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대변인 공용폰 포렌식, 언론자유와 무슨 상관인가
대변인은 기자 아닌, 취재 대상 기관을 대변하는 소통 창구 공용폰 압수 적법절차 문제는 언론 자유와 무관 대변인 공용폰 포렌식 절차 문제 있으면 취재 보도할 일
대검찰청 감찰부의 대변인 공용휴대폰 압수를 두고 대검찰청 출입기자단이 검찰총장을 찾아가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기자들이 가로막아 검찰총장이 예정된 업무 일정에 차질을 빚는 물리적인 충돌까지 발생했다.
비슷한 시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한 공수처에 집단 항의했다. 이들의 항의는 "대검 대변인 공용폰 압수 및 포렌식 조사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기자들의 ‘대변인 공용폰 압수=언론자유 침해’라는 주장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모순점도 많다. 막연하게 '언론 자유 침해'라고 할 뿐, 어떤 부분이 언론 자유 침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일보 11월 8일자 사설 역시 아무런 근거도 대지 않고 대뜸 "언론 자유 침해의 소지도 크다"고만 한다.
대변인 공용폰이 언론 소통용이기 때문에 '언론 자유 침해'라고 한다면, 대변인을 언론인으로 아는 대단한 착각이다. 기관의 대변인은 기자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기관과 언론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기관이 내세운 기관의 대변인일 뿐이다. 기자들이 소통 창구 없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언론 편의보다는 기관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게 기관의 대변인이다. 결코 기자나 내부 고발자가 아니다.
권력자를 대변하는 대변인이 권력 남용 범죄에 가담한 의심을 받고 수사 대상인 상황에서 대변인 폰은 압수 대상이 되면 안 되는 건가? 대검 대변인의 성격은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대변인이 듯, 기관인 검찰총장의 대변인이다.
문제는 대검 감찰부가 감찰을 내세워 대변인 공용폰에 대해 임의제출 방식으로 사용자 참관 없이 포렌식 절차를 밟았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 문제의식을 느낀다면 기자들이 맹렬하게 취재하고 송곳 같은 보도로 국민에게 알리면 그만이다. 각 언론사 법조팀장들이 당사자 처럼 떼로 몰려가, 검찰총장을 막아설 일은 아닌 듯 하다.
1. 대검 감찰부의 대변인 공용폰 압수의 필요성
대검 감찰부가 대검 대변인 공용폰을 압수해 포렌식한 이유는 뉴스버스가 보도한 ‘고발 사주’와 세계일보가 보도한 ‘검찰총장 장모 대응 문건’ 의혹에 대검 대변인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먼저 ‘고발 사주’와 관련해 지난 9월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해 4월 3일 "보도된 내용이 당일 전달된 고발장에 들어가 있는 게 말이 되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지난해 4월 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이 선대위 부위원장이었던 조성은씨에게 범여권 정치인과 기자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는 고발장을 전달했는데, 당일 보도된 내용이 당일 전달된 고발장에 포함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검찰과 관련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보면, 고발장 작성자가 특정됐는지는 불투명하지만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움직이고, 고발장이 손준성 검사를 거쳐 김웅 의원에게 전달된 건 분명하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이던 시절,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한 수사정보정책관실 조직과 수사정보정책관이 관련됐다는 점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또 고발장 관련 자료들이 준비된 시점은 '손준성 보냄'의 고발장이 김웅 의원을 거쳐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이던 조성은씨에게 전달된 4월 3일 이전 부터다. 뉴스버스가 확보한 고발장 증거자료로 첨부된 페이스북 캡처 파일 가운데는 지난해 4월 2일 캡처된 자료들도 포함돼 있다.
특히 '고발 사주' 계기였던 지난해 3월 31일 MBC의 검언유착 비리 보도가 나온 직후 부터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손준성 검사, 검언유착의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또 다른 개인 참모 권순정 대변인 등 3명은 고발장 전송 전날까지 모두 128회의 단체 카톡대화를 했다. 세 사람의 단체 카톡방에서 보도당일인 3월 31일은 53회, 4월 1일 45회, 4월 2일 30회의 대화가 오갔다. 전부 확인된 사실이다.
‘장모 대응 문건’도 마찬가지다. 해당 문건은 윤석열 후보의 장모 최모씨와 대립한 인물들이 어떤 형사처벌을 받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춰 작성돼 있다. 사건 관계자의 실명과 서로의 관계에 대한 개인정보까지 담겨있다. 검찰총장의 장모이지만, 법적인 대응을 하려면 개인적으로 해야지, 대검 조직이 나설 일이 아니란건 상식이다.
윤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지난 9월 15일 한겨레신문에 “문건 내용상 검찰 소관부서에서 언론 또는 국회 대응을 위해 기초적 사실관계를 정리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검찰총장에게 개별적으로 보고할 필요가 없는 통상 업무”라고 주장했다. 당시 대변인인 권순정 검사도 “통상적인 공보업무”라고 주장했다.
대검이 검찰총장의 '흥신소'가 아닌바에야, 검찰총장 장모 관련 형사문제 대응과 상대방에 대한 정보 수집을 어떻게 대검의 통상업무라고 강변할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대응 문건'이라는 문건 이름 자체로도 위법성 소지를 드러내고 있다.
설령 수사 정보 차원에서 수집했다고 하더라도, 수사 정보 업무를 위한 것이지 대응이나 대변인이 언론 보도에 활용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자신의 가족과 장모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고발을 사주하고 일반인을 사찰한 것 아니냐는 게 대검 감찰과 공수처 수사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개입이 명백하게 의심되는 당시 대검 대변인과 휴대폰이 수사 대상이다.
감찰과 수사 과정에서 위법 소지가 있다면 이는 별개의 문제일 뿐이다.
2. '절차적 문제' 취재 보도의 영역…언론자유와 관계 없어
지난 9일 대검 기자단 소속 출입기자 18명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집무실을 찾아가 “기자들과 소통하는 대변인 공용폰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대변인 공용폰 압수가 언론의 취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 언론의 취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인지에 대한 근거는 대지 않고 있다. 10일 대검 기자단이 대검 감찰부에 해명을 요구한 사항을 살펴봐도 언론자유 침해와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미디어스 보도에 따르면, 대검 기자단은 공용폰 확보와 포렌식 과정에서의 위법성 논란, 공수처와의 사전 교감 여부 등을 해명하라는 것이다.
이번 대검 대변인 공용폰 압수가 부적절해 보이는 측면이 있어 보이는 지점은 분명 있다. 대검 대변인 공용폰을 압수해 포렌식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공수처가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해 자료를 받아간 상황이 시점상 미묘하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절차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수사해야 할 일을 대검 감찰부를 통해 편법적으로 휴대폰 포렌식을 하지 않았느냐는 부분이다. 이 점에서 대검 기자단의 문제 의식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라면 아무리 봐도 취재하고 보도할 사안이지, 항의하고 집단행동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해명을 요구한 내용 자체가 언론자유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소통 창구인 만큼 대변인이 기자들과 잦은 접촉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대변인은 언론과 불가근 불가원 관계다. 기관인 검찰총장의 권력 남용이 수사대상이고, 이 과정에 대변인도 참여자로서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수사 범주에 들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언론과 소통 창구라고 해서 수사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상식이다.
3. 언론자유 존재 이유는 국민 알권리
언론의 자유는 근본적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언론에 부여되는 취재·보도 자유의 기반도, 국가 검열로부터의 자유의 기반도 결국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것이다.
대검의 감찰과 공수처 수사에서 편법 위법 등의 문제가 있다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당연히 보도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모르는 '언론자유'를 명분 삼아 집단행동으로 대검 감찰부와 공수처를 압박하는 것은 검찰총장의 검찰권 사유화와 남용 의혹이 대상인 감찰과 수사를 지연시키고 방해하는 것과 다름없다. 국민의 알권리를 추구하는 기자들이 해야할 일은 아니다.
대장동 부패 게이트 중심에는 10년 법조팀장을 지낸 언론사 기자가 있고, 거물급 법조인들이 보호막을 형성한 것으로 의심 받고 있다. 소위 '검언 유착'의 의심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법조기자들은 사안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