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매년 3,000억달러 기후 취약국 지원…COP29 합의

전 세계 국가, 연간 1조3,000억달러 기후재원 마련

2024-11-28     이인형 시민기자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 참석자들이 지난 23일 총회장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AP)


2024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9)에서는 선진국이 매년 3,000억 달러(약 421조 원)의 기후 지원금을 기후취약국(개발도상국)에 제공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이는 지난해 COP28에서 결정된 기후지원금 1,000억 달러보다 대폭 증가한 금액으로 개발도상국의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이 요구한 1조 달러에는 크게 못 미쳐 개도국의 불만이 고조됐다.

선진국들은 "관대한 합의"라 자평했지만, 선진국 일부에서도 “신흥국의 빠른 배출량 증가(지난 10년간 75%)를 고려하면 부유한 국가들의 신흥국에 대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이 부국과 빈국 사이의 오래된 불신을 심화시키고, 협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폭우로 인해 수 많은 기후 난민이 발생한 인도는 이번 협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COP29에선 선진국 부담 3,000억달러를 포함해 203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조3,000억달러(약 1,825조원)의 기후 재원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기후 재원은 기후 변화에 따른 피해 복구 비용, 에너지 전환 자금, 친환경 정책 추진 비용 등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원인과 그 결과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되는 자금이다.  

COP29는 198개 당사국 포함 국제기구, 산업계, 시민단체 등 당초 예상보다 많은 6만여 명이 참석했는데, 예정된 폐막일보다 이틀 늦은 24일 오전(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수 년째 지지부진 국제 탄소시장 기반 마련 

COP29의 주요 성과로는 수 년째 합의가 지지부진했던 국제 탄소배출권 시장과 관련한 세부 지침이 9년 만에 승인됐다. 이는 파리협정 제6조에 따라 국가 간 탄소 크레딧 거래를 활성화하고, 수천억 달러 규모의 탄소시장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 시장을 통해 개발도상국은 맹그로브 숲 조성 등으로 얻은 탄소 감축 실적을 크레딧 형태로 판매해 재원을 확보할 수 있고, 선진국은 이를 구매해 자국의 탄소 배출을 상쇄할 수 있다. 특히 아프리카는 이 시장에서 연간 1,000억 달러 규모의 탄소배출권 판매를 목표로 삼고 있어, 국제 탄소거래가 활성화할 경우 탄소배출권이 아프리카 최대 수출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메탄 배출량 47% 30개국 메탄 감축 선언에 서명

COP29의 9일 차였던 ‘식량·물·농업의 날’에는 유기성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을 줄이기 위한 선언이 이루어졌다.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47%를 차지하는 30개국 이상이 이 선언에 서명했으며, 이는 글로벌 메탄 감축 목표(2030년까지 2020년 대비 30% 감축)의 실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제르바이잔은 유엔환경계획(UNEP)과 협력해 가축 관리와 분뇨 시스템 개선을 목표로 하는 메탄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같은 날, 농업 부문 기후 대응 강화를 위해 "바쿠 하모니야 기후 이니셔티브"도 공식 출범했다. 이 프로그램은 농부와 농업 조직을 위한 정책 지원 플랫폼을 구축하며, 농식품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과 회복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COP총회 존속 위기론 속, 영국·중국의 부상

올해 COP29는 전 세계적 관심 저하와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 열리며 존속 위기를 겪었다. 참석자 수는 지난해 COP28의 절반에 그쳤고, G7 정상들 대부분이 불참했다. 특히 아제르바이잔의 개최 경험 부족과 석유·가스 중심 경제는 기후 회담 의제와 충돌을 일으키며 논란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가들은 기후 리더십을 강화하며 주목받았다. 영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5년까지 81%로 상향하겠다고 선언하며 탄소 감축 분야의 선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은 기후 취약국에 자발적 재정 지원을 약속하고, 기후 재원 규모에 대한 세부 정보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등 개도국 재정 지원에 관한 투명성을 높여 앞으로 더 큰 역할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