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이재명 막으려다 자신의 길부터 끊었다

체포조 문제를 ‘윤-한 갈등’ 거래감으로 삼아  '6개월 내 하야'론, 이재명 재판 기간 계산 가능성 이재명 다음에 자신이 될 수 있는 가능성 날려 

2024-12-09     김수민 정치평론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김 중 왜 김종필만 대통령이 되지 못했는가. 1969년 3선개헌에서 대통령 편에 섰고 유신의 국무총리에 그쳤기 때문이다. 3선개헌 반대에서 두각을 보인 김영삼과 김대중은 훗날 대통령이 되었다. 김종필이 3선개헌에 반대했다면 민주화 지지 시민의 폭을 넓히고 보수적 민주파의 대표로서 김대중, 김영삼에 앞서 대통령직에 다가섰을 것이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한 직후 한동훈은 “국민과 함께 막겠다”는 선언으로 과거사에 없었던 새로운 길을 가는 듯 보였다. 야당 의석만으로 계엄을 해제하기에 충분했으니 한동훈에게 캐스팅 보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의 선언은 곧바로 계엄의 기세를 꺾는 효과를 냈고 많은 국민들이 덜 불안해 할 수 있었다.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을 겨눈 체포조가 운영된 정황이 드러나자, 한동훈의 이니셔티브는 극대화되었다. 계엄군이 국회의사당에서 체포하려던 대상은 결코 그 세 사람일 리 없었다. 군경은 체포 과정을 뜯어말리는 여야 의원들을 현행범으로 몰아 체포함으로써 계엄 해제 표결을 무산시키려 했을 공산이 있다. 하지만 이런 중대 사태 직전까지 갔다온 한동훈은 체포조 문제를 ‘윤-한 갈등’에서 우위를 점할 거래감으로 썼다. 

윤석열을 대통령 직무에서 배제하고 한덕수 국무총리-한동훈 여당 대표 투 톱으로 국정을 꾸려가겠단다. 그게 가능하다면 그냥 윤석열을 탄핵해 직무를 정지시키면 그만이다. 왜 저러는지 속이 너무 빤하다. ‘6개월 내 하야’ 이야기가 나온다. 이재명 허위사실공표죄가 확정될 때까지 대선을 미루겠다는 심산이다. 공직선거법 재판 관련 대법원의 원칙이 ‘고등법원 3개월-대법원 3개월’이다.

원심이 확정되면 이재명은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겠지만 대중과 정치권이 이를 납득하는 수준은 낮을 수밖에 없다. 첫째, 허위사실공표는 이재명의 다른 혐의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다. 대중 입장에서는 제3자 뇌물이나 배임 혐의에 대한 판결은 나와야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지지 또는 용인할지 말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다. 

둘째, 대중은 ‘야당 인사 이재명’에 대한 판결과 ‘대통령 이재명’에 대한 판결을 적지 않게 달리 본다. 자신이 사실관계나 법리를 학습해서 결론을 내리는 사람도 있고 내용을 잘 몰라도 사법부의 판결을 일단 신뢰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치 구도에 따라 판단을 하는 사람도 많다. 단적으로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한 여론에도 변화가 있다. 야당 대표인 지금의 여론은 여당 대선 후보일 때보다 한결 너그럽다. 

유죄 판결이 난다고 해도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판결이 나야 대중적 수용성이 최대화된다. 한동훈은 자기 입으로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되면 해오던 재판은 계속된다고 헌법 제84조를 해석한 바 있다. 설령 사법부가 재판 중단쪽으로 해석해 대통령이 퇴임 이후 재판을 받게 된다고 해도, 논란과 의혹이 재임 중에 없어질 수는 없다. 이재명 다음 차례가 한동훈일 수 있다는 이치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가. 

윤석열이 계엄을 저지른 이상 대선 주자 중 단독 1위로 질주해온 이재명이 조기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고, 대통령이 된다면 그것은 거스를 수 없는 국민의 선택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국민에게는 정상에 올려놓고 검증하는 방법이 남아 있다. 일반사면제도(국회의 의결을 받아 특정 범죄 사범을 모두 사면하는 것으로 선고 이전 피고인의 공소도 소멸시킬 수 있다)를 악용해 셀프 사면을 하는지 마는지까지도 말이다. 

12.3 사태 당시의 그림은 ‘다음은 이재명이더라도, 다다음은 한동훈일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이었다. 한동훈은 그러나 이재명을 막으려다 자신의 길부터 끊었다. 김종필처럼 되지도 못할 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출신으로 대선에 도전했던 인사들로는 박정희, 허정, 고건, 황교안 등이 있는데, 박정희야 이미 권력을 접수한 터였고, 허정은 1963년 대선에서 중도 사퇴했으며 고건과 황교안은 대선 후보도 해보지 못 했다. 

오늘의 한동훈은 그가 법무부장관직을 수락했을 때 이미 예고된 것이기는 하다. 훌륭한 인물이었다면 검찰에 남았을 테고 윤석열을 수사하게 되었을 것이다. 법조인으로든 정치인으로든 자수성가해서 역사적 인물로 남는 것이다. 그는 결코 그럴 선택을 할 수 있는 위인이 아니었다. 물 들어오면 노 젓는 데 여념이 없는 자, 그의 노는 부러지게 되어 있다. 

앞으로 대중은 한동훈이 민주당 집권을 조금도 견딜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인지 주목할 것이다. 그는 여전히 고발사주 사건 전날 손준성, 권순정과의 단체채팅방에서 전송한 60여장 이미지 파일의 정체에 대해, 딸이 부정한 방법으로 만든 스펙을 MIT 대학 입시에서 활용했는지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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