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30일 긴급 이사회 소집…경영권 방어 대책 논의 전망
영풍·MBK 제안 '임시주총' '자사주 우리사주조합 처분' 등 논의 가능성 MBK "우리사주에 자사주 넘기면 회사에 재무적 피해···배임죄 혐의도”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30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책을 논의한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요구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과 함께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매각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30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이사들에게 구체적인 의안을 특정하지는 않았으며, 경영권 분쟁 관련 논의를 위한 자리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신규 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한 만큼 수용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연합의 지분 차이는 약 3%포인트이며, 어느 쪽도 의결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재계에서는 이날 이사회에서 고려아연 자사주 약 1.4%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5월 자기주식 취득 신탁 계약을 맺고 자사주 28만9,703주(약 1.4%)를 간접 보유하고 있는데, 해당 주식의 신탁 기간이 다음달 8일 종료된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면 의결권이 되살아나므로 이를 통해 최 회장 측이 지분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만일 이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최 회장 측 의결권 지분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36.86%까지 늘어난다. 이 경우 영풍·MBK 연합이 확보한 지분(38.4%)과 최 회장 측 지분 격차는 1.5%포인트 내외로 좁혀진다.
MBK파트너스는 최 회장이 긴급 이사회 소집을 통해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의 목적과 어긋난 행위를 벌이지 않을까 우려했다.
MBK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의 이유로 '주식 소각 및 임직원 평가보상'이라는 목적을 명시했으나, 최대주주인 MBK와 영풍에 비해 의결권 있는 주식이 1주라도 아쉬운 최 회장으로서는 해당 자기주식을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소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신탁기간 종료일이 임박함에 따라 자기주식을 고려아연의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함으로써 의결권을 되살리고자 하는 것이 최 회장이 이사회 소집을 통보한 이유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MBK는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1.4%는 28일 종가 기준 약 3,700억원 수준으로, 이는 고려아연의 연간 인건비 총액과 맞먹는 규모"라며 "이사회에서 결의한다면, 자기주식 공개매수로 약 1조8,000억원의 부담을 회사에 안긴 지 불과 며칠 만에 다시 3,7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우리사주조합에 넘기겠다는 것으로, 최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고려아연에 막대한 재무적 부담과 피해를 안기는 결정들을 연이어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MBK는 이어 "대법원 판례상으로도 주주 간 지분경쟁 상황에서 일부 경영진의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목적 하에 종업원지주제를 활용하는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내려져 있으며, 이미 확고한 법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고려아연 이사회에 신규이사 선임 및 집행임원제 전면 도입을 위해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우리사주조합에 자기주식을 처분한다면, 이에 찬성한 이사들은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 및 막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