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창사 50년 만에 첫 분기 순손실…"무리한 차입과 투자 손실"
영풍 "고려아연 지급수수료 2배 급증…최 회장 경영권 방어 비용”
고려아연이 창사 5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2,45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1974년 고려아연 설립 이래 첫 분기 단위 손손실이다.
고려아연이 최근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연결 당기순이익은 1,951억원으로 매출액 12조529억원의 1.6%에 불과했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주도로 2022년부터 시작된 의문스러운 투자들의 결과물과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에 회사 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여파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풍·MBK는 “원화 대비 달러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손의 영향도 있었지만, 대규모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무리하게 일으킨 고금리 단기차입금의 이자비용과 원아시아펀드 등 각종 투자 실패로 인한 기타금융비용 증가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실제 작년 3분기 190억원에 불과하던 이자비용이 4분기 들어 741억원으로 4배가량 급증했고, 각종 투자손실을 4분기에 털어내면서 944억원의 지분법손실을 반영했다.
최윤범 회장이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위해 조달한 2조원 넘는 금융차입금 탓에 매분기 엄청난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최 회장은 중학교 동창인 지창배 회장이 설립한 원아시아펀드에 약 5,000억원을 출자했는데 2023년 손상차손액이 615억원에 이르렀고, 2024년에는 전년 대비 2.6배 치솟은 1,575억원으로 급증했다. 영풍·MBK는 “원아시아 투자에 따른 손실이 해가 거듭될 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문제는 이러한 손실요인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업체 이그니오홀딩스를 보유한 페달포인트의 경우 몇 년째 당기순손실이 지속되고 있지만 손상 인식은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이그니오에 제기된 각종 의혹들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게 영풍·MBK 측 주장이다. 영풍·MBK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 체제 하에서 무분별하게 추진된 각종 투자와 신사업들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욕심 때문에 고려아연이 볼모로 잡혀 나날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풍·MBK는 지난해 고려아연의 별도기준 판매관리비상 지급수수료 총액이 905억원으로 전년(449억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공개했다. 판매관리비상 지급수수료는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작년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219억원, 36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14%, 160% 치솟았다.
영풍·MBK는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용한 법률자문비용, 소송비용, 홍보비용 및 관련 수수료 등 개인 비용이 회사 비용으로 전가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영풍 관계자는 “최 회장 개인의 자리 보전을 위한 어마어마한 비용이 회사 자금에서 빠져나가면서 고려아연은 창사 이래 첫 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