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김건희 '명품백·공천개입' 등 사과 거부..."팩트 갖고오라"

尹 '제 주변의 일' 사과 언급…뭘 사과했는지 '어리둥절' 尹 " (김 여사 잘못) 딱 찝어 가져오면 팩트에 대해 사과하겠다" 尹 "(김 여사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 굉장히 많아" '김 여사 직접 사과 의향' 묻자 尹 "사람관계 잘못은 내 책임"

2024-11-07     이진동 대표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 씨를 매개로 한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등 국정농단 의혹 등에 대한 사과를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7일 대국민 담화에선 “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렸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부터 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으나,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의혹에 대해 “팩트가 있으면 가져오라”고 사과 거부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사과’라는 단어를 언급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대해 사과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부산일보 기자가 “대국민 담화에서 ‘제 주변의 일’이라며 다소 포괄적이고 두루뭉술 사과를 했다”면서 “과연 대통령이 무엇에 대해 사과를 했는지 국민들이 어리둥절 할 것 같다. 보충설명해달라”고 질의했다.

윤 대통령은 “잘못한 게 있으면 딱 찝어서 ‘이 부분 잘못한 것 아니냐’고 해주시면 그 팩트에 대해 사과드릴 것이다”면서 “이것도 사실과 다른 게 많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이 돼서 기자회견 하는 마당에 팩트를 다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맞습니다’라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아마 그렇게 (뭘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뭐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만약 어떤 점에서 딱 찝어서 (잘못을 지적)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사과를 드리고, '아닌 건 아니다'라고 얘기를 하고”라며 “그러나 사실은 잘못 알려진 것도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김 여사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사과할 만한 팩트들이 나오지 않았고, 대부분 잘못 알려졌다는 취지의 얘기다.

윤 대통령은 “언론에 민주당에서 공개를 했는데, 짜깁기 됐느니, 서류를 집어넣느니 하는데 그걸 가지고 대통령이 ‘맞네’ ‘아니네’하고 대통령이 다퉈야 하겠느냐”면서 “그런 점은 양해를 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2022년 6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명태균 녹취록’에 대해 언급을 회피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김영선 해줘라"라는 녹음파일까지 공개됐지만, 이 부분에 대한 해명마저 하지 않았다.

부산일보 기자에 앞서 “김 여사가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윤 대통령은 “제 처가 선거 때부터 사람들과의 관계라든지에 대한 부분은 후보이고 대통령 당선자인 제가 제대로 관리했어야 하는데, 내가 관리 못해서 먼저 사과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된 뒤 김 여사가 사람 관리를 잘못해 온 부분이 있는데, 대통령인 자신이 관리 못한 책임으로 사과하는 것일 뿐,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공천개입 의혹 등에 대한 사과는 아니다라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앞서 보안폰이 아닌 개인폰을 쓰면서 직접 통화하고 텔레그램이나 문자를 주고 받은 사람들이 많은데, 국민들이 이런 걸로 걱정하는 일 없도록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기자회견 한다는 걸 알고) 제 처도 '가서 사과 제대로 해'라는 얘기를 했다"면서 "본인(김 여사)도 ‘의도적으로 악마화를 하네’ ‘가짜뉴스가 있네’ ‘침소봉대를 하네’ 하며 그런 억울함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만, 그것보다 국민들 걱정 끼치고 속상해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 하는 마음을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그래서 저보고도 '임기반환점이라해서 그동안 국정성과 이런 얘기하지 말고, 사과를 좀 많이 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보면 김 여사는 자신을 둘러싸고 연일 불거지는 국정개입 의혹들에 대해 ‘가짜뉴스’ 또는 ‘침소봉대’ ‘의도적 악마화’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