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뉴스] 5대은행 가계대출 증가속도 10개월 만에 최대…이달 6조 이상 늘듯
[2025년 6월 23일 뉴스버스 픽 경제뉴스] "정부부채 1% 늘면 소비자물가 0.15%↑…적자 땐 장기 高인플레" 국민 노후준비 수준 100점 만점에 70점…돈·건강·여가 모두 '빈부격차'
1. 가계대출 19일간 4조원↑, 작년 8월 최대 영끌 후 가장 빨라…통화정책 '발목'
최근 수도권 집값이 빠르게 오르고 코스피 지수도 3,000선을 넘어서면서 '영끌'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경고와 은행권의 대출 규제 강화 등에도 불구, 실제 대출 증가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져 이미 사상 최대 영끌 광풍이 불었던 작년 8∼9월 직전 수준에 이르렀다. 이 추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하반기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기도 어려워진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원으로, 5월 말(748조812억원)보다 3조9,937억원 늘었다. 하루 평균 약 2,102억원으로, 작년 8월(3,105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크다.
이 속도가 유지되면 이달 말까지 6조3,000억원 정도 가계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월간 증가 규모도 역대 최대였던 작년 8월(+9조6,259억원) 이후 최대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다만, 나머지 기간 각 은행의 가계대출 규제 정도나 분기 말 대출 채권 매·상각 등의 변수가 남아 있다.
일단 이달 일평균 증가액과 전체 월 예상 증가 폭은 작년 7월(하루 2,312억원·월 7조1,660억원)에 근접한 상태다. 지표 기준으로 현재 상황이 작년 8월 사상 최대 영끌 열풍이 불기 직전과 비슷하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대출 포함) 잔액이 596조6,471억원으로, 5월 말(593조6,616억원)과 비교해 19일 사이 2조9,855억원 늘었다. 월말까지 4조7,000억원 이상 불어 5월 증가 폭(+4조2,316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도 103조3,145억원에서 104조4,027억원으로 1조882억원 증가했다. 이미 하루 평균 증가액(573억원)이 5월(265억원)의 두 배를 웃돈다. 이 속도가 유지되면 월말까지 1조7,755억원 불어날 전망이다. 이는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무려 약 4년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은행권 신용대출 급증에는 주택 거래자금뿐 아니라 증시 투자자금 수요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가계대출 집행의 선행지표인 대출 신청·접수 최근 추이로 미뤄,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실행돼도 영끌이 급격히 줄어들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A은행에선 주택담보대출 신청(서류접수 후 심사 완료 기준) 건수와 금액이 올해 1월 4,888건, 1조1,581억원에서 5월 약 1.5 배인 7,495건, 1조7,830억원으로 뛰었다. 이달엔 19일까지 5,712건, 1조4,082억원의 신청이 이뤄져 건수로는 이미 지난달의 약 80%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가 전세와 매매 사이에서 고민하다 매매로 결정하고 7월 전 대출을 서두르거나, 전세를 살던 부부가 매매 계약 후 대출을 상담하는 경우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에 앞서 미리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받아두려는 수요도 많다"고 전했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은 일부 은행은 이미 수요 억제 조치에 들어갔다. NH농협은행은 24일부터 다른 은행에서 '갈아타기'로 넘어오는 대면·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막기로 했고, 앞서 18일에는 우대금리 조건을 까다롭게 바꿨다. SC제일은행은 1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50년에서 최장 30년으로 줄였다. 만기가 축소되면 DSR 계산식에 따라 결국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런 은행권의 규제 강화와 3단계 스트레스 DSR 실행 등이 영끌을 진정시킬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금리 하락기인 만큼 시중 유동성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고, 주택이나 주식 투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대출 금리를 웃돌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 어떤 조치로도 잠재적 영끌 수요를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 재정학회, 나라빚 1,300조원 "부채 확대→기대 인플레 자극→물가 상승"
정부 부채가 1% 늘어나면 소비자물가는 최대 0.15%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재정 적자 상태에서 확장적 정책을 쓰면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한국재정학회에 따르면 성균관대 경제학과 이준상 교수·장성우 연구원, 한국은행 이형석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이런 내용을 담은 '재정건전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재정학연구 5월에 게재했다.
연구 결과 정부부채·지출이 늘어나면 소비자물가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구체적으론 정부부채가 1.0% 늘어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최대 0.15% 상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재정적자일 때 이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 재정흑자 때 부채 확대는 일시적인 물가 상승에 그쳤지만, 재정적자 상황에서는 더 크고 장기적인 물가 상승이 유발됐다.
핵심 경로는 '기대 인플레이션'이었다. 정부가 과도한 지출을 하거나 부채를 늘리면 가계는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고, 이 기대가 실제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구자들은 "재정당국은 재정정책과 재정건전성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음을 고려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재정건전성 개선이 물가 안정에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경기 부진에 따른 위기감에 과감한 재정 투입을 결정한 이재명 정부가 물가 상승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정부가 19일 발표한 새정부 추경안에 따르면 올해 정부 지출이 673조3,000억원에서 702조원으로 늘어나면서 통합재정수지 적자도 59조6,000억원으로 불어난다. 국채를 19조8,000억원 추가 발행해 국가채무는 1,300조6,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이번 추경을 통해 13조2,000억원 규모의 현금성 소비쿠폰 지급과 29조원대 지역화폐 발행이 집중된 상황에서 올해 1∼2회로 전망되는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까지 중첩된다면 물가 상승 압력이 더 강해질 수 있다.
3. 1인가구·無배우자·농어촌 노후준비 더 취약…은퇴 후 예상 생활비 300만원
국내 30∼60대의 노후준비 수준은 100점 만점에 69.9점으로 평가됐다. 재정 역량은 물론 건강, 여가활동, 대인관계에서도 노후준비 수준의 빈부격차가 뚜렷했다.
2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4년 노후준비 실태조사 및 진단지표 세분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대인관계, 건강, 여가, 재무 4개 영역에서 측정한 국민의 노후준비 수준 점수는 5년 전 조사(67.5점) 때보다 2.4점 높아졌다. 작년 8∼9월 전국 30∼69세 성인 3,040명 대상으로 4개 영역 37개 지표를 토대로 면접 조사한 결과다.
영역별로는 건강이 74.5점으로 가장 높았고, 재무 67.6점, 대인관계 64.9점, 여가 60.3점 순이었다. 대인관계는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가족·친구·이웃 등이 있는지, 참석하는 모임이 몇 개인지 등의 문항으로 측정했다. 여가 점수는 취미·여가활동 참여 빈도나 만족도 등으로 평가했다. 35∼69세를 대상으로 했던 2019년 조사와 비교하면 5년 새 재무 점수는 7.3점 상승했으나 대인관계 점수는 오히려 2.4점 낮아졌다. 가족 형태의 변화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가구의 경제수준이 높을수록 전반적인 노후준비 수준이 높았다. 경제수준 '상' 그룹의 노후준비 점수는 73.4점, '중'은 70.7점, '하'는 67.8점이었다. 재무 영역에서 '상'(73.4점) 그룹과 '하'(64.6점) 그룹의 차이가 8.8점 벌어지는 것은 물론, 여가(상 64.4점·하 57.3점)와 대인관계(상 68.2점·하 63.4점), 건강(상 76.5점·하 73.1점)에서도 경제수준에 따른 격차가 있었다. 또 배우자가 있는 사람(71.0점)보다 없는 사람(65.6점), 다인 가구(70.8점)보다 1인 가구(65.0점), 대도시 거주자(72.1점)보다 농어촌 거주자(67.2점)의 노후준비 수준이 더 취약했다.
연령별로는 노후를 코앞에 뒀거나 이미 접어든 60대의 노후준비 수준이 66.9점으로 가장 낮고, 40대가 71.1점으로 가장 높았다. 응답자들이 예상한 소득활동 연령은 평균 66.5세까지였는데 60대의 경우 70.7세까지 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 수준은 평균 300만원이었고, 자신의 노후준비 수준에 대해선 10점 만점에 평균 5.28점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