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세력 300여명 서울대 민주성지 ‘아크로폴리스’서 난동
'극우가 휘두른 깃발에 박종철 열사 사진이 찢겨 나갔다' 尹 지지자·TK기독교 신도 등 외부 세력들 ‘서울대’ 참칭 “민주 열사 스러져간 곳에서 윤석열 내란 옹호라니” 서울대인 분노
이달 15일 서울대 민주화 운동의 성지로 불리는 아크로폴리스 광장이 윤석열 지지자를 비롯한 수백 명의 극우 세력에 침탈당했다. 서울대 학생과 동문들이 막으려 했지만 극우 폭도들이 마구 휘두른 태극기 깃발에 맞아 박종철·조성만·조정식 열사 등 서울대 출신 민주화 인사의 사진이 부서지고 찢겨 나갔다.
이날 극우 세력의 서울대 침탈은 이승만 전 대통령 미화 다큐멘터리 <건국전쟁> 제작사 트루스포럼이 오후 5시쯤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공지하면서 알려졌다. 이 소식을 들은 서울대 학생과 동문들은 "내란을 옹호하는 극우세력이 민주열사들의 혼이 서려 있는 캠퍼스에서 활개치도록 내버려둘 순 없다"며 한시간 앞서 긴급 집회를 알렸다.
외부 극우 세력은 방학인데다 주말을 맞아 학생들이 거의 없는 틈을 노려 서울대를 사칭한 탄핵 반대 집회를 기획했다. 이를 간파한 학생들은 극우 집회가 여론 조작에 동원될 것을 우려해 비상 행동에 나선 것이다. 당초 광화문 촛불집회에 집중하려던 서울대 민주동문회 일부 회원도 외부 세력의 서울대 침탈을 막아야 한다며 가세했다.
“대학가 압도적 尹 탄핵 여론…언론은 찬반 팽팽한 듯 호도”
15일 오후 4시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계단에서 학생과 동문, 시민 등 50여명이 모여 ‘윤석열 퇴진! 쿠데타 옹호세력 규탄! 서울대 공동행동’을 시작했다. 집회는 민주화 열사들에 대한 묵념에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힘차게 출발했고, 대열은 200명으로 늘었다. 집회를 발의한 이시헌(자유전공 4년)씨는 “극우는 대학가에도 영향력을 미치려 하고 있다. 서울대까지 진출한 극우 세력의 난동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긴급하게 집회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공대 21학번 전찬범(재료공학부)씨는 “극우 세력은 윤석열 방탄에만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는 내란에 동조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극우가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우리 사회에 침투하는 걸 방조한다면 결국 그들은 자유의 목을 비틀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원생 진영준씨는 “평양에서 한국이 개발한 무인기가 발견되고, 안보실이 무인기 투입과 오물풍선 타격을 지시하는 등 윤석열은 북한과의 국지전을 이용하려 했다”며 “반대진영에게 종북, 반국가세력이라는 낙인을 찍어 독재를 획책했다”고 규탄했다.
오후 5시가 되자 광화문 집회를 끝낸 극우 세력이 서울대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고출력 앰프와 스피커를 앞세워 선동을 시작했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계단으로 올라와 학생들을 밀치기 시작했다. 수적 열세와 폭력 사태를 우려한 학생과 동문들은 “내란 세력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평화적으로 대응했지만, 극우들이 완력으로 밀어붙이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서울대 탄핵 반대 집회 주도 세력의 정체는?
서울대 집회를 취재하러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려 이동하던 중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서너 명의 청년을 발견했다. 이들은 지리에 어두운 듯 서울대 캠퍼스행 버스 노선을 찾아 헤매다 주변의 안내로 버스를 탔다. 함께 올라타 교내 자연대 정류장에 하차했는데, 이들은 집회 장소를 못 찾아 두리번거렸다. 외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동원되고 있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성조기를 든 노인들도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들에게 서울대 학생이거나 동문인지 물었지만, 돌아온 답은 “윤석열 석방”이었다. '왜 서울대 집회에 왔느냐'는 질문에도 “좌익 척결“이라는 구호가 돌아왔다. 선글라스를 쓰고 ‘ROTC 애국 동지회’라는 깃발을 든 노인들도 합류했다.
서울대에서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를 기획한 세력은 누구일까? 극우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국힘 갤러리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트루스포럼이 ‘참존교회’와 연계해 준비한 집회였다. 참존교회는 서울 등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는데, 특히 영남 쪽에 많이 있었다. 서울대 집회 중에 교회 예배를 떠올리게 하거나 방언하는 사람이 상당수 눈에 띄었는데, 참존교회 신도들이 대거 동원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내란 옹호 극우 세력들의 민주화 상징 조직적 침탈
외부 극우 세력 300여명은 집회 도중 유독 “서울대가 탄핵 반대 깃발을 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석열 내란을 지지하는 교회 신도 등 극우 세력에게 민주화 투쟁의 본산인 서울대에서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극우적 믿음과 향후 정치 투쟁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인사에게 “왜 서울대 출신이 아닌 외부인들이 여기에 와서 집회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서로 다른 의견도 표출해야 한다. 탄핵 찬성과 반대 의견이 공존해야 한다”며 본질을 피해갔다. “그래도 대학을 이렇게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라는 원론적 얘기만 하고 자리를 피했다.
“17일 서울대에서 더 많은 인력 동원해 尹 내란 지지” 정치 선동장화 지속할 듯
서울대 학생과 동문들은 외부 극우세력의 침탈에 분노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촉구했다. 언론에선 참가 규모만 놓고 탄핵 찬반 집회가 대등하게 이루어진 것으 보도했지만, 실은 외부 극우 세력이 서울대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침탈한 반사회적인 작태에 다름아니다.
외부 극우세력은 17일 서울대에서 더 크고 강력한 윤석열 지지 집회를 예고했다. 15일 집회를 준비 부족으로 실패했다고 자평하고 더 많은 준비와 인력 동원을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대 학생과 동문들은 제반 민주세력과 연대해 외부 세력을 막아내기로 결의했다. 또한 서울대 민주광장이 극우세력의 정치 선동장이 되는 것을 허용한 서울대 총장에게 강력한 항의 의사도 전달하기로 했다. 서울대 교정을 극단적인 정치 투쟁의 장으로 만들려는 극우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인형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평가·금융VAN업무를 맡았고, 서울대 농생대에서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지금은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개인신용정보 분산화 플랫폼도 준비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관심사다.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면서, ESG코리아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