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려아연, 자산 90억원 기업을 5,800억원에 인수?
'이그니오 프랑스' 재정보고서 입수...자산·매출 고려아연 주장보다 적어 유일한 매출 발생 기업 이그니오 프랑스도 7년 연속 적자 'MCC 트레이딩' 인수 전 문 닫아...기업사이트 '매출 70억원' 불과
고려아연이 2022년 7월 5,8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기업 이그니오 홀딩스(Igneo Holdings)의 자산과 매출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고려아연은 인수 당시 공시를 통해 이그니오 홀딩스의 유형자산은 416억원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해명자료를 통해 이그니오 인수 당시 매출액이 637억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그니오 프랑스의 재정보고서 등을 직접 확인한 결과, 고려아연 인수 당시 지주회사인 이그니오 홀딩스와 자회사들이 보유한 순자산은 90억원, 매출은 121억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아연은 2021년 설립된 신생기업을 "기술력이 있고 구리 등 비철금속의 도시광산 사업(전자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공급망을 갖고 있다"며 거액에 매입했지만, 현재까지 기업 인수를 위한 실사보고서 등 정확한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 프랑스 제련소 WEEE와 美 트레이딩 기업 MCC가 이그니오 모체
고려아연이 5,800억원에 인수한 이그니오 홀딩스는 2021년 4월 뉴욕에서 설립된 기업이다. 미국 비철금속 트레이딩 분야에서 20년 이상 일했던 대니쉬 미르(Danish Mir)는 자신이 운영하던 도시광산용 비철금속 트레이딩 업체 'MCC 논 퍼로우스 트레이딩(Non Ferrous Trading)'을 통해 프랑스 이스베르게시에 위치한 PCB(인쇄회로 기판) 재활용 제련소(고려아연은 소성시설로 표현) 운영기업 WEEE 메탈리카를 2015년 인수했다.
미르는 이 두 회사를 모체로 '이그니오 홀딩스'라는 지주회사를 만들었다. 또 산하에 이그니오 프랑스(WEEE 메탈리카)와 이그니오 테크놀로지, 이그니오 IP, 이그니오 인터미디에이트, 이그니오 조지아, EvTerra 등 자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제련시설을 갖춘 이그니오 프랑스 외에는 모두 매출이 없으며, 미래 재활용 사업 확장을 위해 만든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들이다.
이 가운데 이그니오 조지아는 조지아주 서배너에 짓는다고 발표했던 제련소(소성시설)를 위해 만든 기업이었지만 건설 포기로 사실상 죽은 회사가 됐고, 이그니오 IP는 지적재산권 관리를 위해 만든 회사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이 이그니오 홀딩스를 인수할 당시 자산과 매출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법인은 이그니오 프랑스(WEEE 메탈리카)와 MCC 트레이딩이 전부다.
◇ 이그니오 프랑스 수치, 고려아연 주장과 차이...MCC는 2019년부터 비등록 상태
고려아연은 인수 당시 공시를 통해 이그니오의 자본금은 106억원, 부동산과 기계 설비 등 유형자산은 416억원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언론에 공개한 해명자료를 통해 2021년 이그니오 매출액은 프랑스 제련소 매출이 29억원, 트레이딩 매출을 포함하면 637억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랑스 기업데이터 정보사이트 파페르(Pappers)를 통해 입수한 이그니오 프랑스의 연례 재정보고서에 나온 수치는 고려아연 주장과 큰 차이를 보였다. 우선 2021년 결산에 따르면 이그니오 프랑스의 매출은 총 825만7,399유로(121억8,500만원)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제련시설을 통해 만들어진 비철금속 제품(goods)의 매출은 70만7,423유로(10억4,400만원)였고, 트레이딩을 포함한 것으로 보이는 서비스 매출은 593만22유로(87억5,000만원)로 나타났다. 고려아연이 주장한 637억원의 매출이 발생하려면 또다른 모체인 MCC 트레이딩의 매출이 516억원 가량 돼야 한다.
하지만 MCC 트레이딩은 이그니오 홀딩스로 개명한 뒤 아예 종적을 감췄다. 뉴욕 주정부 기업등록 서비스를 확인한 결과, 이 회사는 이그니오 출범 1년 6개월 전인 2019년 10월 15일자로 이미 비즈니스 라이센스 등록을 하지 않아 영업이 정지된 비등록(inactive) 법인이었다. 대신 이 회사 회장(President)이었던 글렌든 아처는 이보다 보름 전인 2019년 10월 1일 같은 주소로 MCC NFT라는 비슷한 이름의 회사를 등록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2019년 비등록 상태로 전환된 MCC 트레이딩의 매출 규모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미국 기업정보 사이트 줌인포(Zoominfo)는 이 회사의 마지막 연매출을 530만달러(약 70억원)로 추정했다.
◇ 인수 당시 자산도 부풀리기 의혹...실사 제대로 했을까?
이그니오 프랑스의 2021년 재정보고서에 따르면 순자산은 612만유로(90억원), 유형자산은 382만유로(56억3,90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고려아연이 주장한 416억원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그니오가 2021년 7월 법인을 등록한 폐기물 파쇄 업체인 EvTerra 애틀랜타 공장은 2022년에야 영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고려아연의 인수 당시에는 매출이 기록되지 않았고, 이 공장의 설비를 구입한 비용이 300억원 이상이 아니라면 416억원은 이해가 되지 않는 자산 수치다.
EvTerra는 자체 건물을 매입하지 않고 임대해 사용하고 있으며 EvTerra와 비슷한 규모의 전자폐기물 재활용 공장 설비를 위해서는 시설당 500만~1,000만달러(65억~130억원) 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그니오 프랑스는 10년 전인 2014년 지어졌으며 전자폐기물 전체가 아닌 PCB(인쇄회로 기판)만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재정보고서에 따르면 고려아연 인수 당시 건물 가치는 감가상각을 제외하고도 55만3,874유로(8억1,700만원)에 불과했고, 기계 설비는 감가상각 후 313만유로(46억원) 수준이었다.
또한 이 회사는 MCC와 합병된 2015년부터 고려아연에 인수되기 직전인 2021년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실한 운영을 보여왔다. 이그니오 프랑스의 재정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순손실(세전)은 ▶2015년 189만3,326유로(28억원) ▶2016년 216만3,489유로(32억원) ▶2017년 110만7,438유로(16억원) ▶2018년 36만7,891유로(5억4,000만원) ▶2019년 109만5,242유로(16억원) ▶2020년 58만5,238유로(8억6,000만원) ▶2021년 42만6,106유로(6억2,000만원)로 7년간 총 763만8,730유로(113억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이그니오 프랑스의 특허와 지적재산권을 포함한 무형자산은 2만72유로(2,900만원)에 불과해 "비철금속 재활용 소성(塑性)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고려아연의 설명을 무색하게 했다.
또한 전자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도시광산용 비철금속 트레이딩에서 독보적이고 광범위한 공급망을 확보했다는 고려아연의 주장과 달리, 트레이딩 분야에서도 소규모 매출만 올린 것으로 나타나 기업 인수를 위한 실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이상연은 1994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특별취재부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2005년 미국 조지아대학교(UGA)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애틀랜타와 미주 한인 사회를 커버하는 아메리카K 미디어 그룹을 설립해 현재 대표 기자로 재직 중이며, 뉴스버스 객원특파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