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 “최윤범 상호주 전략, 위험한 선례 만들어”

글래스루이스, 영풍∙MBK 추천 고려아연 이사 최대 11명 찬성 권고

2025-03-20     고재학 기자
고려아연(왼쪽)과 영풍 CI. (사진=연합뉴스/각사 제공)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는 20일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가 심각하게 훼손됐음을 지적하며 영풍·MBK파트너스 측 이사 후보 최대 11명 선임을 찬성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 의안 분석보고서를 기관투자가들에게 발송하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 측 후보들만 지지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영풍-MBK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지분율 7%에 달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표심이 중요한 상황에서 양대 의결권 자문사(ISS·글래스루이스)가 모두 영풍-MBK 측에 우호적인 입장을 나타냄으로써, 영풍-MBK는 한 시름을 놓을 수 있게 됐다.

글래스루이스는 이사회 인원을 19명으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안에 찬성할 것을 권고하면서, 영풍-MBK 측이 추천한 5명(김용진, 김재섭, 손호상, 정창화, 천준범) 후보를 지지했다. 최 회장 측 후보 중에서는 3명(김보영,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정다미)에 대해 찬성표를 던질 것을 권했다.

글래스루이스는 보고서에서 “최 회장과 고려아연 경영진의 행동은 기업 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이고, 위험한 선례를 만든다”며 “임시주총 하루 전에 상호주 구조를 생성해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며 경영권 장악만을 우선시하는 노골적인 고착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임의적립금의 이익잉여금 전환 규모’에 대해 최 회장 측이 제안한 1조6,000억원 대신 영풍-MBK 측 제안(2조원)에 찬성했다. 아울러 현재 고려아연이 보유 중인 자사주 전부를 소각해야 한다는 영풍-MBK 측 입장을 지지했다. 또 최 회장 측이 추천한 감사위원 후보 3명(권순범, 이민호, 서대원) 모두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앞서 15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역시 영풍이 제안한 모든 안건에 찬성 의견을 낸 바 있다. 반면 최 회장 측 계열사 영풍정밀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 ▲현물배당 도입 등의 안건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영풍-MBK 관계자는 “대표적인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모두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최 회장 측의 불법적 행동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고려아연 거버넌스가 심각하게 훼손됐음을 지적하고 있다”며 “여러 주요 기관투자자들도 보고서를 살펴보고 우리 측 이사 후보들을 지지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