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문명 전환의 AI시대, 중용의 도를 다시 묻다
신간 '경계를 넘어 통합을 보다' 에머슨 공자 노자 석가 예수의 통섭적 시각으로 AI시대 해석 'AI가 모든 지식에 접근이 가능한 시대, 인간은 뭘 알아야 하는가?' 27일까지 교보문고 인터넷사이트서 저자의 전자책 4권 50% 할인
'AI가 모든 지식에 접근이 가능한 시대, 인간은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지금까지 인간의 지적능력을 넘어서는 존재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AI가 등장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 “2045년에 특이점(Singularity)이 온다”고 예측 했다. 특이점은 AI가 인간의 지능을 완전히 능가하고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기인데, 현재의 AI 발전 속도를 보노라면 특이점은 현저히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이 되면 인간의 차별성은 무엇이 될까? AI가 전지적 존재가 되는 순간,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인간은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할까?
'경계를 넘어 통합을 보다' (서동석 지음,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는 AI시대가 던지는 철학적 물음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는 동서 철학의 통섭적 교훈을 통해 ‘자기 중심을 가진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에머슨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미국 철학자 랄프 왈도 에머슨을 '미국의 공자'라고 부른다. 에머슨의 “자기 안의 신성을 신뢰하라”와 공자의 “인(仁)으로 중심을 세우라”는 결국 같은 인간 본성의 회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저자가 번역한 에머슨의 <자연>은 BTS 리더 RM이 소개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전 철학이 현대 젊은 세대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책은 AI, 윤리, 정치, 종교, 교육, 문화 등 문명의 핵심 이슈들을 에머슨, 공자, 노자, 석가, 예수라는 5대 성현의 언어로 통섭적으로 해석한다. 성현들의 핵심 메시지는 “기술이 중심이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인간의 중심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며, 이 통찰을 ‘균형조율 프로그램’이라는 실천적 철학으로 구체화시킨다.
AI 시대에 인간으로서의 정신적 무게 중심을 잡는 연습법을 위해 저자는 ‘중용의 도(道)’를 제안한다. 많은 이들이 중용을 ‘적당히 중간을 택하는 것’이나 ‘소극적인 균형’으로 오해하지만, 공자의 중용은 세상의 기울임과 흐름 속에서 자기 안의 중심을 지키며 유연하게 조율하는 태도임을 설파한다. 그는 공자의 중용, 에머슨의 자기 신뢰, 석가의 중도, 노자의 무위지심을 연결하며, 혼란의 시대에 중심을 잃지 않는 핵심은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되, 흐름을 읽고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내면의 축’이라고 말한다. 결국 중용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삶의 순간마다 작동하는 실천의 기술이다. 이 점에서 김승호 작가는 자신의 책 <알면서 알지 못하는 것들>에서 중용을 일상의 맥락 안에서 풀어내고데, 그 내용이 저자의 중용과 맞닿아 있다.
"중용은 때를 알고 알맞게 행동함을 뜻한다."
파도에 흔들리는 배의 가운데 갑판이 중용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보수든 진보든 인간 존중과 공생의 의미를 실천하는 쪽에 서겠다는 기준이 중용이다. 그렇게 시대에 따라 사안에 따라 보수도 진보도 될 수 있는 게 중용이다. 모든 일마다 언제나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이라면 그건 중용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중용을 제대로 이해하면 이렇게 양극단을 자유롭게 오가도 마음에 걸릴 게 없다.
"중용을 지킨다는 건 들어갈 때와 나올 때를 이해하며 안다는 말과 동일하다."
경제 환경에 따라 긴축과 투자를 결정하는 일은 생존이라는 원칙에 근거한다. 결국 생존을 사이에 두고 긴축과 확대가 이뤄지는 것이다. 어린 자식을 감싸는 것은 아이의 옳은 성장을 위함이고 큰 자식을 엄히 다루는 것도 옳은 성장을 위함이다. 부정한 직원에게 냉정하고 성실한 직원에게 후한 것은 공정함이 원칙이란 뜻이다. 손님에게는 후하고 자신에게는 박한 것은 그것이 예의이기 때문이다. 중용을 이해하면 칭찬이나 비난이 같은 곳에서 나온 것임을 안다. 그러니 기뻐하고 들뜨거나 해치려 하거나 분노를 표현할 때가 아님을 안다. 마치 휴지에 붙은 불처럼 저절로 꺼져버릴 것을 알기에 다가설 때가 아닌 것이다.
"결국 중용이란 평범한 일상에 대한 평범한 선택이다”
중용의 개념이 확실히 들어오는가? 이 책은 중용의 철학을 단순한 명상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서 훈련 가능한 삶의 기술로 확장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히 사색하는 지식인이 아닌, ‘사유하는 실천가’로서의 현대인을 위한 도구인 셈이다. 기술과 윤리, 경쟁과 공존, 전통과 혁신이 충돌하는 시대, 우리는 끊임없이 조율하며 살아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중용은 ‘균형 잡힌 태도로 유연하게 살아가는 삶의 자세’다. 김승호의 말처럼, 균형 잡힌 태도를 가지려면 무엇이 나의 ‘균형추’인가를 아는 것이 먼저다. 그것이 분명해질 때, 우리는 변화 속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2045년 특이점을 향해 가속화하는 변화 속에서, 진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 무엇이 본질이고 추구할 방향인지를 끊임없이 묻는 태도를 가진 인간만이 미래의 주체임을 강조한다.
- 무엇을 아는가보다, 왜 아는가? 왜 하는가?
- 얼마나 빠른가보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 기술보다,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중용의 도, 인간 본성의 회복, 균형의 태도이다.
이 책은 결국 “인간 본성의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평범한 결론처럼 보이지만 그 결론은 오히려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절실한 ‘잊고 있던 정답’이다.
<경계를 넘어 통합을 보다>는 AI로 뒤덮인 미래에 인간이 살아남는 방법을 사유하게 할 뿐 아니라 실천적 철학이 어우러진 안내서다. 기술과 윤리, 철학과 실천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등불이 될 것이다.
“특이점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가의 시험대다.”
“인공지능이 알고 있는 모든 것보다, 당신이 왜 살아가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그 묵직한 메시지가 책장을 덮은 후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머문다.
이 책과 더불어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가 e-북으로 발행한 저저의 책 <어둠을 밝히는 지혜> <융합창의력과 인간교육> <나를 찾을 결심> 등 4권이 27일까지 교보문고 인터넷사이트에서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된다.
김희연은 기업전략 컨설턴트다. 씨티은행에서 출발, 현대·굿모닝·신한·노무라 증권의 IT애널리스트를거쳐 2008년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증권· IT·제조 분야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에선 여성 최초로 사업개발·전략·IR·투자 및 신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랐다. 지난해 퇴임뒤엔 AI 콘텐츠 융합 및 AI 시대 기업 전략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뉴스버스에 AI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AI시대 기업과 직장인들의 ‘생존법’을 담은 <공감지능시대: 차가운 AI보다 따뜻한 당신이 이긴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