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윤석열 앞에서 "尹, 싹 다 잡아들이라고 지시했다" 증언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탄핵심판 5차 변론 증인출석

2025-02-05     이진동 기자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재판 5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나온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석열의 면전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로부터 정치인 체포와 관련해 직접 지시받았다고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증언에서 “(윤석열이) ‘싹 다 잡아들이라,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국군방첩사령부를 도우라'고 말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홍 전 차장은 다만 "누구를 잡아들여야 하는지는 전달받지 못했다"며 이를 파악하기 위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했다고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이 사용한 정확한 워딩(단어)이 체포조가 맞느냐', '체포 대상을 검거 후 방첩사 구금 시설에서 감금해 조사할 예정이라는 얘기를 들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또 여 전 사령관이 불러주는 체포 명단을 받아 적었다며 "적다 보니 이게 뭐지, 생각이 들어서 뒤 내용은 반 정도 적다가 추가로 적지 않았고, 나름대로 기억을 회복해 적어 보니까 14명, 16명 정도 됐나(하고)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이날 국회 측은 홍 전 차장과 윤석열, 여 전 사령관의 통화 기록도 공개했다.

국회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이 비상계엄 당일인 12월 3일 오후 8시쯤 홍 전 차장에게 전화했으나 홍 전 차장은 받지 못했고, 오후 8시 22분쯤 홍 전 차장이 다시 윤석열에게  전화해 20초간 통화했다. 이때 윤석열이 “1∼2시간 이후 중요하게 할 일이 있으니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홍 전 차장은 전했다.

이후 윤석열은 오후 10시 53분쯤 홍 전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1분 24초간 통화했다. 홍 전 차장은 윤석열이 이 통화에서 "싹 다 잡아들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은 이후 10시 58분쯤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48초간, 11시 6분쯤 다시 전화를 걸어 2분 47초간 통화했다. 첫번째 통화에서는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고, 두번째 통화에서는 체포 명단을 불러줘 받아적었다고 홍 전 차장은 증언했다.

윤석열은 홍 전 차장의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의 통화에 대해 '격려 차원에서 전화한 것'이라며 "계엄 사무가 아닌 간첩 검거와 관련해 방첩사를 도와주라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이 밤 11시에 국정원 1차장에게 전화해 ‘격려’를 하고, 특정 간첩 사건이 없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간첩 검거’를 도우라고 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1도 안되는 해명이다.

윤석열은 오히려 “탄핵부터 내란 프로세스가 조태열 원장이 해임한 이튿날인 12월 6일 홍 전 차장의 메모가 더불어민주당 측에 넘어가면서 시비가 된 것”이라며 홍 전 차장에게 정치적 의혹을 덮어씌우는 시도까지 했다.

홍 전 차장은 심판정을 나서면서 “이번 기회에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힘든 일이라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