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영풍이 낸 가처분 기각…MBK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한도 586억”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가능해져…MBK, "고려아연 중간배당에 재원 소진"
영풍과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법원이 영풍 측이 낸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특수관계가 해소됐다는 고려아연 측 주장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가능해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판사 김상훈)는 2일 영풍 측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 결정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 수단의 하나인 자사주 매입을 계속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서겠다”며 “공개매수 기간(9월 13~10월 4일) 동안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해 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공개매수자와 그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 공개매수 대상 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 외의 방식으로 매수할 수 없다.
지난달 27일 열린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영풍에 속한 계열사인 특별관계인으로 자사주 매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 측의 적대적 M&A 시도로 더는 영풍의 특별관계인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 매수 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날 법원 결정에 따라 고려아연은 즉시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매입을 의결하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는 당초 시장에 알려진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한도는 5조8,497억원이지만, 실제 한도는 100분의 1 수준인 586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올해 초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익잉여금 2,693억원을 중간배당 재원으로 남겼고, 이 중 2,055억원은 8월에 중간배당으로 지출됐다.
나머지는 해외투자적립금 및 자원사업투자적립금 등 사용 목적을 제한한 ‘임의적립금’으로 적립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수십년간 영업이익의 일부를 관행적으로 임의적립금으로 적립해왔는데, 올해 상반기말 기준 고려아연의 임의적립금은 해외투자적립금 3조4,140억원, 자원사업투자적립금 3조2,200억원에 달한다.
만약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할 경우 임의적립금의 목적을 전환해야 하지만, 이 권한은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에 있다. 주총 결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사주 임의적립금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권한 범위를 넘는 위법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