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AI의 에너지 수요 감당할 수 있을까?
인간 두뇌가 AI보다 나은 유일한 능력은?
최근 인공지능(AI)이 하루이틀이 다르게 급속히 발전하면서, 인간의 두뇌를 능가하면서 여러 방면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이른바 범용 인공지능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역시 출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론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 최고수 바둑기사를 이긴지 벌써 10년이 지났고, 다른 분야에서도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이 이미 활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범용성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비해 AGI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으면서도 다방면에서 두루 활용될 수 있어서, 이것이 널리 실용화된다면 다시 한번 혁명적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범용 인공지능, 인공 일반지능, 강인공지능 등 용어 표현이나 구체적인 개념이 학자마다 약간씩 다르고 예측 시기 또한 차이가 있지만, 조만간 구현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AGI보다 더욱 뛰어나서 인간의 능력을 훨씬 초월하는 이른바 인공 슈퍼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또는 초지능 AI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인공지능이 비약적 발전을 거듭한다 해도, AI가 끝내 지니지 못하는 특성 또는 인간 두뇌를 능가하지 못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예전에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기도 하였으나, 이제는 AI가 흉내내지 못할 ‘인간다움’이 과연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
필자의 개인적 생각으로는, 인간의 두뇌가 앞으로도 AI보다 나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것은 바로 ‘에너지를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인체가 소비하는 산소량의 20%를 차지하는 인간의 두뇌는 다른 장기에 비해 에너지와 산소를 많이 쓰는 편이기는 하지만, AI가 사용하는 전력 소모량에 비교한다면 매우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셈이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사용 확대와 함께 그에 소비되는 전력 사용량도 큰 증가세를 보여왔다. 특히 최근에는 특정 화풍으로의 AI이미지 생성 서비스 등이 크게 유행하면서, 서버 과부하로 인하여 오픈AI의 최고경영자조차 ‘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라고 우려한 바 있다.
인공지능의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GPU를 비롯한 하드웨어들은 곧 반도체 기술에 기반을 둔 마이크로 전기전자공학의 혁명적 발전 덕분에 탄생한 것들이다. 즉 1947년에 발명된 트랜지스터 및 이후 이를 소형화한 집적회로(IC), 그리고 집적도를 더욱 고도화시킨 고밀도 집적회로(LSI) 등이 나오지 않았다면 인공지능은커녕,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 자체도 실용화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트랜지스터가 선보이기 이전에 나온 세계 최초의 컴퓨터로는 1946년 2월에 공개되었던 에니악(ENIAC)이 꼽힌다. 물론 무엇이 최초였는지는 아직 논란이 있고 그 이전에도 컴퓨터와 유사한 것이 있었으나, 현재까지 공인된 것은 에니악이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모클리(John W. Mauchly)와 에커트(J. Presper Eckert)가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한 전자계산기 에니악은 무게가 30톤이 나가는 거대한 덩치에 1만 8천 개 가량의 진공관을 달고 있었다. 그로 인하여 소비전력도 엄청나서, 에니악을 켤 때마다 그 일대의 전등이 모두 희미해질 정도였다고 한다. 그에 비해 성능은 오늘날의 개인용 컴퓨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도였다.
쇼클리(William Shockley), 바딘(John Bardeen), 브래튼(Walter Brattain) 세 명의 물리학자가 공동으로 발명하여 1956년도 노벨물리학상까지 받게 된 중요한 업적인 트랜지스터는 바로 진공관을 대체하기 위해 발명된 것이었다. 트랜지스터는 진공관에 비해 부피도 훨씬 작을 뿐만 아니라, 소비전력 역시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오늘날 인공지능 서비스의 운용을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지속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AI에 특화된 데이터 센터 하나는 10만 가구에 해당하는 전력을 소비할 수 있으며, 현재 건설 중인 대규모의 데이터 센터는 이보다 20배나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할 것이라 한다.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는 2030년까지 2배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어서, 미국을 예로 들 경우 그 시기까지의 전력 증가분 중에서 데이터 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반에 가까울 것이라 한다.
이처럼 인공지능을 사용하기 위해 급증하는 전력과 에너지 수요는 가뜩이나 기후위기의 시기에 지구촌 전체에 큰 부담과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물론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을 늘려서 그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충당한다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탄소 배출량 자체가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은 방사성 폐기물, 사고 위험성 등으로 늘 논란이 되고 있고, 또한 특정 분야에만 과도하게 에너지를 쏟아 넣는 것이 옳은지도 의문이다.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과 위협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 대규모의 일자리 상실 등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지만, 에너지 문제 역시 그중 하나일 것이고 동시에 인공지능의 발전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각국 정부 관료나 정책전문가 등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과거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의 대체에 비견될만한, 에너지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하드웨어나 신기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최성우는 일간신문, 잡지, 온라인 매체 등에 과학칼럼을 연재하고 TV 과학채널 코너에 출연하는 등 과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LG전자 연구소 선임연구원, 중소기업 연구소장, 한국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등을 지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과학기술부 정책평가위원,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민간협의회 위원 등 과학기술 정책 자문도 맡았다. ‘과학사 X파일’ ‘상상은 미래를 부른다’ ‘대통령을 위한 과학기술, 시대를 통찰하는 안목을 위하여’, ‘진실과 거짓의 과학사’ ‘발명과 발견의 과학사’ ‘과학자, 인간의 과학사’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