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뉴스] 금리 인하 시작됐지만…집값·가계부채 불안에 속도 더딜 듯
[2024년 10월12일 뉴스버스 픽 경제뉴스] 한은 금리 인하에…금융당국 "가계대출 확대되면 강력한 추가 대책" 9월 은행권 가계대출 5.7조원 증가…8월 증가폭보다 39%↓
1. 이창용 "미국처럼 금리 안 내린다"…씨티 "다음 금리 인하는 내년 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년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시중에 돈을 푸는 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 등 금융 불안의 불씨가 남아있는 탓이다. 당장 다음달 추가 인하 없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1일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은의 10월 금리 인하가 ‘매파적 인하’라는 표현에 동의한다”며 “한은의 금리 인하 속도는 미국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폭이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 이후 제시되는 금통위원들의 3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인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선제적 안내)에 따르면,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이 향후 3개월 후 금리 유지 의견을 냈고, 1명만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위원들이 이처럼 금리 인하에 신중한 배경에 대해 "이번 0.25%p 인하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미국 대선이나 지정학적 사건들의 영향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무리하게 빚을 내는 '영끌족'을 향해 경고장도 날렸다. 그는 “해외에서 0.5%p씩 떨어진다고 우리도 그럴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한동안 이자율 수준이 예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굉장히 낮기 때문에 부동산 갭투자를 하고 싶으면 자신이 금융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은이 당분간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며 금융 시장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11월24일과 내년 1월25일에 열리는 금통위 회의에서는 ‘대기’ 모드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며, 내년 2월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2. “가계대출 확대 가능성…DSR 규제 등 적기에 과감한 대책 실행”
금융당국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필요하면 추가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11일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은행연합회, 2금융권 협회, 5대 시중은행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었다.
금융위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들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언제라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하향 안정화 추세가 확실해질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철저히 관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여전한데다 규제 강화 이전 미리 당겨 실행한 대출수요 등의 영향도 큰 만큼 아직 방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날 회의에서 시중은행에 "세심한 여신심사 기준을 통해 남은 3개월 동안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내년 경영계획 수립 과정에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봐가며 그에 맞는 추가 대책을 적기에, 그리고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금리 인하에 따라 가계부채 위험이 지속되는 경우 필요한 감독수단을 모두 활용해 적기에 과감히 실행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3. 9월 주담대 6.2조↑·신용대출 0.5조↓…"은행권 억제 노력과 계절적 요인 덕"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5조7,000억원 증가했다. 8월에 비해선 39% 가까이 줄었지만 여전히 큰 증가 폭이다.
한국은행이 11일 내놓은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35조7,000억원으로 8월 말보다 5조7,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4월부터 6개월째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9월 증가 폭은 3년1개월 만에 최대였던 8월(9조3,000억원)보다 38.7% 줄었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96조8,000억원)이 6조2,000억원 증가했고,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237조9,000억원)은 5,000억원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 역시 역대 최대였던 8월(8조2,000억원)보다 2조원 축소됐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노력과 추석연휴 등 일시적·계절적 요인이 더해져 증가 규모가 상당 폭 축소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