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리터러시⑪] 하버드 박사에게 커피 심부름만 시켜도 될까- AI 3단계 질문법

AI를 하버드 박사급 인재로 활용하려면

2025-03-30     김희연 AI리터러시 컨설턴트
AI를 수준높게 활용하려면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글 내용에 맞춰 챗gpt가 그려낸 삽화. (뉴스버스 )


이 글에 앞서 AI리터러시에서는 'AI도 성격이 있다-성격이 다른 최소 3명의 AI를 고용하라', 그리고 'AI 시대에는 신입사원도 팀장이 된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지난 1년간 하루 10시간 이상 AI를 사용해오면서 얻은 나름의 AI활용법이다. 이번에는 AI의 실력을 극대화해 AI를 잘 쓰려면, 팀장 혹은 임원처럼 질문하고 지시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점을 살펴보려 한다.

회사 생활을 돌이켜보면, 최고의 팀장과 최악의 팀장 경험이 모두 있을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지시를 하는지 생각해보면 아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이런 차이는 AI 팀을 이끌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최악의 팀장 사례:
김 부장은 팀원들에게 "이거 좀 조사해봐" "이것 좀 알아봐" 같은 모호한 지시만 내린 후 며칠 뒤 "이건 내가 원한 게 아니야"라며 화를 냈다. 보고서를 제출해도 구체적인 피드백 없이 "다시 해와"라고만 말한다. 결국 팀원들은 그의 의도를 파악하느라 시간을 낭비했고, 우수 인재들은 하나둘 팀을 떠났다.

AI에게도 비슷하게 접근하면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것에 대해 알려줘"라는 식의 모호한 질문을 던지면 답변 또한 십중팔구 의도나 기대치에 한참 못미칠 것이다.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것은 AI의 탓이 아니다.

최고의 팀장 사례:
반면 이 팀장은 항상 목적과 맥락을 명확히 설명했다. "우리는 30대 여성 타깃 신제품을 개발 중인데, 경쟁사 분석이 필요해. 특히 가격 전략과 마케팅 채널에 집중해서 조사해줘. 다음 주 화요일까지 필요하고, 참고할만한 이전 보고서는 여기 있어." 이 처럼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고  보고서 제출 후에도 "이 부분은 정말 좋은 인사이트야. 다만 가격 분석에서 온라인/오프라인 채널 구분이 더 필요할 것 같아"와 같은 구체적 피드백을 주었다.

느낌이 오는가? AI를 팀원처럼 운영할 때 최악의 팀장과 최고의 팀장을 생각하면서 AI에게 질문과 지시를 하면 된다. 그런데 처음부터 잘되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의 경험과 역량에 따라 질문의 격차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일을 잘 지시하는 팀장처럼 스스로를 만들어야 한다. 욕심을 더 내어 임원이나 CEO급으로까지 할 수 있다면 당신은 분명 AI 활용의 달인이 되는 것이다.

하버드 박사급 인재를 옆에 두고 커피 심부름만 시키는 회사를 상상해보라. 그것이 바로 AI를 단순히 정보 찾기에만 활용하는 모습이다. 그럼 어떻게 하버드 박사급 AI 팀원들에게 일을 시킬 것인가? 직급별로 살펴보고, 나는 어떤 리더인지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부족한 부분은 계속 보완해 가자.

실제 리더의 지시와 AI 프롬프트(명령어)는 원리가 같다

질문이 좋으면 답변도 좋다. 내가 아는 만큼 질문할 수 있고, 질문의 크기와 깊이가 내가 활용할 수 있는 AI의 역량을 결정한다. 좋은 질문은 관점을 바꾸어 새로운 해답을 찾게 하는 시발점이 되기도 하고, 잘못된 질문은 엉뚱한 곳에 시간을 낭비하게도 한다.

예전 해외 TV고객사 미팅에서 "당신의 경쟁자는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으로 자사의 기술과 제품 발표를 시작한 적이 있다. 그때 고객은 기존 업계의 다른 TV 제조사들을 경쟁자로 언급했다. 그러나 나는 "고객님의 진짜 경쟁자는 스마트폰입니다"라고 답했다. TV는 평생 시청이 목적이었지만, 스마트폰은 통화하는 기기에서 손안의 PC, 세상과 언제나 연결되는 필수품으로 변모했다. 심지어 집에 두고 오면 반드시 돌아가서 가지고 나올 정도로 필수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반면 TV는 늘 화질만 강조하며 본질적인 변화가 없었다. 단가 인하만으로는 비용이 들지 않는 스마트폰 시청을 이길 수 없으니, 스마트폰을 경쟁자로 놓고 비즈니스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질문의 프레임을 바꾸는 것은 비즈니스의 판도를 바꾸는 힘이 있다.

질문의 3단계: 신입사원에서 CEO까지

질문의 수준은 조직 내 직급에 따른 질문 패턴과 매우 유사하다.

① Level 1: 단순 지시형 (신입사원급)
기초 수준의 질문은 사실 확인과 기본 정보 수집에 중점을 둔다.

TV 산업에 대한 질문 예시: "지난 분기에 전세계 TV 판매량은 얼마였나?" "새로운 기술의 스펙은 무엇인가?" "경쟁사 최신 TV의 사양과 시장 반응은 어떠한가?"

이런 질문들은 기본적인 정보를 얻는 데는 유용하지만, 산업의 본질적인 변화나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모두가 이 수준의 질문만 한다면, 회사는 점진적 개선은 할 수 있어도 혁신적 도약은 어려울 것이다.

② Level 2: 구조화된 소통 (팀장급)

중간 관리자급 질문은 ‘왜(Why)’와 ‘어떻게(How)’에 초점을 맞추며, 맥락과 목적을 중요시한다.

TV 산업에 대한 질문 예시: "MZ세대가 TV대신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들을 다시 TV 시청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은 무엇일까?" "코로나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소비자들의 미디어 소비 패턴 변화는 어떠하며, 이를 TV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

이러한 질문들은 현재의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에 기반한 구체적인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는 이런 수준의 질문을 통해 TV를 단순한 디스플레이 장치에서 인테리어 요소로 재정의한 '더 프레임'을, LG전자는 이동 가능한 라이프스타일 TV '스탠바이미'를 출시했다.

③ Level 3: 전략적 소통 (임원/CEO급)
최고위 수준의 질문은 장기적 비전과 시스템적 사고를 요구한다. 전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다양한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고려한다.

TV 산업에 대한 질문 예시: "스마트폰이 변화시킨 시대에, TV의 존재 가치와 역할은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하는가? 시청 기능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도 가능한데, TV만의 고유한 가치는 무엇인가?" "구독 서비스가 늘어나는 시대에, 왜 TV는 여전히 일회성 판매 모델을 고수하는가? TV 하드웨어를 구독 모델로 전환하고, TV 제조사가 콘텐츠 수익과 광고 수입을 얻는 비즈니스 모델은 가능한가?" "TV 제조사가 하드웨어 판매에서 벗어나 플랫폼 비즈니스로 전환한다면, 어떤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며, 이는 향후 10년간 가전 산업의 경쟁 구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임원 CEO급 수준의 질문은 전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과 회사의 장기적 생존 전략을 고민하게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러한 고민 끝에 자체 OS를 개발하여 자체 스마트 TV 플랫폼을 구축했고, 이를 통해 광고 및 콘텐츠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질문은 TV가 단순한 미디어 소비 기기에서 홈 IoT의 허브, 인공지능 비서, 화상 회의 도구, 그리고 디지털 아트 갤러리로 진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결론: 최고의 리더십과 수준 높은 AI 활용의 공통점

"TV 판매량이 얼마인가?"라고 물었다면 삼성전자는 단순히 더 많은 TV를 판매하는 전략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에 TV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기에 '더 프레임'처럼 TV를 예술 작품이자 인테리어 요소로 재정의하는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

이 처럼 회사에서 CEO와 신입사원의 질문이 다르듯,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수준의 질문이 가능하다. 단순 정보 수집은 기초 단계에 맡기고, 리더라면 전략적 방향성을 담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와의 상호작용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AI에게 Level 1 질문을 던지면 단순 정보만 얻지만, Level 2나 Level3 질문을 던지면 깊은 통찰과 미래 방향성을 탐색할 수 있다. 리더십의 질이 조직의 성과를 결정하듯, 질문의 질이 AI와의 대화 성과를 결정한다. (물론 Level 3의 질문은 AI가 답해 주기 어려운 영역이 많다. 여기에 인간만의 고유한 역량이 작동하기 시작하는데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한다.)

최고의 리더는 팀원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며, 탁월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이끈다. 결국 질문의 방식과 수준이 조직의 사고방식과 결과물의 질을 좌우하는 것이다. 질문이 변하면 결과가 변하고, 결과가 변하면 회사의 미래가 변한다. AI를 하버드 박사급 인재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는 됐는가.

김희연은 AI리터리시 컨설턴트다. 씨티은행에서 출발,  현대·굿모닝·신한·노무라 증권의 IT애널리스트를거쳐 2008년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증권· IT·제조 분야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에선 여성 최초로 사업개발·전략·IR·투자 및 신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랐다. 지난해 퇴임뒤엔 AI 콘텐츠 융합 및 AI의 일상적 활용 등에 천착,  AI리터러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뉴스버스에 AI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다. AI시대 기업과 직장인들의  ‘생존법’을 담은  저서 <공감지능시대: 똑똑한 AI보다 따뜻한 당신이 이긴다>가 4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