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로 중계 된 '고성충돌'...미국-우크라 정상회담 파국

트럼프의 박대 속 빈손 귀국한 젤렌스키 두 정상 종전 협상 진행 여지는 남겨 뒤

2025-03-01     김철훈 기자
28일(현지시간) 열린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 왼쪽부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트럼프 미국대통령,  밴스 미국 부통령. (사진=연합/RERT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시작도 못하고 파국으로 끝났다. 방송카메라 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진 양국 정상의 '고성 충돌'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정상은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정상회담 시작 기자회견에서부터 충돌했다. '침략국 러시아 책임소재'와 '우크라 안보 보장안' 을 두고 양국의 갈등이 표면화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우크라이나 종전 구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무례하다", "고마워할줄 모른다" 등의 비난을 쏟아내면서 거칠게 몰아붙였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가세해 협공을 펼쳤다. 그도 작정한 듯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나 러시아와 휴전하려면 재차 침공을 막을 확실한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는 등 자신의 입장을 지켜내며 버텼다. 이 과정에서 양측에서 고성이 오갔고, 파행으로 이어졌다. 

결국 오찬을 겸한 비공개 회담과 광물 협정 체결식, 공동 기자회견 일정이 모두 취소됐고, 미국측은 우크라이나 측에 떠나라고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대화를 더 원한다며 항의했지만 빈손으로 백악관에서 쫓겨났다.

이날 정상회담은, 특히 양국간의 광물협정 체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위한 첫걸음으로 여겨져 관심을 모았지만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광물협정 체결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본격적인 중재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미-우크라이나 정상의 고성충돌 상황 리뷰

기자회견은 초반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그러나 회담이 40여분 진행된 시점부터 고성이 나오기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에 대한 그(젤렌스키)의 혐오 때문에 내가 협상을 타결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배석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를 위해 러시아와 외교를 하는 것이라고 옹호했다. 언론은 그가 작정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훈계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불법으로 병합한 이후 체결된 민스크 평화협정을 위반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실을 지적했다. 밴스 부통령에게는 "무슨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목소리가 커진 밴스 부통령은 "집무실에 와서 미국 언론 앞에서 이걸 따지는 게 무례하다"면서 "당신은 이 분쟁을 끝내려고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상황을 직접 봐달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구에 그런 방문은 "선전용 관광"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위협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여러분은 좋은 바다가 있고 지금 (위험을)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 느낄 것"이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가 뭘 느낄지 우리한테 지시하지 말라. 당신은 그런 지시할 위치에 있지 않다. 당신은 (손에 쥔) 카드가 없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리는 카드놀이를 하는 게 아니다"고 응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당신은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당신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갖고 도박하고 있고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도박하고 있다. 그리고 당신이 하는 짓은 이 나라에 매우 무례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군사 장비가 없었다면 이 전쟁은 2주 만에 끝났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설전이 계속됐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할 기회를 달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거듭 무시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이 합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다. 우리가 빠지면 당신은 (러시아와) 싸워서 해결해야 할 것이며 그건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정상회담 결렬 후 백악관을 떠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연합/REUTERS)

정상회담 파국에 대한 엇갈린 반응

백악관은 이날 파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정상회담 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테이프를 돌려 보면, 실제로 카메라 앞에서 (JD 밴스) 부통령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싸움을 시작한 것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가의 반응은 엇갈렸다.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할 말을 했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민주당에서는 "독재자와 편을 먹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미국이 이용당하고 무시당하던 시대는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끝났다"며 "오늘 백악관 집무실에서 목격한 것은 미국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미국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와 밴스는 푸틴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대신해주고 있다"며 "상원 민주당 의원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애덤 쉬프 민주당 상원의원은 X에 "영웅과 겁쟁이가 오늘 백악관에서 만났고 회담이 끝나면 영웅은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종전 협상의 여지는 남겨 논 두 정상

젤렌스키 대통령은 백악관을 나온 후 X에 "미국에 감사한다. 대통령과 의회 그리고 미국 국민께 감사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민을 존경한다"는 등의 글을 올리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는 회담 이후 폭스뉴스 앵커 브렛 베이어와 인터뷰에서도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원 없이는 러시아를 막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이 이곳에 온 이유이자 미래의 협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라며 "이런 상황은 양측 모두에게 좋지 않다. 미국 파트너를 잃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 결렬이후 트루스소셜에 "그는 백악관에서 미국을 무시했다"면서도 "그는 평화를 원할 때 다시 올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격한 충돌로 파국을 맞았지만 두 정상 모두 사태를 진화하며 여지를 남겨 놓은 셈이다. 
/ 뉴스버스=김철훈 기자 kims4al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