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지켜보는 세계와 한국, ‘트럼프 비호감’
해리스 54% 트럼프 26%… 북유럽 대 동유럽 트럼프류의 집권, 미국의 세계 리더십 약화 신호 한국, ‘북미 대화’ 기대 작고 됨됨이에 부정적
한국갤럽이 10월 30일 미국 대통령선거 관련 인식 다국가 조사 결과를 게시했다. 갤럽 인터내셔널은 2024년 9~10월 43개국에 걸쳐 4만 88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한국 조사는 9월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 무선전화 면접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이고 응답률은 10.4%다.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5개 국가는 덴마크(85%), 핀란드(82%), 스웨덴·노르웨이(81%), 네덜란드(74%) 등 모두 북유럽 복지 선진 국가들이었다. 그리고 독일(73%), 멕시코(72%), 오스트리아, 한국, 아일랜드(이상 71%)가 뒤를 이었다. 멕시코의 높은 해리스 지지율은 올해 이 나라 대선에서 여성 후보 둘이 최종 경합해서 진보 성향 후보가 당선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지지율이 높은 5개국은 세르비아(59%), 헝가리, 불가리아(이상 49%), 카자흐스탄(44%), 러시아(43%)였다. 최근 유럽 지역 총선에서 서유럽은 좌파가 동유럽은 우파가 강세를 보였던 것과 이어지는 현상이다. 동유럽은 트럼프식 우익 포퓰리즘 노선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의 경우 적대 국가의 대선을 두고 후보 선호가 없다고 밝힌 응답자가 45%나 되는 한편으로, 해리스 12% 대 트럼프 43%로 압도적인 차이가 나타났다. ‘트럼프는 친러’라는 기대가 퍼져 있는 방증이다.
해리스 지지자가 다수인 국가가 압도적으로 많고 전체 평균으로는 해리스 54% 대 트럼프 26%였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설 경우 미국의 리더십이 약화될 것임을 명백하게 예고한다. 앞으로 트럼프 아닌 다른 공화당의 인사가 미국 대통령이 되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트럼프류 정치인들은 공화당의 주류가 되었고, 딕 체니 전 의원 등이 해리스 지지 운동을 할 만큼 전통적 공화당원은 당의 주변부로 몰렸다.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것은 해외 문제에서 대폭의 관심을 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해리스 71% 대 트럼프 16%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층 사이에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층 77% 대 16%, 국민의힘 지지층 74% 대 18%, 조국혁신당 지지층 80% 대 14%, 무당층 60% 대 13%였다. 윤석열 대통령 긍정 평가자는 70% 대 21%, 부정 평가자는 74% 대 13%였다. 인터넷 댓글에는 종종 “트럼프가 되면 윤석열은 내리막이다”는 내용이 보이지만, 정작 윤 대통령 긍정 평가자가 더 트럼프를 지지했다.
한국에서 계층을 불문하고 해리스 지지가 압도적인 이유로는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한국 정부에게 더 큰 부담을 강요하거나 한국 기업들을 더 괴롭힐 것이라는 관측은 진보/보수를 초월해 한국민의 우려를 사고 있다. 둘째, 대북강경주의자들에게 트럼프의 북미 대화는 좋지 않은 추억이었다. 이들은 트럼프가 재선을 하면 북한 정권과 한국 민주당이 좋아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셋째, 진보적 시민들도 트럼프에 부정적이다. 도저히 지지할 수 없는 면모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의 도발이 줄곧 이어지고 있는 탓에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도 사그라들었다. 넷째, 미국에서 흑인 여성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작용했다. 해리스 선호도는 2020년과 2023년의 조 바이든 선호도보다 높다.
다섯째, 이념 및 정책을 따지기 앞서 트럼프의 인간 됨됨이에 부정적이다. 무례한 캐릭터는 노년층 인식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지지율이 가장 낮은 계층은 60대와 70대로 각각 7%, 8%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구석도 있다. 트럼프 지지율이 다른 계층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은 자신을 보수라고 규정한 쪽(23%)과 18~29세(28%), 30대(24%)였다. 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2030 여성이 아니라 2030 남성의 영향일 것이다. 스스로를 보수라고 규정하면서도 국민의힘 지지자는 아닌 이들도 ‘이대남’, ‘삼대남’에 많다.
현재 젊은 남성들은 자기 세대가 젠더불평등 세대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나아가 역차별을 당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 생각이 타당하지 않다고 해도 시대가 바뀌었고 새로운 과제가 주어져 있음은 인식해야 한다. 백래시는 도덕적 훈계만으로는 막을 수 없고 이를 간과하면 한국판 트럼프는 출현한다. 젠더 균열은 경제 문제에서 발생 또는 심화된다. 민생의 밑바탕을 지키며 원대하고 통합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가 절실하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