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이진우의 진술, 윤석열을 구해주지 않았다
이진우, ’봉쇄‘ 시인도 ‘침투’ 관한 침묵도 윤에 무익 이진우 “체포 지시 없었다”, 애초 수방사 아닌 방첩사의 일 물증과 증언에 포위된 여인형, 윤석열 구하기 불가능 尹, ‘여인형·이진우’에 책임 전가 포기… ’곽·홍’ 집중 공격
탄핵심판 변론을 거치며 윤석열 대통령측과 그 지지자들은 홍장원 전 국정원 제1차장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을 집중 공격한다. 반면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자기 편’이라고 알고 있거나 그리 떠든다. 김현태 707특임단장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리는데, 곽종근·홍장원과 같이 묶지는 않는 경우가 다수다.
그러나 김현태 증언만 해도 곽종근의 증언을 결정적으로 보완하는 부분이 있다. 곽종근은 일관되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서 인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들은 단어(기표)는 ‘인원’이고, ‘의원’은 그 뜻(기의)이다. 김현태는 기존 진술을 뒤집고 “곽종근에게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150명”이라는 단어는 들었다고 했다. ‘정족수’와 ‘150명’. 국회의원을 가리킨다.
이진우와 여인형도 윤석열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12.3 사태의 전체 구조부터 파악해보자. ⓪내란 세력의 대국회 임무는 봉쇄-침투-체포였다. ①수방사는 경찰과 함께 의원 출입을 봉쇄했다. 총기를 소지하지 않아도 인원수와 완력으로 가능하다. ②침투는 특전사 몫이었다. ③방첩사는 국회 활동 금지 등 포고령을 빌미로 몇몇 인사들을 체포할 계획이었다.
당시 수방사령관 이진우의 답변도 이 위에 포개졌다. 기본 임무는 시인하고, 거리가 먼 임무에 대해서는 ‘지시가 없었다’ 하고, 그 중간의 것은 답변을 거부했다. 첫째, ‘봉쇄’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지시고 적법인 줄 알았으니, 당연히 따랐다는 입장이다. 적법 지시였으니 대통령과 자신 모두 무죄라는 논리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자신은 죄가 있어도 ‘부화수행자’에 불과하며 결정적 책임은 윤석열에게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둘째,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지시가 있었는지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가정적 질문이 들어오자 ‘총을 들고 가지 않았다(이행할 수 없는 처지였다)’는 것을 내세웠다. 지시 자체가 들어오지 않은 것인지, 지시를 받았지만 하지 않은 것인지 여지를 두면서, 그 지시가 정당하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셋째, ‘체포’ 지시에 대해서는 “없다”고 일축한 다음 답변을 거부했다. 체포(“잡아들여”)는 국회 표결 저지(“끌어내”)와도 다른 것이고, 애초 수방사가 아니라 방첩사의 임무였다. 이진우가 체포 지시를 받지 않았다는 건 체포 작전이 없었다는 근거거 아니다. 이진우로서도 남의 일이니 직답할 만하다. 단, 체포 계획을 인지했는지, 체포 작전이 진척되었을 때 수방사가 거들기로 했는지 등 곤란한 질문을 받을 기회는 차단했다.
한편 여인형은 윤석열-김용현과 강하게 엮였으면서도 윗선에게 줄 카드도 마땅치 않은 신세다. 방첩사의 ‘체포’는 수방사의 ‘봉쇄’보다 더 파괴적이다. 계엄사령부는 구색이었으므로 윤석열-김용현과 가장 크게 엮인 주체가 방첩사이기도 하다. 또한 특전사가 갑자기 현장에 떨어져 혼란이 컸던 반면, 방첩사는 그보다 넉넉하고 정교하게 준비할 여유가 있었다. ‘부화수행’이라 우겨볼 요지가 없다.
윤석열이 홍장원을 공격해 체포 작전을 부정하는 것도 소용 없는 짓이다. 여인형도 경찰청장 조지호에게 ‘특정 명단’에 대한 위치 파악을 요청했다는 건 인정했다. 방첩사 관계자들끼리 오고 간 메시지(‘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체포’)들은 물증이다. 여러 중간 간부들의 증언도 일치한다. 체포 명단 내용, ‘1조는 이재명, 2조는 한동훈’이라는 순차적 체포 계획, 여인형이 든 체포 사유는 ‘포고령 위반’이라는 것, 수사에 대비한 여인형의 ‘허위 메모 작성’ 지시까지.
이진우와 여인형은 헌재에서 윤석열의 활로를 뚫어주지 않았다. 본인들이 뒤집어 쓸 수는 없으니까. 윤석열은 이진우와 여인형에게 도움받은 척하며 ‘같은 편’인 것처럼 해두고, 곽종근과 홍장원만 집중 공격한다. 그래야 ‘윤석열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는 거짓 줄거리를 마저 써내려갈 수 있다. 윤석열의 목표는 헌재의 탄핵 기각이나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아니다. “좌파 사법카르텔에 누명을 썼다!”고 지지 여론 확대와 사면을 노릴 수 있을 뿐이다.
최근 윤석열은 ‘경고성 계엄’이란 간판을 슬그머니 내리고, ‘계고’와 ‘국민에게 알릴 목적’을 강조했다. ‘경고’가 폭동의 요건인 ‘다수인의 폭행과 협박’ 중 최소한 ‘협박’에 해당할 소지가 있음을 깨달은 것일까. 그러나 이런 시도도 소용이 없다. 윤석열은 책임을 전가했다가 반격에 고립될 수 있는 위험을 피해서, 아랫선을 향한 유화책으로 ‘병력 출동’ 지시와 ‘포고령 검토’는 인정했다. 병력 출현과 포고령 내용은 극명한 협박이지 않은가.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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