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선택, 첫번 째 기준은 기득권에 맞설 용기와 유능함

[조신의 정치내러티브] 기득권 구조와 보상 체계 바꿔야 새 성장동력 만들 수 있어 ‘권력구조’ 개편에 매몰된 개헌 논의, 본질을 비껴간 정치권 대한민국 살리려면 인재와 자본 첨단산업으로 이끌어야

2025-03-13     조신 KSOI 상임고문
정부는 9일 집단휴학에 들어간 의대생들의 전원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규모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의사집단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 경제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중국은 비관적인 전망을 뒤집고 5.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더욱 주목할 것은 성장의 질적 변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첨단기술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점했고, 내년에는 주택 부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이 더 이상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아니며, 첨단산업이 이를 대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강력한 구조 개혁으로 부동산 경제를 첨단산업으로 대체

중국 정부는 지난 몇 년간 GDP 4분의 1 비중이던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충격을 감내하면서 경제 구조 개혁을 강력히 추진했다. 그 결과, 시진핑 주석이 구상한 경제 구조 개혁이 현실화하고 있다. 딥시크(Deep Seek) 쇼크 이후, 시 주석이 테크 중심 민영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서 ‘경제 굴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세계 질서가 요동치는 와중에 대한민국은 내부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탄핵 정국 속에서 국정은 표류하고 있으며, 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 조정했다. 작년 11월 전망치(1.9%)에서 0.4%포인트나 내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것(1.5% 성장률 전망)이 우리의 실력”이라며 냉정하게 현실을 짚었다. 그는 “신 성장동력을 키우지 않고 해외 노동자도 안 데려오는데, 1.8% 이상으로 성장하려면 재정을 동원하고 금리를 낮춰야한다. 그러면 나라 전체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를 향해선 “지난 10년 동안 새로운 산업을 도입하지 않은 점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며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지만, 사회적 갈등을 감내하지 못하고 회피한 결과가 지금의 침체”라고 비판했다.

사회적 갈등에 무력한 정부, 각자도생의 대한민국

정치의 무능은 대한민국을 ‘각자도생’의 사회로 내몰고 있다. 최근 의정 갈등만 봐도 그렇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내년 의대 정원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1년 넘게 진통을 겪은 끝에 결국 정부가 ‘백기’를 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의료 개혁의 실패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강고한 기득권 구조와 보상 체계를 바꾸는 데 정부가 무력하다는 나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세계는 총성 없는 기술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인재와 자본의 흐름은 격동하는 세계와 동떨어져 있다. 새로운 첨단산업이 꽃을 피우려면 사람과 돈이 그쪽으로 흘러야 한다. 

먼저 우리의 인재 흐름은 첨단산업 육성과 거리가 멀다. 대학 입시는 안정적인 보상이 기대되는 의과대학으로 쏠리고, 이공계 최상위권 대학조차 지방 의대에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인재 가뭄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발표된 네이처 인덱스(Nature Index) 기준, 과학 분야 세계 대학 순위에서 중국 대학들은 최상위권을 휩쓸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영미권 대학들이 우위를 점했지만, 작년에는 미 하버드대를 제외하고 2~9위가 중국 대학이었다.

자본의 흐름 역시 혁신보다는 구태의연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정부는 또다시 서울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 규제 완화, 지방 건설사 지원 같은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이 어려움 속에서 보여준 경제 구조 개혁과 비교되는 행보다. 중국이 부동산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려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고통을 회피하며 과거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

다음 정부의 역할: 인재와 자본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

이 와중에 정치권의 문제의식은 초점을 벗어나고 있다. 조기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권력구조 개혁’을 내세우며 개헌 논의에 집중하고 있지만, 국민은 개헌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개헌이 신산업 육성, 부동산 개혁, 일자리 창출, 교육 개혁,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설명하는 정치인을 본 적이 없다.

인재와 자본은 사회적 보상 시스템을 따라 움직인다. 지금과 같은 왜곡된 보상 체계에서 과학기술 인재가 육성되기를 기대할 수 없으며, 혁신 산업으로의 자본 이동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며 리더의 책무다.

차기 정부는 사회적 갈등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해결할 비전과 실행력을 갖춘 리더가 이끌어야 한다. 인재와 자본이 미래 산업으로 흐를 수 있도록 사회적 보상 체계를 재정비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 본연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최우선 과제다.

조신은 한국일보에서 17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이후 참여정부 국정홍보처 정책홍보관리관(대변인), 서울시교육청 공보관, 문재인정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상임위원 겸 기획단 단장 등을 역임했다. 더불어민주당 성남시 중원구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총선에 출마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임감사,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원장 등 공공기관에서도 일했다. 현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상임고문으로 있다. 다양한 정책 경험을 토대로 국가 미래 비전을 고민하는 진보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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