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업계에 탄소 감축 바람…탄소중립 R&D∙설비투자 활발
온실가스 배출 많은 시멘트 산업…탄소 감축 기술 개발에 사활
국내 시멘트 업계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 회사들은 국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부응해 ‘시멘트 그린뉴딜 위원회’를 구성했고, 각 시멘트 제조사별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 또한 ‘탄소중립 산업 핵심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에 대한 탄소배출 감축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시멘트 분야에서는 ①클링커 사용량 저감을 위한 혼합재 증대 ②유연탄 감소 폐합성수지 사용량 증대 ③석회석 대체 비탄산염 원료 사용 ④이산화탄소 반응경화 시멘트(CCU) 등이 탄소배출 감축 R&D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시멘트 1톤 제조 때 738kg의 CO₂ 배출…탄소 배출 적은 원료 사용이 관건
시멘트 업계의 탄소 감축은 원료와 연료를 대체하는 전략이 핵심이다. 석회석 원료를 고로슬래그나 제강슬래그 같은 산업 부산물로 대체해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고, 화석 연료를 폐플라스틱∙바이오매스∙수소 등 대체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멘트 1톤당 약 738kg의 CO₂가 배출되는데, 이 중 67%는 원료의 주성분인 탄산칼슘(CaCO₃)의 분해로 발생하고 27%는 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다. 즉 시멘트 제조 때 배출되는 CO₂의 약 94%가 예열실과 소성로에서 원료를 고온으로 가열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나머지 6%는 원료 채광과 운송, 클링커 분쇄에 소요되는 전력 사용 등에 의해 배출된다. 따라서 시멘트 산업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탄소 배출이 적은 원료 및 연료의 사용과 함께 저탄소 전력의 활용이 중요하다.
‘실크로드시앤티’의 혼화제를 통한 성공적인 탄소 배출 감축
42년 업력의 실크로드시앤티(대표 박혁호·정원배)는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인 콘크리트용 화학 혼화제 전문 중견기업이다. 혼화제는 콘크리트의 내구성과 강도를 높여주는 필수 첨가제로, 실크로드시앤티는 3세대 혼화제인 PCE에 이어 EPEG(Epoxy-Polyethylene Glycol) 신소재를 적용한 차세대 혼화제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혼화제 주원료인 EOA(Ethylene Oxide Adduct)를 비닐계 VPEG(Vinyl-Polyethylene Glycol)에서 에폭시계 EPEG 신소재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EPEG가 적용된 혼화제는 기존 혼화제 대비 물 사용량을 10% 줄여 압축 강도를 10% 이상 향상시키고, 시공성을 높인다. 또 콘크리트가 굳기 전 점성을 개선해 복잡한 형상을 만들거나 좁은 공간에서 작업할 때 용이하다. 롯데건설, 롯데케미칼과 2년에 걸친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된 이 혼화제는 올해 하반기부터 롯데건설의 모든 현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역시 실크로드시앤티가 개발한 '다양의 미립분 함유 골재용 초고감수율 혼화제(UHP)'도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혼화제를 첨가하면 시멘트를 적게 사용해도 콘크리트 강도가 증가하지만, 기존 혼화제의 경우 감수율이 20%가 넘어가면 콘크리트 제조 때 재료들이 분리되거나 점성이 너무 높아져 오히려 작업에 방해가 됐다. 반면 실크로드시앤티가 개발한 UHP는 25~30% 감수율에도 양질의 콘크리트 제조가 가능하다. 토분 등이 섞인 산림 및 선별 파쇄 골재뿐 아니라 0.08mm 이하의 미분이 함유된 바다골재 등 저 품질 골재에 대응할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탄소 배출량을 크게 낮춘 친환경 혼화제라는 점이 특징이다. 실크로드시앤티 관계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저품질 골재가 증가하고 있고, 골재 상황이 매번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혼화제를 사용하다 보니 유동성을 맞추기 위해 (시공 과정에서) 물이 추가돼 안전에 위협을 받아왔다”며 “하지만 높은 감수율로 이런 골재에도 건물이 안전하게 지어질 수 있도록 개발한 기술이 UHP이며, 시멘트 사용량도 감소시켜 건설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로슬래그는 물론 탄소 저감형 제강슬래그 활용 기술도 개발
실크로드시앤티는 올해 4월 현대제철과 공동으로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제강슬래그 활용 탄소 저감형 건설소재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제강슬래그는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강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국내에서 매년 1,000만톤 이상 발생한다. 탄소배출계수가 약 0.1kg-CO₂/kg로, 일반 시멘트(약 0.9kg-CO₂/kg)보다 낮다. 따라서 일반 시멘트의 함량을 줄이고 일부를 제강슬래그로 대체한 혼합 시멘트를 개발할 경우 탄소 저감형 건설 재료로 활용이 가능하다.
건설업계에서는 탄소중립 정책 시행에 맞춰 시멘트를 플라이애시, 고로슬래드 같은 재료로 대체하는 저탄소화를 진행 중인데, 이번 업무 협약을 통해 제강슬래그를 활용한 탄소 저감형 혼합 시멘트 개발이 기대된다. 실크로드시앤티 관계자는 “제강슬래그를 활용한 건설소재 개발이 마무리되면 국내 총 탄소배출량인 연 2,200만톤의 1.5%가 감소해 약 8,000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