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석방 사태와 박근혜 파면 8주년…尹 재구속은 시간 문제

여권, 구속취소 틈타 ‘탄핵 기각·무죄쇼’ 선동 尹은 형사 처벌 이후에도 사상 최악 세력으로 남을 즉시항고 포기 검찰 책임 물을일이나 '검찰 기획론'은 '글쎄'

2025-03-10     김수민 정치평론가
 9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의 석방 자체는 절망적인 일이 아니다. 절차상 문제로 트집 잡히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일찍 겪어보고 수습하는 게 낫다. 결국 가장 크게 패배할 자도 나왔다. 다시 들어갈 윤석열이다. 문제는 사태 해석 하나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극소수가 아닌, 이 사회의 현실이다. 

국민의힘은 구속 취소가 ‘탄핵 기각’과 ‘사법적 무죄’의 근거나 징후인 것처럼 떠들고 있다. 상대편도 아닌 자기편 골대 앞에서 프리킥 하나 얻은 걸 갖고 우승컵을 들고 샴페인을 터트린다. 나아가 축구뿐 아니라 야구도 이겼다며 금메달 2개를 걸고 있다. 이 상태에서 ‘너희가 졌다’는 판정이 나오면 어떻게 되겠는가. 폭동이 서울서부지법에서 그치지 않고 헌법재판소와 서울중앙지법으로 이어질 가능성만 커졌다. 

심지어 어느 여권 핵심관계자는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윤 대통령 구속취소 판결이 이재명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내란옹호세력의 평균적 수준이다. 3월 1일 밤, 친윤 극우 집회 맞은 편에서 탄핵 찬성 시민 한 명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삼삼오오 지나가는 극우 집회 참가자를 향해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그때 극우 집회 참가자들 몇몇은 이렇게 응수했다. '이재명 구속!'

광화문 집회를 지나다 보면 그들이 어느새 윤석열 비호보다 이재명 저주에 더 무게를 더 싣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재명이 구속된다고 해서 윤석열이 무죄가 되나? 둘은 다른 사건과 혐의로 기소되었고 유죄/무죄는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10~15세 정도면 깨우쳐야 할 이치도 모르는 자들이 백만 천만이 모인들 진실과 법리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윤석열 석방은 형사사법 절차상의 문제로 탄핵심판에는 하등의 영향을 줄 수 없다. 재구속의 가능성도 닫히지 않는다. 동일범죄사실로는 재구속할 수 없지만, 직권남용과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구속기소될 것이다. 탄핵심판이 마무리되어 윤석열에게 불소추특권이 없어지는 그때부터 가능해진다. 

진짜 문제는 윤석열의 신병이 아니라 그를 마스코트 삼은 극우 세력에 있다. 올해 조기 대선을 통해 이들은 야권으로 밀려나겠지만 피해 의식과 저항자 코스프레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전두환의 아들과 최순실의 딸도 끼어들었다. 민주화 이후 사상 최악의 세력이 탄생하고 있다. 윤석열을 파면하고 처벌한 보람을 누릴 새도 없이, 이들과 맞서 오랫동안 싸워야 한다. 

이 와중에 제1야당은 사태를 정략적으로 역이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3월 5일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당시 당내 일부가 검찰과 내통했다는 주장을  근거 없이 꺼내든 데 이어, 윤석열 석방 이튿날인 9일에는 ‘검찰의 고의 석방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번에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것은 욕을 퍼부어도 시원찮을 일이다. 즉시항고가 가능한 경우 보통항고는 불가능하다는 게 다수설이다. 즉시항고를 하지 않으면 항고를 아예 포기하는 것이다. 즉시항고에 위헌 논란이 있다 해도 그건 나중에 헌법재판소 판결을 받아야 알 일이고, 위헌이면 그때 석방해도 된다. 있는 제도를 써먹는 것은 곧바로 위헌이 되는 게 아니다. 왜 윤석열에게만 법이 평등한가. 

그러나 이재명이 제기한 의혹은 구속취소 결정 이전에 이미 검찰이 윤석열을 위한 사전 포석을 뒀을 수 있다는 내용인데, 검찰이 윤석열과 공범이라면 민주당도 공범이다. 민주당 의원들도 몇몇이 지적했듯 검찰이 구속기간을 일수로 계산한 것은 해오던 대로 한 것이고 이번 법원 판결이 이례적인 것이다. 공수처 수사권 논란은 이미 있었고 민주당은 공수처에 수사권이 있다는 입장이었다. 적어도 이 문제들에서 민주당과 검찰의 입장은 같았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대통령 등의 내란 혐의를 직접 명시하지 않은 것은 입법을 주도해온 민주당이 가장 먼저 책임져야 할 일이다. 별 영향력 없는 평론가인 나조차 공수처법 개정을 촉구하지 않은 점, ‘구속영장을 경찰이 신청하고 검찰이 청구해야 한다’고 고수하지 않은 점을 뼈저리게 후회한다. 반성 없이 수습 없다. 이 와중에 '고의 석방' 음모론을 흘리는 것은 내란 종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은 박근혜 파면 8주년이다. 2017년 3월 10일 나는 “오늘은 한국 민주주의 최고의 날이다. 당분간 이만한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 했다. 8년동안이나 오지 않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한국사회는 오히려 새로운 수렁으로 굴러떨어졌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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