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만하고 빈손으로 나온 한동훈…尹, '韓 건의안' 거부한 듯

80여분 '빈손 회담'에 골 깊어지는 윤·한 갈등 향후 김건희 특검법 표결 때 친한계 입장 변화 주목 민주 "대통령 손 잡으려 말고, 국민 목소리 들으라" 한동훈 압박

2024-10-22     이진동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과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정원에서 대화하며 차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구한 ‘김건희 라인 인적쇄신 ’공개활동 자제‘ ’의혹 규명‘ 등 3대 건의안을 전부 외면한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 끝에 성사된 이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빈손’으로 끝났다. 한 대표는 당초엔 면담 결과를 기자들에게 직접 브리핑하는 방안을 예정했다가, 곧장 집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입장을 설명했다”면서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정이 하나가 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했으나, 한 대표의 3대 건의안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이 없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그동안 '김 여사 라인'은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이에 따라 윤-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향후 '김건희 특검법' 표결 국면에서 친한계의 입장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윤·한 빈손 면담을 두고 “불통의 면담”이라며 “이제 한 대표가 잡아야 할 것은 대통령의 손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 대표를 대신해 면담 결과 설명에 나선 박정하 비서실장은 “한 대표가 최근 민심과 악화된 여론 상황을 전달하고, 과감한 변화와 쇄신 필요성을 강조했다”면서 ‘인적 쇄신’ 등 이른바 3대 건의안 수용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또 대통령 가족과 최측근 등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임명 필요성도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개혁의 추진 동력을 위해서라도 부담되는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박 실장은 전했다.

이와 함께 박 실장은 “여야·의·정(여야·의료계·정부)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과 고물가‧고금리 등 민생 대책에서도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협력 강화를 한 대표가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실장은 한 대표의 3대 건의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는 “내가 배석하지 않았고, 한 대표 구술을 받은 것이라 답변할 수 없다"며 "대통령 말씀을 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언급을 피했다.

이날 두 사람의 면담은 오후 4시 54분부터 오후 6시15분까지 80여분 진행됐으며, 본격 차담에 앞서 대통령실 청사 앞 '파인그라스' 잔디 밭에서 어린이정원까지 10여분을 함께 산책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보다 먼저 도착해 기다렸고, 두 사람의 회동은 ‘독대’ 대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한 ‘차담’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날 윤-한 면담에 대해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아무 성과 없이 끝난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만남에 쏠린 국민의 마지막 기대는 차갑게 외면당했다"면서 "윤 대통령은 주가조작에서 여론조작, 공천개입, 국정농단까지 무수한 의혹에도 오로지 김 여사만 지키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어 “이제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을 때 어떤 심판이 닥쳐오는지 똑똑히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