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트럼프에 휘둘리는 국제정치

예상치 못한 상황 전개에 '나토 가입 절실' 호소하는 우크라이나

2025-02-24     김철훈 기자
러시아의 우쿠라이나 침공 3주년 행사. 24일 호주 시드니에서 우크라이나 공동체 회원들이 깃발과 플래카드를 내세우며 러시아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AFP)

폐렴으로 일주일 넘게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은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3주년이 되는 날이다.

2022년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특별군사작전'을 선언하며 전면적인 침공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의 도움으로 수도 키이우(2022년 4월 2일)와 북동부 하르키우 대부분 지역의 탈환(2022년 9월 6~16일)을 선언하고, 남부 헤르손을 수복(2022년 11월 11일)하는 등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전쟁이 길어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재선된 이후 상황이 급변해 우크라이나는 크게 당황하고 있다.

18일 우크라이나를 '패싱'한 미러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된 것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순간이었다.  

미-러 대표단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및 양국 관계에 관한 장관급 회담을 하고, 양국관계의 방해물에 대처하는 협의체 및 종전 고위급 협상팀 구성 등을 합의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 전개

전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독일 공영 ARD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같은 서방의 안전 보장 없이 러시아와 휴전하면 “우크라이나는 ‘아프가니스탄 2.0’이 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패싱 조짐은 여러 방면에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하며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배제를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편향' 행태도 이어졌다. 그는 13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주요 8개국(G8) 회의에서 퇴출당한 것을 '실수'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원인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시도를 지목하는 등 러시아 편에 선 발언을 했다.

미국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 3년을 맞아 러시아를 규탄하기 위한 유엔 결의안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거부하고 별도 결의안을 제출했다. 21일 제출한 결의안 초안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의 '침공'(aggression) 대신 양국의 '분쟁'(conflict)으로 기술했다.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에 관한 언급도 빠졌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의 대가로 광물을 요구하기도 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대가로 우크라이나 희토류의 지분 50%를 요구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에서는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고, 사실상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라며 “말하기 싫지만, 우크라이나 지도자는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라며 비난했다. 또한 “적당히 성공적인 코미디언”이라며 “끔찍한 일을 했다”고 비하했다.

24일 브뤼셀 EU 본부에서 개최된 EU 외교이사회에서 참석자들이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애도하기 위해 1분간 침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AFP)

반발하는 유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며 유럽의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반발했다.

유럽정상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패싱’하고 러시아와의 우크라이나 전쟁 협상을 독자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긴급 회동을 잡는 등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덴마크·폴란드 정상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 등은 17일 오후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에서 3시간 반가량 비공식 회동을 했다. 이날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서양 동맹’ 관계를 무시한 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나서기로 하자 대응책을 만들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전쟁의 참상과 피해

우크라이나 전쟁 3년동안 양측의 인명 피해는 막대하다.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국장 세르게이 루드스코이 상장은 20일(현지시간) 국방부 기관지 ‘크라스나야 즈베즈다’ 인터뷰에서 “2024년 한 해 우크라이나 군대에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사람은 59만명에 달했고, ‘특별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는 (현재까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2025년 2월 20일까지 러시아의 총 전투손실은 86만 3,580명”이라고 올렸다.

이와 관련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25년 2월 기준으로 약 4만5,100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사망하고 39만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까지 러시아군의 사망자를 5만7,500명 이상, 부상자를 25만명 이상으로 추정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사상자는 전쟁 발발 이래 작년 말까지 4만838명으로 집계됐다.

경제 사회적 피해도 심각하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경제는 2022년에 약 3분의 1이 축소되었으며, 이후에도 완전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약 1,00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국내외로 피난을 떠나는등 사회적 영향도 심각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호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순교한 우크라이나 국민들과의 연대를 새롭게 다짐하면서 모든 무장 분쟁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그리고 중동 전역, 미얀마, 수단에서 평화의 선물을 기도해 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라고 호소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3일 성명서를 내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정의롭고 지속가능하며 종합적인 평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라며 이런 평화조약이 "우크라이나의 주권, 독립, 그리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 내 영토의 온전성을 완전히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오늘도 밤에는 드론 공격이, 낮에는 장례식과 추도식이 이어지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네로 황제'처럼 행동하는 트럼프의 등장으로 더욱 냉혹해진 국제 정치의 현실 속에서 '국제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말만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는 오늘이 이어지고 있다.

/ 뉴스버스 = 김철훈 기자 kims4al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