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참사 모면 아찔한 순간…檢, 5호선 방화범 160명 살인미수 구속기소
순식간에 번지는 불길에 승객들 ‘혼비백산’ 검찰, 살인미수 혐의 추가해 구속기소
대형 인명참사로 이어질 뻔한 5호선 방화 현장 영상이 공개됐다.
25일 서울남부지검이 공개한 5호선 방화 영상에는 불이 붙는 순간부터 시민들이 대피하는 모습까지 긴박했던 화재 현장이 고스란히 담겼다.
방화범 원모(67)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2분쯤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 방향으로 운행 중인 열차 안에서 불을 질렀다.
영상 속 그는 지하철에 탑승한 평범한 승객처럼 보였지만 별안간 가방에서 휘발유를 꺼내 뚜껑을 열고 바닥에 뿌렸다.
이상함을 눈치챈 다른 승객들은 양 옆칸으로 황급히 피했다. 승객 중 몇 명은 도망치던 중 휘발유에 미끄러지기도 했다.
특히 한 임산부는 휘발유를 밟고 넘어졌는데 놓친 신발과 휴대폰을 줍지 않고 피신해 가까스로 불길에서 벗어났다.
승객들이 달아나던 순간 태연하게 쪼그려 앉은 원씨는 라이터를 꺼내 휘발유에 불을 붙였고, 화마는 순식간에 지하철 내부를 휘감았다.
승객들이 피신한 옆 칸에도 곧이어 검은 연기가 덮쳤지만 비상통화장치를 이용한 빠른 신고와 기관사의 재빠른 대처로 승객들은 열차의 문을 열고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이 화재로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고 129명은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중상자도 거의 없었다.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검은 원씨에게 적용된 현존전차방화치상,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에 승객 160명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해 이날 구속 기소했다.
앞서 경찰은 피해자를 33명으로 파악했지만, 검찰은 경찰·소방 신고내역과 구급일지 등을 전수조사해 인적사항이 확인된 총 160명을 살인미수 피해자로 특정했다.
만약 빠른 탈출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피해자로 특정된 160명은 물론, 당시 열차에 타고 있던 총 481명의 생명이 위협받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원씨는 자신에게 불리하게 나온 이혼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사회적 관심을 끌기 위해 지하철 범죄를 결심했다.
그는 범행 열흘 전인 5월 21일에 휘발유를 구입했으며, 범행 전날 오전 8시 58분부터 오후 5시 43분까지 지하철 1·2·4호선을 갈아타며 범행 기회를 물색하는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도 원씨는 정기예탁금·보험 공제계약을 해지하고 펀드를 환매하는 등 전 재산을 정리한 뒤 친족에게 송금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진단 검사에서는 해당 없음으로 결과가 나왔지만, 검찰은 인지적 경직성, 이분법적·자기중심적 사고 특성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