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내 구조 개혁 못하면 중국의 하청국 될 것…국가 프로젝트 추진해야”
김용진 서강대 교수 "제조업·첨단기술 모든 분야 중국에 뒤처져" 한국 화장품 성공 사례 주목 '파운드리와 팹리스의 결합'이 핵심
중국의 산업 경쟁력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국가 단위의 프로젝트로 대응하지 않으면 3년 이내 중국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뉴스버스가 창간 4주년을 맞아 18일 전경련 컨퍼런스홀에서 개최한 <한국 경제의 성장과 혁신을 위한 과제- 이재명 정부에 바란다> 경제포럼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의 변화와 경쟁력 향상”이라며 “중국의 성장에 따른 충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는 이재명 정부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최근 7~8년 동안 원화 가치가 10% 넘게 떨어졌는데도 글로벌 수출 시장 점유율은 되레 3.2%에서 2.7%로 낮아졌다. 한국의 산업 경쟁력 약화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특히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한국은 대중(對中) 무역에서 비금속, 석유, 시멘트 등 꾸준히 흑자를 기록했던 천연자원 기반의 제조업이 2022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한때 한국이 우세했던 제조업 기술과 생산도 2024년부터 밀리기 시작했고, 컴퓨터 등 첨단 분야는 이미 2010년부터 뒤처졌다. AI(인공지능) 기반 산업 역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중국을 따라잡기 어려운 형국이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국가 단위 차원의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더 이상 국가 주도 성장 시대는 아니지만, 국가가 명확한 전략과 정책을 마련하고 민간이 실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가 총력을 기울이는 방식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화장품 산업의 성공 사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22%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한국 화장품은 과거 북미 뷰티 시장을 두고 각축했던 프랑스(16.3%)와 캐나다(13.5%)를 모두 따돌렸다.
이는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들의 생산 기술력과 중소 팹리스(개발 기업)의 아이디어가 유기적으로 결합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구조가 정착하면 파운드리 기업이 대량으로 제품을 만들어 내며 소재·부품·장비도 함께 발달하게 된다. 김 교수는 한국의 모든 산업 부문을 파운드리 팹리스 결합 구조로 전환하는 데 국가적인 프로젝트 개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 교수는 “반도체 파운드리가 실패한 것은 삼성전자라는 한 기업이 모든 것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 기업이 부품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다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파운드리 기업은 생산 서비스를 강화해야 하고, 그 위에 팹리스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그 밑에 소·부·장이 붙어야 한다”면서 “한국이 가진 모든 산업 구조를 이렇게 변화시켜야 한다. 이 구조로 바뀌지 않으면 중국을 이길만한 경쟁력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 제조업의 골든타임이 앞으로 3년 남았다고 생각한다"며 "이재명 정부에서 해내지 못하면 한국은 중국의 하청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