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곽종근의 솔직한 헌재 증언, 尹 탄핵 인용 굳혔다
尹, 시종일관 잡범식 변론에 부하 탓, 궤변 尹, ‘탄핵공작’ 음모론은 최후의 세몰이 …헌재 신속 결정해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던 5, 6차 변론기일이 끝났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할 중요 인물들이 차례로 증언대에 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증언에 나선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김현태 특전사 707 특수임무단장의 증언으로 탄핵 재판의 향배는 사실상 결정되었다. 윤석열 측은 온갖 궤변과 억지 논리를 동원해 불법 계엄을 엄호했지만, 불법적으로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는 사실은 객관적으로 입증됐다. 탄핵을 인용할 증거는 이미 확보됐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가장 큰 쟁점은 국회에 특전사를 투입한 윤석열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여부였다. 곽 전 사령관은 "분명히 그렇게 들었다"고 윤석열의 면전에서 증언했다. 김현태 특임단장도 곽 전 사령관에게서 “(의원이) 150명 넘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겠냐”고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윤 측 변호인들은 두 사람을 상대로 그런 사실을 부인하도록 추궁하고 유도했다. 특히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이 계엄 직후와 달라진 것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최초에는 윤석열의 전화를 받은 것이 한 차례라고 했다가 두 차례라고 말한 것과 국회 본회의장에 있는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을 때 들었다는 말이 ‘의원’이라고 했다가 ‘요원’이나 ‘인원’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일부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의심을 제기함으로써 진술 전체의 신뢰성을 무너뜨려 국회 투입 지시 자체를 없었던 일로 만들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곽 전 사령관은 일관되게 윤석열이 국회 내로 군을 투입하고, 또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을 증언했다. 야당과 국민에 대한 경고성 계엄이고, 오래 끌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 사령관들은 "질서 유지"나 그런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심지어 계엄 해제가 결의된 후에도 철수 명령을 내리지 않았으며,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선관위에 병력을 재투입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증언했다. 윤석열은 또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 전화해 다 잡아들이라고 한 대상도 정치인들이 아니라 간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 격동의 순간에 뜬금없이 격려 전화를 해서 간첩을 잡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역사에 기록될 망언이다.
곽 전 사령관의 말이 조금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후 맥락을 보면 진술 변화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군 지휘관은 상부의 명령을 받으면 그것을 자신이 먼저 이해하고 실행 방향과 방법을 결심한 뒤 전장에 구체적으로 지시한다. 당시 곽 전 사령관은 어지러운 상황에서 자신이 들은 말이 인원인지, 의원인지, 요원인지를 따지기보다 명령의 핵심 메시지에 집중한 끝에 ‘의결 정족수가 되지 않게’ ‘국회의원들을’ ‘본회의장 밖으로 끌어내라’고 이해한 것이다. 그러니 곽 전 사령관이 끌어내라고 한 대상이 의원인지 자신들의 부하인 요원인지를 혼동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당시 곽 전 사령관은 마이크를 켜 놓은 채 지시를 했기 때문에 예하 부대 전체로 지시사항이 전달됐다고 한다. 그걸 찾아보면 진실은 다 드러날 일이다. 한낱 지엽말단을 건드리는 말장난으로 말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은 윤석열과 변호인, 국민의힘이다. 대통령다운 모습은 간데 없이 어떻게 해서든 감옥행을 피하려는 처사가 딱하다. 일반 형사재판을 받는 잡범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윤석열의 치졸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른바 ‘메시지(내용)’를 바꾸기 어렵게 되자 ‘메신저(말하는 사람)’를 공격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홍 전 1차장과 곽 전 사령관 두 사람의 말이 바뀐다느니, 정황상 맞지 않는다느니 끊임없이 새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 등 체포 대상 명단 작성 경위나 실제 체포조 운용 사실은 넉넉히 입증됐다. 오히려 계엄 해제 후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사후 은폐 작업이 부하 장교들의 진술로 드러난 판이다. 궁지에 몰리자 윤석열은 6차 변론기일에서 발언권을 얻은 뒤 홍 전 국정원 차장과 곽 전 사령관을 상대로 ‘탄핵공작’ 의혹을 제기했다. 두 사람이 계엄 사흘 뒤부터 민주당과 짜고 공작에 나서 자신을 탄핵하려 한다는 것이다. 또다시 피해망상과 억지가 시작됐다.
윤석열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없지만, 그 행태가 마지막 선까지 다 넘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공격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문형배와 이미선, 정계선 재판관과 가족의 정치적 성향을 거론하며 제척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지지자들을 부추겨 헌재 재판의 정당성을 흔들려는 속셈이다. 헌재 재판에 대한 불복을 조장하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대통령이기를 포기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윤석열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시간벌기다. 야당의 공작 프레임과 각종 음모론을 만들어 지지세력을 규합해 여론 몰이로 판을 뒤엎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은 말을 하면 할수록 거짓만 드러낼 뿐이다. 윤석열은 곽 전 사령관이 국회 내에서 끌어내라고 한 사람들을 ‘인원’이라고 표현하자 “나는 사람이라고 하지 인원이라는 말을 쓴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그는 이 말을 연설문 등에서 여러번 쓴 것으로 드러났다. 거짓말을 예사로 하는 사람은 바로 윤석열 자신임을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은 계엄 후 대국민 담화문에서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히 맞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부하 탓과 잡범식 대응을 중지하고 떳떳하게 계엄을 선포한 이유와 전말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옳다. 그것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선택받았던 사람으로서 덜 치욕스러운 최후를 맞는 유일한 길이다. 헌재도 하루빨리 재판을 끝내야 한다. 윤석열과 그 변호인들의 억지와 궤변을 더 들을 이유가 없다.
이중근은 경향신문에서 34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2024년 퇴직한 뒤 뉴스버스 등에 칼럼 등을 기고하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경향신문 편집국에서 정치(정당·외교안보·총리실·중앙선관위·청와대), 사회(경찰·검찰), 국제부를 거친 뒤 논설실장·논설주간으로 경향신문의 논평을 책임졌다. 국가의 정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수립되고 집행되는지를 관찰한 것을 소중한 경험으로 여긴다. 글의 무거움을 절감하며 정파적 보도를 지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하자’는 게 '신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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