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국의 입법평론] '구속 의원 월급 환수' 법안 발의한 조지연 의원, 특권 내려놓기 실천?

이미 유사법안 다수 발의된 상태...그나마 법사위서 방치 중 조 의원, 상황 확인 안한 것이라면 무책임, 알았다면 비양심

2025-02-27     고병국 정치평론가
국회 열린 환경노동위 소위 (사진=연합뉴스)

국회의원이 구속되면 월급을 받을까? 받는다. 
의원이 회의에 안나오거나 징계를 받을 경우 약간 감액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미미하다. 구속돼도 월급이 중단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이 '금고형 확정 이상 의원의 수당 등을 환수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언론은 조의원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몸소 실천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정말 그럴까?

현재 조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같은 내용의 법안이 이미 다수 발의된 상태이다. 이 법안들은 심사가 끝나 법사위로 갔지만, 법사위에서는 체계자구심사를 명분으로 처리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조지연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 국회의원 수당 환수 운운하며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조 의원이 관련 법안의 발의 및 심사경과도 확인하지 않고 자신의 법안을 발의한 것이라면 무책임한 것이고, 알고도 발의한 것이라면 비양심적인 것이라고 비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조 의원의 법안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로 포장해서 써주는 기자는 반성이 필요할 것이다.

이 부분은 국민이 관심을 갖는 주제이니까 조금 더 얘기해 본다.

먼저 국회의원의 월급 구조를 간단히 살펴보자. 사실은 국회의원이 받는 돈을 '월급'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옛날에는 '세비'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보통 '수당'이라고 부른다.

국회의원 월급 구조(출처 국회운영위 검토보고서)

아무튼 국회의원에게 월급 성격으로 매월 지급되는 돈은 크게 수당,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가 있다. 수당은 말 그대로 월급이고,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는 입법활동 지원 경비라고 보면 된다.

법안처리절차_출처(국회홈페이지)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처리 절차에 대해 살펴보자.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면 우선 소관 위원회로 보내진다. 이를 회부라고 한다. 상임위에 회부된 법안은 전체회의에 상정하여 제안설명 및 검토보고를 받고, 대체토론 뒤 법안 소위원회 회부된다.

발의→소관 상임위 회부→상임위 전체회의 상정(제안설명, 검토보고, 대체토론)→법안 소위원회 회부(상정→축조심사→의결)→상임위 전체회의 보고→상임위 의결→법사위 회부·상정→법사위 법안소위 회부(상정→체계자구심사→의결)→법사위 전체회의 의결→본회의 회부→본회의 상정·의결

소위원회에서는 다시 <상정→축조심사→의결>의 과정을 거쳐 상임위 전체회의에 보고한다. 상임위에서 의결된 법안은 법사위로 보내지고 법사위에서도 상임위와 같은 과정을 다시 반복한다. <법사위 전체회의 회부·상정→법사위 소위 회부→상정→의결> 그렇게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로 회부되어 의결되면 정부로 이송해 공포하고 시행된다.

요약하면,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상임위→법사위→본회의를 통과해야 시행된다. 상임위와 법사위 단계에서는 각각 법안 소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의 과정 중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단계가 상임위 소위원회의 의결이다. 이 고비를 넘은 법안은 대체로 본회의까지 가서 통과되지만, 여기를 넘지 못하면 거의 처리될 가능성이 없다.

앞에서 언급한 국회의원 수당 관련 법안 심사 경과는 아래와 같다.

2024년 8월27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상정(제안설명, 검토보고, 대체토론)
2024년 9월9일 운영위 법안 소위원회 회부
2024년 10월28일 소위원회 상정·축조심사·의결(대안반영폐기)
2024년 10월31일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상정 의결(대안반영폐기)

이 부분에서도 국회에서 사용하는 몇 가지 용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대안반영폐기: 국회의원의 발의 법안 내용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위원회(대안)에 반영하고, 각 의원의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폐기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국회에서는 '반영' 쪽에 좀 더 비중을 두어 '대안반영폐기'는 통과 법안으로 간주한다.(의원들의 유사법안 발의가 많은 이유가 대안반영폐기 때문이다)
대체토론: 위원회가 안건을 심사할 때 안건 전체에 대한 문제점과 당부(當否)에 관해 하는 일반적인 토론이다.
축조심사: 대체토론과 다소 대비되는 개념인데, 의안을 한 조항씩 낭독하면서 심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안 조문에 대한 정밀심사라 생각하면 된다.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는 원래 법률상 용어나 다른 법률과의 충돌 여부 등을 검토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법사위가 체계자구심사를 명분으로 다른 위원회 의결 법안을 법사위에 붙들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법사위의 월권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사위에서 심의를 중단하고 있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바빠서일 수도 있고, 다른 이유일 수도 있다.

고병국은 국회의원 보좌관, 국회의장 비서관, 국회 사무총장 비서실장 등 국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현재 국회의원 입법활동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잠자는국회>와 <입법평론> 사이트를 운영중이다. 저서로는 <법 만드는 청소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