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2.5조원 유상증자…MBK "시장질서 유린 행위"
고려아연 "적대적 M&A·기술유출 막고 국민기업 거듭날 것" MBK·영풍 "고려아연 재무적 피해 국민 돈으로 메워…법적수단 강구"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나선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 국민기업으로 도약하고, 개방적인 지배구조 및 경영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고려아연은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최근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 및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 사항 등을 보고하고, 부의 안건으로 일반공모 증자의 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직후 고려아연은 보통주 373만2,650주에 대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 물량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소각 대상 자사주를 제외한 전체 발행주식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1주당 모집 가액은 67만원이다.
이는 청약일 전 3∼5거래일의 가중 산술 평균 주가인 95만6,116원을 기준 주가로, 발행 공시 규정 한도에 따라 할인율 30%를 적용한 것이다. 자금 조달 목적은 채무상환자금 2조3,000억원, 시설자금 1,350억원, 타법인 취득자금 658억원 등이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하고, 일부는 채무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 모집 주식 중 80%에 대해서는 일반공모를 실시하고, 나머지 20%는 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할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모든 청약자에게 총 모집 주식의 최대 3%(11만1,979주)까지 배정할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이는 주주 기반을 확대해 국민 기업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약 기간은 12월 3∼4일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일반 공모 증자를 통해 소유 분산 구조와 주주 기반 확대 등을 통해 '국민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식 거래량 축소로 인한 상장 폐지 리스크 해소 및 주식 유동성 증대를 통한 주가 불안정성 해소 등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민을 상대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과 이로 인한 기술 유출, 국가기간산업의 해외 매각 등을 방지하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영풍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공시 이후 입장문을 내고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며 “이번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MBK·영풍은 "최윤범 회장은 고금리 차입금으로 주당 89만원에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해 회사에 막대한 재무적 피해를 입혀 놓고선 그 재무적 피해를 이제는 국민의 돈으로 메우려 하고 있다"며 "회사에 피해가 가든, 주주가치가 희석되든 최 회장 머릿속에는 오로지 자신의 자리 보존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는 것이 오늘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당 67만원이라는 가격 또한 현재 시점의 예상가격일 뿐, 청약이 개시되는 12월 초가 되면 주가가 더욱 낮아져 발행가격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확정 발행가액은 일반 청약 전 제3거래일부터 제5거래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주가를 기준주가로 계산한다.
MBK·영풍은 "남은 주주들의 주식가치는 더욱 희석될 것"이라며 "최 회장의 유증 결정은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배임이라는 점을 자백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 회장 및 이사진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고자 한다"며 "고려아연의 주주분들은 물론 국민 여러분들께도 약속드린 바와 같이 이렇게나 무너져 있는 고려아연의 기업 거버넌스를 다시 바로 세우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MBK는 지분을 희석시키는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대응하기 위해 법적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