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투자 100조원도 부족…100조는 마중물 역할 정도”

김시호 교수 “한국 IT 폐쇄적…해외 투자 유입 환경 만들어야” 박시동 경제평론가 "AI부상시키려면 해외 투자 유치 중요" AI전문가, 10만 양병설 vs '한 명의 이순신'…팽팽한 논쟁

2025-06-18     박주환 기자
김시호 연세대 첨단융합공학부 교수가 18일 뉴스버스 경제포럼 종합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버스TV 캡처)

이재명 대통령이 AI(인공지능) 강국 도약을 위해 임기 5년간 국민·기업 100조원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1년에 20조원에 불과한 재원으로는 AI 강국으로 올라서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스버스가 창간4주년을 맞아 18일 전경련 컨퍼런스홀에서 개최한 <한국 경제의 성장과 혁신을 위한 과제- 이재명 정부에 바란다> 경제포럼에서 주제발표자인 김시호 연세대 첨단융합공학부 교수는 “정부의 AI 100조원 투자는 민간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일 뿐"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김 교수의 발언은 토론자로 나선 고재학 뉴스버스 고문의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고 고문은 토론에서 “대통령 임기 동안 100조원 투자가 많은 듯해도 사실 연간 20조원에 불과하다"며 "아마존, MS 등 미국 빅테크의 경우 한 회사가 100조원, 200조원씩 투자를 하는데, 연간 20조원의 예산으로 산업구조의 개혁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문제 제기했다. 

이에 김 교수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정부의 100조원은 재정의 역할에서 필요한 투자고, 그 다음 국내 민간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국내외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해선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AI나 IT 부문에서 한국처럼 폐쇄적인 국가가 없다. 지도 반출을 못해 한국에선 구글맵을 사용할 수 없고, 얼마 전까지도 알리페이로 결제를 못했다"면서  “이런 폐쇄적인 시스템에서 해외 투자를 기대하는 건 말이 안 되므로 개방형 시스템으로 가야 하고,100조원은 그런 여건을 만드는 투자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오라클·MS·구글·오픈AI 등 수십조원 투자 받으며 AI 성장

종합토론에 참여했던 박시동 골디락스 금융경제연구소장도 이재명 대통령의 AI 공약 성공을 위해서는 해외 투자 유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한국이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는 동안 일본이 부상했고, 이로 인해 일본의 AI 기술이 크게 발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에 따르면 일본에 투자를 결정하거나 이미 투자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아마존(20조원) ▲오라클(11조원) ▲메타(6조원) ▲마이크로소프트(4조원) ▲구글(2조원) 등으로 총 투자금액만 40조~50조원에 이른다. 특히 오픈AI는 아시아의 ‘헤드쿼터(headquarters)’로 일본을 지목했으며, 이로 인해 관련 LLM(대규모 언어 모델)이 잇달아 출시되는 중이라고 한다. 박 소장은 “한국의 외국인 투자 글로벌 순위는 대략 17위 정도"라며 "전쟁 중인 러시아나 물가가 불안한 아르헨티나보다도 못하다"고 덧붙였다.

18일 뉴스버스 경제포럼 종합토론에서 김판건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버스TV 캡처)

이날 김 교수는 AI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했다. "중국의 경우 매년 이공계 500만명, 컴퓨터 전공 100만명의 대학 졸업생이 나오고 있는데, 한국의 ‘AI인재 10만 양병설’ 은 이를 따라잡기 위한 최소한의 대응일 뿐"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국은 직접 수많은 인력을 배출하고, 미국은 우수한 과학자를 메이저리그처럼 이민으로 받아들인다. 10만명은 많은 수가 아니다”면서 “축구로 예를 들면 1만명을 키워 그 중 손흥민 같은 선수 2명이 나오면 굉장히 성공한 것이다. 핵심이 되는 인재는 그렇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AI에서도 스타플레이어가 나오고 많은 인재들이 흐르고 넘쳐야 외국인들도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 할 것”이라며 “한국에 인재가 있어야 투자도 촉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순히 많은 전문가를 키워내는 정책은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인력을 줄이는 추세로 변하고 있는 만큼 산업을 제대로 이끌 AI 핵심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론 패널인 김판건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는 “최근 부상하는 기업들 대부분 직원이 100명 이하다. 마이클 트루엘(Michael Truell)은 21살에 MIT를 중퇴하고 1년 만에 AI 기반 코드 편집기 커서(Cursor)를 개발했는데 이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이 55명”이라며 “요즘 AI 기업들이 다 이렇고 최근 2년간 빅테크 기업들에서 30만명의 직원이 사라졌다”고 반론했다.

그는 이어 “10만명을 양성해 나중에 어떻게 하려는지 걱정된다"면서 "한 명의 이순신, 김연아, 박세리 같은 인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