) 정상회의 순방 동행 때 찼던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를 재산신고하지 않은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2010년쯤 모조품을 구매해 어머니에게 선물한 것이고, 이를 가끔 빌려 찼다"는 취지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씨는 이날 오전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청사 2층 취재진 포토라인 앞에 서서 "국민 여러분께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수사 잘 받고 나오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저같이 아무 것도 아닌 사람' 이란 김씨의 표현은 공천 등에 개입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드러내려는 의도에서 나온 '준비된 멘트'로 해석됐다. 김씨가 설정 범위가 '대통령과 동급'인 비화폰을 사용했고, 지난해 9월 마포대교를 현장 시찰하며 지시하는 모습을 보였고, 지난해 주가조작·명품백 조사 땐 검찰을 경호처 건물로 불러 '황제 조사'를 받았던 점 등을 감안하면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표현은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동떨어진 얘기다.
김씨는 "국민에게 더 할 말은 없나", "명품 목걸이와 명품백은 왜 받은 건가", "해외 순방에 가짜 목걸이를 차고 간 이유가 있나", "도이치 주가조작을 미리 알고 있었나" 등 이어진 취재진 질문에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이날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건진법사 청탁 의혹 등의 순서로 조사했다.
김씨는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석열과 달리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비교적 순조롭게 조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홍주 특검보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저희는 피의자로 호칭하며 조사하고 있다”면서 “피의자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9∼2012년 발생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돈을 대는 '전주'(錢主) 역할을 하는 등 주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으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 9명이 기소돼 대법원에서 전원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법원은 김씨 계좌 3개와 모친 최은순씨의 계좌 1개가 시세조정에 동원됐다고 판결문에서 밝힌 바 있다.
김씨는 또 2022년 재·보궐선거와 작년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혐의, 2022년 4∼8월 건진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통일교 현안 청탁과 함께 대가성 금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팀이 김씨에게 보낸 출석요구서에는 2022년 6월 윤석열의 나토(NATO) 정상회의 순방 당시 동행해 스페인 동포간담회 때 착용한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를 재산 신고 내역에서 뺀 혐의 등도 기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삼부토건 주가조작 개입 의혹,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양평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등도 조사 내용에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