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뉴스] 기업 절반 ‘내년 긴축경영’…대기업 경기 비관 9년 만에 최고

[2024년 12월2일 뉴스버스 픽 경제뉴스] 11월 수출 증가율 1.4%, 올들어 최저…한국 경제 버팀목 수출에도 ‘경고등’ '경제허리' 덮친 내수 부진…40대 가구 사업소득 역대 최대폭 감소 민주당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동의…상속·증여세법은 부결"

2024-12-02     고재학 기자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3분기 소비지출에서 의류 비중이 역대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다. 도소매 자영업 비중이 큰 40대 가구의 사업소득도 역대 최대폭 감소했다. (사진=연합뉴스)


1. 경총 조사서 49.7% "내년 긴축경영'…4대그룹 중심 구조조정 본격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경기 한파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국내 기업의 절반가량이 긴축경영 기조를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부터 시작된 기업들의 조직 개편,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움직임은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30인 이상 기업 239개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49.7%가 경영 기조를 '긴축경영'으로 정했다고 답했다. 이 응답 비율은 2019년 조사 이래 6년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내년 긴축경영을 하겠다고 밝힌 비율은 61.0%로, 2016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경기 사이클에 따른 침체에 더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위기감은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이미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조직 개편을 통한 슬림화, 사업부 매각, 임원 감축,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를 11월 말로 앞당겨 올해 부진했던 반도체 사업 부문의 사령탑을 교체하는 등 조직 효율화를 단행했다. 또 외신에 따르면 호주와 남미, 싱가포르 등에 있는 자회사의 영업·마케팅 직원 15%와 행정 직원 30%가량을 감축할 방침이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맞춰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고, SK렌터카 등 비주력 사업을 매각했다. 임원 수 단축 등 고강도 쇄신 인사도 예고했다. SK온과 SK텔레콤은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LG그룹 계열사 중에선 LG헬로비전와 LG디스플레이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롯데그룹의 롯데온과 롯데면세점, 신세계그룹의 G마켓과 SSG닷컴, 신세계디에프 등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경총 하상우 경제조사본부장은 "내수 부진, 높은 인건비 부담에 보호주의 확산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긴축경영 기조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2. 반도체가 이끈 11월 韓수출…對美·對中 수출 마이너스 전환 우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4개월 연속 둔화하고 대미·대중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다만,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역대 11월 중 최고 수출 기록을 다시 쓰며 한국 수출을 강하게 이끌고 있어 연말까지 수출 우상향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1월 한국 수출은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1.4% 증가한 563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역대 11월 중 최대 실적이자 작년 10월 이후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무역수지 역시 56억1,000만달러 흑자로, 작년 6월 이후 18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지속했다.


주력인 반도체가 역대 11월 중 최대 실적인 125억달러를 수출하며 한국 최대 수출 품목의 자존심을 지켰다. 반도체는 11월 한국 전체 수출의 22%를 혼자 담당했다. 반면 자동차는 작년 같은 달보다 13.6% 줄어든 56억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 부품 업체의 파업과 임금협상 지연으로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생산 자체가 감소했고, 폭설과 강풍 등 기상 악화로 수출 차량 선적이 지연된 영향이다. 

15대 수출 주력 품목 가운데 반도체(30.5%), 컴퓨터(122.3%), 선박(70.8%), 바이오헬스(19.6%), 철강(1.3%) 등 5개는 수출이 작년보다 늘었지만, 자동차(-13.6%)를 비롯해 자동차 부품(-8.0), 디스플레이(-22.0%), 무선통신기기(-3.3%), 일반기계(-18.9%), 석유제품(-18.7%), 석유화학(-5.6%), 가전(-13.9%), 섬유(-3.8%), 이차전지(-26.3%) 등 10개는 감소했다.


특히 11월 수출 증가율이 작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1.4%를 기록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출 증가율은 올해 1월 18.2%로 최고점을 찍은 뒤 등락을 반복하다가 7월 13.5%에서 8월 10.9%로 꺾인 뒤 9월 7.1%, 10월 4.6%, 11월 1.4%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양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도 걱정스럽다. 대중 수출은 113억달러로 작년보다 0.6% 줄면서 9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고, 대미 수출은 104억달러로 작년보다 5.1% 줄면서 15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이 끊겼다. 대중 수출의 경우 중국 경제 침체 영향이, 대미 수출은 자동차 및 일반기계 수출이 둔화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3. 서민들 옷·신발부터 안 샀다…소비지출에서 의류 비중 역대 최소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3분기 소비지출에서 의류 비중이 역대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우리 경제의 허리인 40대 자영업자 소득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7,000원으로, 이 가운데 의류와 신발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감소한 11만4,000원이었다. 소비지출에서 의류와 신발 비중은 3.9%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40대 가구의 3분기 사업소득은 107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16만2,000원(13.1%) 감소했다. 2006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재화 소비 중심으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자 도소매 자영업 비중이 높은 40대 가구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40대 가구 사업소득은 엔데믹 이후 2년 연속 증가하며 지난해 3분기 123만6,000원까지 늘었지만 3년 만에 다시 큰 폭으로 뒷걸음질쳤다. 경제 활동이 활발한 연령대인 40대의 소득 감소는 급격한 소비심리 위축, 경제 역동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40대에서 사업소득이 부진한 배경으로는 도소매업 등 재화 소비 중심으로 소비 부진이 장기간 계속되는 점이 꼽힌다. 40대 자영업자 115만2,000명 중 가장 많은 23만3,000명(20.2%)이 재화 소비와 관련 있는 도소매업에 몰려 있다.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2022년 2분기(-0.2%)부터 꺾이기 시작해 올해 3분기까지 10개 분기째 줄고 있다. 1995년 이래 가장 긴 감소세다.

4. 민주당, 배당소득 분리 과세는 ‘초부자 감세’ 완결판…반대 입장 변함없어

더불어민주당이 1일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간 민주당은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되 공제한도를 상향하는 안을 추진했지만, 예산부수법안 협상 과정에서 정부·여당 주장대로 유예에 합의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대해 깊은 논의를 거친 결과, 지금은 추가적 제도 정비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며 2년 유예 동의 입장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정한 예산 부수법안과 관련해선 "정부가 발의한 법안이 13개인데 이 중 여야간 쟁점이 없는 8개 법안에 대해서는 내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라며 "5개 법안에 대해서는 처리 방향에 대해 오늘 추가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부결할 생각이며, 배당소득 분리 과세는 ‘초부자 감세’의 완결판으로 반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