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뉴스] 중국 저가 공세에 트럼프 관세 압박까지…겹악재 맞은 K반도체 ‘초비상’
[2025년 2월 13일 뉴스버스 픽 경제뉴스] 은행 가계대출 두 달 연속 감소…“당분간 둔화 지속” 전망 내달 4일 대체거래소 출범…KRX와 복수 주식거래 시장 열려
1. 트럼프 車관세 10% 부과 유력…KB증권 "현대차·기아 영업익 4.3조↓"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재도약에 나선 한국 반도체 업계가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라는 악재를 만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반도체 수출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사실상 대체재가 없는 만큼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가뜩이나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앞으로 몇 주간 철강과 알루미늄은 물론 반도체와 자동차, 의약품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며, 그외 다른 두어 개 품목에 대해서도 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현재 회원국 간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협정에 반해 미국에 들어오는 반도체에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반도체에 부과될 관세의 세율과 적용 기준 등 구체적인 방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순히 상대국에 상응하는 관세 부과라면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들의 피해는 제한적이겠지만, 철강과 같이 보편 관세로 확장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달러를 기록했다.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7.5%로, 중국(32.8%)이나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는 낮다. 다만 미중 갈등 심화와 AI 시장 확대에 따른 미국의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2023년 3분기 누적 미국 매출액은 9조7,357억원(전체 매출의 45.4%)이었으나 2024년 3분기(누적)에는 27조3,058억원(전체 매출의 58.8%)으로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전체 매출 중 미국 비중도 13.4%포인트 상승했다.
업계에선 반도체 관세 부과에 따른 공급 단가 상승은 미국 빅테크에도 큰 부담인 만큼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를 저지하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기대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트럼프의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대선 과정에서 얘기했듯이 보조금을 주지 않고 세금을 부과해 미국에 반도체 제조시설을 짓게 하자는 것으로 반도체법을 미국 입장에서 효율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라인을 만들고 빅테크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자동차 수출이다. 역시 무관세가 적용돼 온 자동차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큰 현대차그룹과 한국GM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707억8,900만달러로, 이 중 대미(對美) 수출액은 49.1%인 347억4,400만달러에 달했다.
업계에선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에 대해 10%의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은 미국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한 반면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만 부과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똑같이 10%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한국에도 EU와 비슷한 수준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만약 이런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에 수출된 현대차·기아와 한국GM 차량은 현지 가격이 올라 판매 감소가 불가피하다. KB증권은 최근 내놓은 리포트에서 미국이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고,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매길 경우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각각 1조9,000억원, 2조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2. 가계대출 은행 4,000억↓·2금융 5,000억↓…주택거래 부진 등 영향
주택 거래 둔화와 계절적 요인 탓에 은행권 가계대출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2금융권까지 포함하면 지난달에만 9,000억원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이 12일 내놓은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40조5,00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5,000억원 줄었다. 두 달 연속 감소세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1조7,000억원 늘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2조1,000억원 감소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이날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 제2금융권까지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지난달 9,000억원 감소했다. 전달 2조원 늘어난 것에서 감소로 전환했다. 전체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3조3,000억원 증가해 전달보다 증가 폭이 소폭 축소됐고, 기타대출은 4조2,000억원 줄어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향후 흐름에 대해 “2월에는 기타대출 감소 폭이 줄면서 전체 가계대출은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긴 하겠지만, 주택시장 가격이 하락 전환했고 거래량도 줄고 있어서 전반적인 금융권 가계대출은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3. 대체거래소 NXT에 증권사 32곳 참여…위탁매매 서비스 경쟁 본격화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NXT)'가 내달 4일 출범하면서 한국거래소(KRX)와 함께 복수 주식거래 시장이 열린다.
금융감독원은 12일 한국거래소에서 유관기관과 함께 증권사 대체거래소 관련 업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제3차 합동설명회를 열었다. 복수 주식거래 시장이 개설되면 오전과 야간을 포함해 하루 12시간 주식 거래가 가능해지고 거래비용도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넥스트레이드는 정규 거래 앞뒤 시간에 프리마켓(오전 8시∼8시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30분∼8시)을 운영한다. 증권사들은 주식거래 복수시장 전환에 따라 투자자 주문을 가장 유리하게 체결해야 하는 '최선집행의무'를 부담한다. 투자자 주문을 처리할 때 가격·비용·체결 가능성 등을 고려해 양 시장 중 최선의 거래조건으로 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복수시장 도입을 계기로 단순한 주문전송 위주에 그쳤던 증권사의 위탁매매 서비스가 경쟁을 통해 보다 고도화될 수 있다. 증권사들은 최선집행기준 설명서를 작성해 이달 중 문자·알림톡 등을 통해 고객에게 교부할 예정이다.
넥스트레이드는 안정적인 거래시스템 구축을 위해 작년 11월부터 증권사와 유관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모의시장을 운영 중이다. 대체거래소 출범 초기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참여 의사를 밝힌 증권사들 위주로 우선 출범하고 이후 참여 증권사와 거래 종목을 차츰 늘리게 된다.
넥스트레이드 출범 당일 전체 시장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증권사는 15곳이다.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만 참여하다가 9월부터 전체 시장에 참가하겠다는 증권사가 13곳이며, 추가 준비를 거쳐 9월부터 전체 시장에 참여 계획을 밝힌 곳은 4곳이다. 거래 종목 역시 초반(출범 1~2주차)에는 변동성이 낮은 10개 종목을 시작으로 5주차에는 800개 종목까지 늘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