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위증교사', 당연한 무죄...검찰·여당 국어·수학 낙제 수준

김진성, 논의 초반에 이미 이재명 주장에 호응 요구받은 것보다 ‘오버’해 위증하는 경우 무궁무진  회기 중 법정구속 불가능…'법정구속' 주장 주진우 법조인 맞나?

2024-12-02     김수민 정치평론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5차 국민행동의 날'에서 '윤석열을 거부한다' 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위증교사 1심 선고일인 11월 25일, 한 방송국 대기실에서 본 국민의힘 패널들은 당황하거나 씩씩거리고 있었다. 현재까지 파악하기로 시사방송 출연자 가운데, 11월 이재명 1심 선고에 관해 <백현동 관련 발언 유죄/고 김문기 관련 발언 무죄/위증교사 무죄>를 모두 예측한 사람은 필자밖에 없다. 필자는 비법조인이다. 그리 난이도가 높은 사건들이 아니라서 다른 많은 패널들이 보이는 태도를 납득할 수 없다. 

이번 위증교사 무죄 판결은 단지 이재명을 위한 판결이 아니다. 검찰과 국민의힘의 우격다짐을 사법부가 승인해주지 않음으로써, 앞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증언해주기를 타진하지만 위증은 바라지 않는’ 피고인과 변호인, 심지어 검사까지 줄줄이 위증교사죄에 걸려들 상황을 막은 것이다.

사실관계는 복잡하지 않다. 검찰이 유죄 증거로 내민 통화녹음파일이 무죄의 근거다. 처음에 통화녹음파일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유죄 가능성이 높을 거라 관측했고 나도 그랬다. 위증교사는 비교적 간단한 범죄고 물증까지 있다고 하니까. 나는 그러나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이 공개한 발췌본을 듣고는 “액기스는 따로 있나? 전체를 다 들어봐야 알겠다”며 판단을 유보했고, 나중에 전체 분량을 다 들어본 결과 아연실색했다. 이게 증거라고? 

‘김진성이 수차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이재명은 거듭 위증을 교사했다’는 주장은 허위 선동이거나 독해 부진의 결과다. 김진성은 2018년 12월 22일 대화 초반부터 이재명에게 호응한다. 이재명이 검사 사칭 사건을 두고 “(검찰도 KBS도 김병량도) 나한테 덮어씌우면 도움이 되는 사건이었던 거예요”라고 주장하자 김진성은 “그때 뭐 분위기는 사실은 굉장히 그렇게 가는 분위기였기 때문에요”라고 거들었다.

이재명이 김진성에게 기억을 넘어서는 증언을 요구한 일도 없다. 김진성이 자신의 경험상 한계에 관해 말하자 논의 후반인 2018년 12월 24일 통화에서 이재명은 “그때 전체 캠프의 분위기나 전해들은 이야기”를 요구한다. 김진성에게 맞춰준 수준이다. ‘당신이 김병량과 KBS 관계자의 논의 내용을 보고 들은 것은 아니지만, 접촉 사실과 캠프의 전체적 분위기는 얼마간 기억난다니까 그만큼 이야기해주면 된다’는 의미다.

이재명이 검사 사칭 사건에 관해 여러 주체가 자신을 주범으로 몰았다는 주장을 펴자(이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쟁점이 아니다), 김진성은 “사실은 굉장히 그렇게 가는 분위기였다”며 일정 부분 동조했다.
이재명은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이 나오길 바랐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억이나 사실을 넘어서는 부분을 요구하지 않았고, 최종적으로도 ‘전체적인 분위기’, ‘전해들은 이야기’를 요구한다. 김진성 본인이 밝힌 바에 맞춰준 것이다. 검찰이 통화 이후 별도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음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이 녹취록은 오히려 무죄의 증거다. 나중에 변론요지서를 보내주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 위증교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은 법조계에서 상식이다.


검찰과 국민의힘은 국어 독해에서 구멍이 났을 뿐 아니라, 수학과 논리학에서도 오류에 빠졌다. “위증인데 왜 교사는 아니란 말이냐”는 볼멘소리가 그렇다. ‘위증이 성립되지 않으면 위증교사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참이다. 그러나 ‘위증이 성립되면 위증 교사도 성립된다’는 거짓이다. 수학으로 표현하면 '~p->~q ≠ p->q'. 

김진성은 결과적으로 위증을 했다. 하지만 이재명으로서는 자신이 김진성에게 주문한 것이 김진성의 기억에 반한다는 것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검찰은 통화 이후 이재명측이 김진성을 회유하거나 압박했다는 근거나 정황도 제시하지 못했다. 김진성의 위증은 이재명의 교사에 따른 결과라 볼 수 없다. 

‘그럼 왜 김진성이 위증을 한 거냐’는 의문이 나온다. 궁금해서 묻는 것은 괜찮지만 그걸로 확증 편향을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첫째, 선제적 입증 책임은 ‘김진성이 이재명의 교사에 따라 위증을 했다’고 주장하는 쪽이 질 일이다. 둘째, 요구받은 것보다 ‘오버’하는 경우는 세상에 무궁무진하게 존재한다. 잘 보이고 싶어서든 인간적인 동정 때문이든 또다른 경우든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배경 지식도 부족했다. 김진성이 위증한 덕분에 이재명이 무죄를 받았었다고 잘못 알고 있다. 당시 판결문을 보라. 이재명은 단지 ‘허위사실공표가 아니라 의견을 표명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친형 강제입원’ 논란과는 달리) 1, 2, 3심 다 무죄를 받았었다. 결과적으로 김진성의 증언은 없어도 그만이었다. 지엽적 위증은 대법원 권고 양형 기준상 징역 10월 이하고 김진성은 벌금 500만원의 형을 선고받았다. 

여당은 이재명이 김진성에게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말한 것도 유죄 근거로 해석했다.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했다고 해서 위증교사가 아닌 것은 아니다’는 참이다. 가령 거짓을 사실이라 거듭 우기며 압박하면 위증교사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해달라”는 말 자체로 위증교사가 되지는 않는다. 국민의힘 논리대로면 “지어내지 말고 기억과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요구해도 죄가 된다.  

검사 출신인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법정구속을 예언했던 것도 황당한 일이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회기 중 구금은 체포동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소 전 구속뿐 아니라 법정구속도 구금이다. 국회법상 체포동의절차는 영장 발부 이전에 이뤄져야 하지만 법정구속은 영장 발부 절차가 없다. 고로 회기 중 국회의원 법정구속은 불가능하다. 주진우는 법 해석이 엉망인 법조인이자, 입법 미비에 무관심한 입법가다. 

국민의힘은 국어 영역, 수학 영역, ‘정치와 법’ 과목에서 모두 낙제를 받았다. 이제 무슨 과목이 남았나. 윤석열 대통령이 “영어 잘한다”고 칭찬했던 검사 출신 여당 대표가 있기는 하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2023년 3월 7일 『필로폰네소스 전쟁사』(한국어판)를 들고 유럽 출장길에 오르는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현 국민의힘 대표)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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