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기도 ‘농수산진흥원’ 이전 대상 지역 ‘가평→광주' 조작 정황

강위원 전 원장, “가평군 1위를 광주시 1위로 바꿨다” 발언 감사청구 직전 이사장과 감사는 조작 의혹 규명 무마 시도 경기도 공공기관 이전은 이재명표 경기도 균형발전 핵심 정책 강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근 [반론] 강위원 "문제될 사안 아니다"… 이사장 "무마한 적 없다"

2021-11-03     전혁수 기자

1. 강위원 전 원장 공식자리에서 “내가 점수 바꿨다”

경기 광주시로 공공기관 이전이 결정된 ‘경기도 농수산진흥원(이하 농수산진흥원)’의 이전 대상지 선정 심사 과정에서 “1위 순위를 조작했다”고 선정 심사 당시 농수산진흥원 원장이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경기도 공공기관 이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추진한 경기도 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정책이다.

조작 발언을 한 선정 심사 당시 농수산진흥원 원장은 강위원씨로 이재명 후보의 측근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지난 7월 27일 경기도청 감사실에는 “농수산진흥원 지방이전 심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한 감사청구서”가 접수됐다. 감사청구서에는 “농수산진흥원 이전지 선정 심사에서 가평군이 1위 점수를 받았는데, 강 전 원장이 광주시가 1위가 되도록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강 전 원장은 올해 7월 1일 농수산진흥원 원장을 퇴임했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사진=경기도 제공)

감사청구서에 따르면, 지난 5월 28일 강 전 원장은 농수산진흥원 공공급식본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농수산진흥원) 이전 심사에서 가평군이 1위를 차지해 광주시가 1위가 되도록 점수를 바꿨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강위원 농수산진흥원 원장은 “심사 과정에서 심사 결과 가평군이 1위로 나오자  ‘잠시 회의를 중단하자’고 시간을 끈 뒤, 옆자리에 있던 경기도 국장과 함께 심사 점수를 고쳤다”고 말했다고 한다.

감사청구서에 첨부된 녹음파일에는 “강위원 원장이 (이전지 선정 심사에서) 가평이 1위를 한 것을 확인하고, 시간을 끌면서 (점수를) 바꿨다고 말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는 한 농수산진흥원 직원의 증언이 담겼다. 업무보고 자리에 참석한 다른 직원도 “강위원 원장이 ‘담당 경기도 주무관이 심사결과표를 가져왔는데 가평이 1등, 연천이 2등이라서, 국장과 논의해 1차 수정을 했는데 한번 (수정)해도 안 돼서 두 번을 고쳐 광주로 변경했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또 다른 직원도 “틀림없이 그 자리에서 강위원 원장이 ‘(선정지 심사 결과) 가평으로 됐는데, 합산을 잘못했다는 뉘앙스로 (말)하고 농정국장도 산수를 다시 해야 한다고 얘기해서 (원장과 농정국장이)수정했다’고 말했다”고 사실 확인을 했다. 

농수산진흥원 이전 심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관계자들도 "심사 당시 강 전 원장과 경기도 농정국장이 초기 평가 결과를 받아보고 난감해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심사위원으로 이전 대상지 심사에 참여한 A씨는 “(심사 당시)중간에 난리가 났었다”며 “원장과 국장이 뭘 잘못 썼다고 하면서 (점수를)다 고치는 것을 눈치 챘지만 문제 삼으면 진흥원이 발칵 뒤집힐 것 같아 못본 척 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B씨도 “심사 당시 나는 순위를 못 봤지만, 평가가 끝나고 난 후 원장과 국장이 난색을 표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리고는 잠깐 쉬었다가, 채점한 게 잘못됐다면서 도청 직원들이 다시 점수를 매기라고 해서 다시 써서 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기도는 지난 3월 23일부터 4월 12일까지 농수산진흥원 주사무소 입지 선정 공고를 통해 7개 시군으로부터 공모 신청을 받았다. 지난 4월 13일부터 30일까지는 서류심사, 현장실사 등 1차 심사를 진행했고, 지난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2차 PT 심사를 진행해 광주시를 이전지로 최종 선정했다. 강 전 원장이 점수를 고쳤다고 한 심사 과정은 2차 PT 심사 때다.  

강위원 전 원장이 지난 5월 업무보고에서 발언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전 대상지 심사 과정에서 불법적인 점수 조작을 통해 이전 대상지가 광주시로 결정된 것이 된다. 

이에 대해 박경수 법무법인 광명 변호사는 “산하기관들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는 경기도의 업무이기 때문에 공무에 해당한다”면서 “객관적인 점수가 나온 것이 있는데, 점수 조작을 통해 순위를 바꿨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농수산진흥원은 지난 2월 17일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후보가 발표한 공공기관 3차 이전 추진계획 대상 기관 7곳에 포함돼 이전이 추진됐다.

2. 이사장과 감사, ‘조작 의혹’ 규명 방해 및 무마 시도

경기도 농수산진흥원(이하 농수산진흥원) 이전지 선정 심사에서 점수를 조작했다는 강 전 원장의 발언이 나온 뒤, 경기도에 감사청구를 하려는 인사들을 상대로 농수산진흥원 이사장과 감사가 회유 등 무마에 나선 사실도 확인됐다.

경기도에 농수산진흥원 이전지 선정 심사 조작 의혹 감사를 청구한 전직 농수산진흥원 간부 A씨는 감사 청구 전 내부 조사를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이재욱 농수산진흥원 이사장과 김모 감사, 박모 대외협력관 등에게 강 전 원장의 ‘점수 조작 발언'을 알리고 해결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심사 조작 의혹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는 종용을 받았다.

뉴스버스가 입수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지난 7월 21일 오전 10시쯤 이 이사장은 A씨에게 “(점수 조작) 확인 과정을 밟게 되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농수산진흥원) 이전이 중단될 것이기 때문에 농수산진흥원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사실이든 아니든 서류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이사장은 또 A씨에게 “더이상 사실 확인을 하지 말라”며 “직원들에게 사실 확인서도 받지 말고 참석했던 심사위원들도 만나지 말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김 감사는 “심사 점수를 조작했다고 하더라도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김 감사는 “(점수를)바꿨다 하더라도 정책적 목적을 위한 강위원 원장의 노력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가 직원들에게 사실확인서를 받아야 한다고 하자 김 감사는 “확인서를 받으려 하는 것은 하급직원에 대한 상급자의 갑질”이라며 사실 확인 시도를 ‘갑질’로 몰았다. 

대외협력관 박씨 역시 A씨에게 “조직에 파장이 발생한다는 걸 알텐데, 이 시점에 뭘 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직원들 대상으로 확인서를 받거나 외부 심사위원들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8월 2일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강위원 당시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원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제공)

3. 강위원 전 원장은 누구?

강 전 원장은 경기도농식품유통진흥원(현 농수산진흥원) 임원 공모를 통해 지난 2019년 8월 2일 원장으로 취임해 근무하다가, 올해 7월 1일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원장직에서 중도 사퇴했다. 강위원 전 원장은 한총련 5기 의장 출신이다. 

4. 반론 

강위원 “해프닝 정도의 일이며, 문제될 사안 아니다” 

농수산진흥원의 이전 대상지 선정 과정에서 가평군에서 광주시로 1위 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강위원 전 원장은 “지금은 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강 전 원장은 “해프닝 정도의 일이 이렇게 시끄러워졌는지 난감하다”면서 “전혀 문제될 사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조사 진행 중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

경기도 측은 “감사실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농수산진흥원 이전지 선정 심사 업무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조사 진행 중이라 자세한 얘기를 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재욱 이사장, “무마한 적 없다”…“점수 조작 없어”

이재욱 이사장은 A씨의 문제제기를 막았다는 의혹에 대해 “그렇게 얘기(조작 의혹 무마)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제가 파악하기로는 그런 사실(점수 조작)이 없다”며 “어쨌든 감사가 들어갔으니 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협력관은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고, 당시 감사였던 김씨는 “현재 농수산진흥원에서 근무하지 않는 입장에서 기관 내부의 일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