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월은 '야구 플레이오프 열풍'
미국의 국기…전성기 지났지만 열성팬 지지기반 튼튼 한인 전국구팀 LA다저스 월드시리즈 2연패 여부 관심
미국에서 '옥토버 페스티벌'(10월 축제)은 크게 두가지를 의미한다. 독일계 주민들의 맥주 잔치와 월드시리즈를 포함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가 그것이다.
미국의 국기로 불리는 야구는 전통적으로 한국인들도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으로 꼽힌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추세다. 여성 야구팬도 폭발적으로 늘었다.젊은 데이트족들이 야구장에서 치킨과 맥주를 나누는 장면은 이제 한국사회의 커다란 흐름이 됐다.
물론 축구 파워도 무시할수 없다. 21세기 첫 아시아 월드컵을 19년전 일본과 공동개최하며 4강 신화를 창조하기도 했다. 현재 이란에 이어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위를 유지하며 내년 10회 연속 본선행이 유력시된다. 그렇지만 꾸준한 대중적 관심도에서는 아직 야구가 앞선다.
'가을의 고전'(Fall Classic)으로 불리는 메이저리그(MLB) 야구 플레이오프가 한창이다. 영국에서 라운더스(rounders)라는 명칭으로 시작됐지만 북미대륙에서 현재의 룰이 정착되며 미국이 종주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30개 구단이 6개월간 팀당 162경기를 소화한뒤 10개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 곧 4강전에 돌입한다. 보스턴 레드삭스-휴스턴 애스트로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LA다저스(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모두 대도시 연고지인데다 비교적 최근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명문구단들이다. 지역 안배도 황금분할이 됐다.
지난해 시즌은 코로나 후유증으로 60경기 단축시즌으로 치러졌다. 다저스가 탬파베이 레이스를 꺾고 32년만에 통산 7번째 정상에 오른 제116회 월드시리즈는 중립지대인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무관중으로 치러져 열기가 떨어졌다. 5%대의 TV 시청률과 1000만명 미만의 전국 평균 시청자 숫자는 모두 역대 결승전 최저 기록이다. 8개월전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프로풋볼(NFL) 단판 결승 '수퍼보울'이 50%에 육박하는 시청률과 1억명 이상의 시청자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인 셈이다.
한국 상황도 비슷하지만 미국 역시 모바일-컴퓨터-각종 전자기기에 익숙한 청소년층은 참을성이 떨어진다. 그 대신 속전속결식의 '빨리빨리' 템포를 선호한다. 공 하나 던지고 인터벌이 길어지는 야구는 지루하다며 외면한다. 대신 농구-풋볼-아이스하키-컴퓨터 게임 같은 속도전을 즐긴다. 전성기가 지난 야구팬 연령이 점점 높아지는 이유다. 베이브 루스가 활약하던 100여년 전에는 야구 인기가 '압도적 1위'였다. 80년대까지도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지금은 아마추어 대학풋볼-농구(NCAA)에도 밀리는 신세가 됐다. 위기의식을 느낀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측은 내년 시즌부터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16개로 확장하는데 합의했다. 16강 체제는 전체의 절반 규모로 프로농구(NBA)-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와 똑같다.
상황에 따라 버리는 경기가 많은 정규전보다 정예멤버로 매경기 총력전이 불가피한 포스트시즌을 늘린 것이다. 이유는 팬들의 관심 회복과 돈 때문이다. 플레이오프 입장권 가격은 정규전의 몇배지만 손쉽게 매진된다. 심지어 경기장내 식음료비와 주차비도 바가지를 씌운다. 이중 술값이 가장 비싸다. 방송 중계비용, 광고료, 관련 기념품 판매량도 껑충 뛴다. 또 정규시즌과 달리 모든 경기가 50개주 전역에 생중계 되며 관심이 커지고 전국구 깜짝스타 탄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물론 '1등을 목표로 꾸준히 열심히 해도 무슨 소용인가, 어차피 절반이 올라가는데'라며 평소 적당히 플레이하는 부작용도 생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팀에게 우승 기회를 부여해 관심을 끌자는 고육지책이 나오게 됐다. 보수적이던 야구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진 것이다. 아직 백인층을 중심으로 한 열성팬들의 지지 기반은 튼실한 편이다.
전통의 명문 뉴욕 양키스가 10년 이상 주춤하는 사이 서부의 LA다저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2020년대 최강을 자임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우승팀 다저스는 9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출전하며 구단 신기록을 이어갔다. 최근 10년사이 3번이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등극한 자이언츠는 올시즌 다저스를 조2위로 밀어냈다. 두 팀 모두 올해 100승 이상을 달성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15일(한국시간)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디비전 시리즈 최종 5차전 승자인 LA다저스가 애틀랜타를 제치고 월드시리즈에 나갈 것으로 예견했다.
다저스(Dodgers)는 138년전 뉴욕 브루클린에서 창단됐다. 그 당시 돈을 내지않고 경전철로 뛰어가 홈구장인 이벳츠 필드까지 공짜로 탑승하는 손님들 때문에 '날쌘돌이' '무임 승차자'란 별명을 얻었다. 이것이 63년전 LA로 옮겨온 뒤에도 팀 이름으로 굳어졌다. '병역-세금 기피자'란 의미로도 통한다. '다지 볼'은 몸을 피하는 '피구' 종목이란 뜻이다. 90년대 박찬호-2010년대 류현진 투수가 활약하며 한국인들의 빅리그 전국구팀으로 사랑받고 있다. 일본 야구팬들도 노모 히데오-다르빗슈 유-구로다 히로키-마에다 겐타-사이토 다카시-이시이 가즈히사가 거쳐간 다저스를 가장 좋아한다. 지난해 류현진이 캐나다의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떠나갔지만 한인 야구팬들은 여전히 다저스 중계를 즐겨본다. 다저스가 11월초 타이틀을 방어하면 45년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2연패에 성공한 내셔널리그 팀이 된다.
한편 1962년 완공된 다저 스타디움은 펜웨이 파크-리글리 필드에 이어 3번째로 유서 깊은 야구장이다. 차이나타운과 붙어있으며 수용규모는 5만4000석으로 미국에서 단연 으뜸이다. 20만명이 거주하는 LA 코리아타운 동북쪽 8km 샤베스 러빈 계곡에 자리잡았다. 4차례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결승전도 모두 이곳에서 소화했다.
내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과 7년뒤 LA올림픽 야구도 이곳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비틀즈-롤링 스톤스-비지스-키스-엘튼 존-비욘세-마돈나-사이몬&가펑클-이글스의 공연과 교황 요한 바오로2세의 미사집전도 열렸다. 박찬호-류현진이 선발 등판하던 때에는 3000명 이상의 한인이 찾는 관광 필수 코스였다. 지금은 좌완 훌리오 우리아스를 응원하는 멕시코 팬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경기장내 다저스 박물관은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상징하는 기념품도 비치돼 눈길을 끈다. 가까운 장래에 또다른 한인 선수가 야구의 성지에서 활약하길 기대해 본다.
봉화식은 남가주대(USC)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중앙일보 본사와 LA지사에서 근무했다. 기자 생활의 절반씩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보냈다. 주로 사회부와 스포츠부에서 근무했으며 2020 미국 대선-총선을 담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영 김-미셸 박 스틸 연방 하원의원 등 두 한인 여성 정치인의 탄생 현장을 취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