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해설] 대장동 사업은 토건 하이에나들의 ‘오징어 게임’이었다 

‘대장동 게임’ 설계자와 최후 승자는 누구?

2021-10-13     윤진희 기자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의 단초는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 회장과 나눈 대화 내용의 녹취록이다. 대장동 개발로 수천억 원을 벌어들여 돈을 나눠가진 ‘깐부(파트너)’가 검찰 수사 국면에서 서로에게 화살을 돌리는 모양새다. 

대장동 개발의 역사는 2005년부터 시작된다. 2005년 당시 국토교통건설부가 성남 대장 지구 개발을 결정하고, 2008년 대장동 일원 토지소유자들이 개발 추진위원회를 만들 무렵부터 토건족들이 대장동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이들 토건 하이에나들은 이후 먹잇감을 찾기 위해 경기도의 여러 개발 지역들을 기웃거리고, 발을 걸쳐놓기 시작했다. 

당초 성남시는 대장지구 개발을 대한주택공사(현 LH 공사)와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토건 하이에나들은 대장동 일대 토지와 빌라를 입도선매 하는 등 민간개발 요건을 갖춰 나가면서 민간개발 방식으로 전환 시키기 위한 로비를 벌인다.  

이 과정에서 사업을 주도하는 세력이 총 세 차례 바뀌었다. 자금 동원 및 로비 능력이 떨어지거나,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 받은 사업자들은 힘의 논리에 밀려 쫓겨났다. 천문학적 단위의 수익을 낸 대장동 개발사업의 흐름은 최근 글로벌 메가히트 행진 중인 ‘오징어 게임’의 스토리를 현실로 옮겨 놓은 듯 닮았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의 모습. (사진=뉴스1)

1. ‘파이널리스트’ 정영학‧남욱은 대장동 토건족 1세대 

대장 지구 개발이 결정된 2005년 이후 처음 대장동에 발을 들였던 토건족 1세대의 주축은 남욱 변호사와 부동산 개발업체 씨세븐 전 대표 이강길(52‧ 현 나우씨앤디)씨다. 남 변호사가 소유한 천화동인4호의 내력을 거슬러 올라가면 부동산 개발사 씨세븐에서 시작된다.

대장동 개발에 뛰어든 씨세븐 대표 이씨는 대한주택공사가 성남시와 공영개발을 추진 중이던 2009년 무렵 대장동 땅을 사들이고, 대장동 원주민들로 구성된 민간개발추진위원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민영개발 전환을 위한 로비 작업에 몰두했다.
 
이씨가 주축이 된 대장동 토건족 1세대 초기 멤버는 토지감정평가사인 민모(47)씨, 씨세븐과 업무협약을 맺었던 삼성물산 출신 분양대행사업자 김모(57)씨 등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민간개발 전환 시도는 지지부진했다. 

민간개발 전환과 토지매입을 위한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던 이씨는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를 ‘자문단’ 명목으로 영입한다.   

이씨가 정 회계사를 영입할 당시 정 회계사는 도시개발 사업 분야에서 상당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로 알려져 있었다. 정 회계사는 옛 대한주택공사가 발간한 재건축업무편람의 세무회계 부분을 집필할 정도로 재건축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었다. 이씨는 뉴스버스 기자와 만나 “정영학을 영입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개발 사업과 이익 분배 등 전 과정을 설계할 능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정 회계사의 역할은 외부에서 알고 있는 것처럼 ‘자산관리’와 ‘지주 작업’에 국한되지 않았다. 씨세븐 대표 이씨에게 자금조달과 공영개발 무산 로비를 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할 사람을 줄줄이 소개한 것도 바로 정 회계사다. 

민간개발 전환 추진을 위해 정 회계사는 2009년 7월쯤 씨세븐 대표 이씨에게 옛 한국토지공사 본부장 출신이었던 윤모(69)씨를 소개한다. 성남시청과 주택공사 로비를 위한 일이었다. 

자금 조달을 하지 못해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저축은행 대출을 알선할 금융브로커 조모(47)씨를 이씨에게 소개한 사람도 정 회계사였다. 이때 이씨와 연결된 조씨는 이씨에게 부산저축은행 돈 1,150억원을 포함, 저축은행에서 1,805억원의 부정 대출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10억 3,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대장동 토건족들에게 금품과 골프 접대 등을 받은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을 이씨에게 소개한 사람 역시 정 회계사다. 정 회계사는 이씨의 동업자격인 삼성물산 출신의 분양대행사 대표 김모(57)씨에게 최 전 시의장을 소위 ‘관리’하도록 했다. 민간개발 전환을 위한 포석이었다. 

이씨가 남 변호사를 자문단으로 끌어들인 이유도 ‘국회 로비’ 였다. “한나라당 청년부위원장이고,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의원과 보좌관들하고도 친분이 있다. LH 문제는 국토해양위원회에서 흔들면 되니 남욱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남 변호사를 영입한 것이다.

2. 대장동 토건족 1세대 이강길, 대출 만기 연장 못해 '탈락' 

대장동 토건족 1세대인 이씨는 LH공사가 성남시와 공영개발을 추진하는 중에도 대장동 일대 빌라와 토지 매입을 계속했다. 2009년 1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부산저축은행 등 11개 저축은행 대주단으로부터 대출한 1,805억원이 원천이었다.

이씨의 지주작업과 전방위 로비는 2010년 6월 결실을 맺는다. LH공사가 2010년 6월 돌연 성남시에 대해 도시개발구역지정 제안을 철회한 것이다. 이씨 입장에서는 땅 작업을 할 자금을 확보하고 민간개발로 전환할 기회를 맞이한 셈이었다. 그러나 성남시가 이씨 측의 사업제안을 거절하고, 2010년 12월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은 브릿지 자금 대출 만기가 도래하면서 이씨는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대출 만기 연장을 못한 이씨는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배제된다. 자금동원력이 없어 ‘탈락자’가 된 셈이다. 대장동 사업권은 이씨의 동업자이자 정 회계사의 지시에 따라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을 관리하던 삼성물산 출신 분양대행업자 김씨에게 넘어갔다. 

그런데 김씨도 대출 만기 연장을 위한 연대보증인이 되는 것을 거부하면서 남 변호사에게 쫓겨났다. 1800억 가량의 저축은행 채무는 씨세븐 대표였던 이씨가 거의 모두 떠안고 2011년 8월 사업권만 남 변호사가 갖게 된다. 자문단원으로 시작한 남 변호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질적 주체가 된 순간이다. 

3. 대장동 토건족 2세대 남욱, 검찰에 구속되면서 ‘탈락’ 
 
원조 개발업자인 이씨의 퇴출로 대장동 토건족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1세대 토건족이었던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는 계속해서 대장동 개발 사업에 관여한다. 

남 변호사가 사업권만 갖고 1800억원 가량의 채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씨는 “(남 변호사가) 어떻게 사업권을 갖고 가면서 채무 면제를 받을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이 무렵 남 변호사에게 행운 아닌 행운이 따른다. 1800억원의 채무는 남아 있지만, 채권자가 ‘공중분해’ 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출 만기 두 달 후 채권자인 부산저축은행 등이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로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그러니 부산저축은행은 사업권자인 남 변호사와 씨세븐 등에 채무변제를 독촉할 형편이 아니었던 셈이다. 

대검 중수부는 2011년 3월부터 6조원의 부실을 안고 있던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에 대대적으로 나선다. 대검 중수부가 밝힌 수사 사례들을 보면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책임이 있는 씨세븐 등도 사법처리 됐어야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씨세븐과 남 변호사는 사법처리 대상에서 빠졌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이씨가 해뒀던 지주작업을 토대로 대장 지구 민관공영개발을 추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최측근 인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본부장과 인연을 맺고 위례신도시 사업 등에도 참여해 수익을 거뒀다. 

이씨는 “남욱은 2011년도부터 나를 피해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욱, 정영학이 뒤에서 일을 꾸미고 저축은행 대출 알선을 한 조씨 등도 다 한통속이었던 것 같다”면서 “2010년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가) 유동규 본부장을 만나면서부터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 수사 3년 뒤 남 변호사에게 위기가 닥쳤다. 저축은행 부실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뒷마무리를 맡고 있던 예금보험공사가 부산저축은행 사건 부실 대출 건 가운데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씨세븐 대출 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이다. 

수사에 착수한 수원지검은 이씨와 이씨가 꾸린 자문단인 남 변호사, 삼성물산 출신 분양대행업자 김모씨, 감정평가사 민모씨, 금융브로커 조모씨, LH 공사 로비를 위해 영입한 한국토지공사 본부장 출신 윤모씨, 로비 대상이었던 국회의원 동생 신모씨 등을 대대적으로 수사해 재판에 넘겼다. 

당시 검찰은 이씨가 꾸린 자문단 5명 가운데 이씨, 삼성물산 출신 분양업자 김모씨, 감정평가사 민모씨 등은 공동피고인으로 기소하면서도 함께 지주작업 등 대장동 개발사업을 벌인 남 변호사 사건은 분리해 기소했다. 이씨에게 금융브로커와 로비 창구를 소개했던 정 회계사는 기소되지 않았다. 당시 남 변호사의 변호인은 박영수 전 특검이었고, 천화동인 6호 소유주인 조현성 변호사도 당시 남 변호사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남 변호사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씨는 징역 3년, 삼성물산 출신 분양업자 김씨는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감정평가사 민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저축은행 대출 알선을 해준 조씨는 징역 2년 6월, 한국토지공사 본부장 출신 윤씨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업권을 손에 쥐고 2세대 토건족을 이끌던 남 변호사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되면서, 주도권을 3세대 핵심인 김만배 화천대유 회장에게 넘기게 된다.

김만배 화천대유 회장이 지난 11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면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4. 최종 승자는 3세대 김만배?...정영학‧남욱의 반격
    수천억 추가 분양 수익 몫은 어디로?

남 변호사와 화천대유 김 회장의 연결고리는 천화동인 7호 소유주로 1,046만원을 투자해 121억 원의 수익을 거둬들인 배모 전 기자다. 남 변호사의 대장동 개발 사업에 초기부터 투자했던 배 전 기자가 언론사 선배였던 화천대유 김 회장을 남 변호사 등에게 소개했다.

배 전 기자가 남 변호사에게 김 회장을 소개한 시점은 토건족 1세대가 형성되던 2010년 쯤이다. 씨세븐 대표 이씨는 “2010년 무렵부터 김만배씨가 남 변호사와 대장동에 함께 나타나곤 했다”고 말했다. 

토건족 주변부였던 김 회장이 마침내 주도권을 쥐게 된 건, 정 회계사가 사업 구조를 설계해 실행에 착수할 무렵인 2015년 부터다.  

2015년 2월 대장동 개발사업의 입찰공고가 떴고, 같은 해 3월 ‘성남의 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 같은 해 6월에는 천화동인이 설립되고 7월에는 성남의뜰 법인 설립 등 대장동 개발 사업에 가속이 붙었다. 2세대 사업권자였던 남 변호사가 수원지검 수사로 구속돼 있던 딱 그 시기였다. 

2009년부터 공들여왔던 대장동 개발 사업의 결실을 눈앞에 둔 시점이었지만, 사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남 변호사는 2015년 6월 천화동인이 설립될 무렵 구치소에 수감됐다.

남 변호사가 옴짝달싹 못하는 타이밍에 화천대유 김 회장이 대장동 사업의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다. 뒤늦게 사업에 뛰어든 화천대유 김 회장은 사업수익과 천화동인 1호 배당금 등 6,000억 가량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토건족 1세대부터 활동했던 남 변호사는 배당금으로 약 1000억원 정도의 수익을 얻었다. 남 변호사가 벌어들인 돈도 막대한 액수지만, 화천대유 김 회장 수익에 비하면 1/6 정도 수준이다. 

대장동 개발을 노린 토건 하이에나들이 세대를 거듭해 진화하면서, 결국 최종 승자는 화천대유 김 회장이 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에 관여했던 토건족 1세대인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가 화천대유 김 회장을 상대로 반격을 시작했다. 

향후 분양 수익 등 추가적인 이익 배분이 이뤄질 예정이고, 화천대유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토건 하이에나들의 주도권 싸움에서 검찰 수사가 또 다시 ‘변곡점’이 된 셈이다. 

ⓒ뉴스버스

5. 대장동 설계자 정영학, 검찰 수사 밑그림까지 그렸나? 

민간업자들이 대장동 개발에서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정 회계사의 ‘설계’ 때문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라는 공공기관을 등에 업은 컨소시엄인 ‘성남의 뜰’을 설립하고, 지분율을 50% +1주로 설정해 이에 따른 이익 배분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한 사람은 정 회계사다.  

여권 대선 경선 국면에서 화천대유 논란이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 되자 정 회계사는 화천대유 김 회장과 나눈 대화를 녹취록으로 만들어 정치권 일부와 검찰에 제출했다.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는 ‘50억 클럽’ ‘로비자금 350억’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700억 약정설’ 등 화천대유 김 회장의 발언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을 제출한 정 회계사는 검찰에 ‘공익신고자’ 신분을 요청했지만 검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 수사는 ‘내부자’인 정 회계사가 그려 놓은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1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김 회장은 녹취록 내용을 적극 부인하는 데 주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이 조사 과정에서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가 정 회계사에게 유리하게 편집됐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그럼에도 정 회계사가 선제적으로 짜 놓은 프레임 안에서 방어하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남 변호사는 외교부가 여권 무효화 절차에 돌입하자 12일 JTBC에 출연해 귀국을 선언했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 담긴 화천대유 김 회장의 정관계 350억 로비설을 뒷받침하는 발언도 했다. 

성남 대장지구 개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장 지구의 대장 아파트인 SK 뷰테라스 등의 분양이 계속되고 있다. 대장지구 개발로 인한 수천억원대 추가 수익이 예상된다. 1세대 토건족인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가 검찰 수사를 기회 삼아 화천대유 김 회장으로부터 다시 주도권을 되찾아 오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