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채상병 특검법’ 이번엔?...‘김대남 녹취록’이 이탈표 부를까

[분석과 해설] 김대남 녹취록, '쌍특검법 재표결' 새 변수로 떠올라 한동훈·친한계,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尹과 차별화 계기 삼나? 물밑 '수 싸움'…尹 '거부권 늦추기' vs 野 '토요일(5일) 본회의'

2024-10-02     이진동 대표기자·김준영 영상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을 마치고 퇴장하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주호영 국회 부의장,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차례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일견 ‘지지율 바닥’의 여론을 살피며 고심하는 듯 보이나, 속마음은 ‘선거법 공소시효’를 염두에 둔 ‘의도적 늦추기’로 해석된다. 이에 대응해 야당은 ‘토요일(5일)이라도 본회의 소집’을 한다는 방침이다. 이 또한 ‘선거법 공소시효’ 문제가 있어서다. 

이 와중에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김대남 녹취록'이 새 변수로 등장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한동훈 제끼기’를 엿볼 수 있는 내용도 담겨 윤-한 갈등에 기름을 끼얹는 상황이다. ‘8표 이탈’만 있으면 쌍특검법이 통과되는 상황에서 여권 내 ‘친한계의 선택’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1. ‘8표 이탈’...이번엔?  
국민의힘에 108석 중 8표가 찬성쪽으로 이탈하면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은 통과가 가능하다. 여당은 표결에서 부결시켜 법안을 폐기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과연 ‘8표 이탈’을 이번에도 막아낼 수 있을까. 여권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의 ‘김 여사 보호’가 지나치고, 여론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하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반대기류가 형성돼 있다. ‘김 여사의 사과’는 몰라도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면 장외에서 시동이 걸린 ‘탄핵열차’의 길을 터주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일단 윤-한 갈등이 전개되는 상황이지만 ‘친한계’도 표면적으로 ‘김건희 특검법’ 반대 기류다. 하지만 속마음까지 그런건지는 재표결이 이뤄져봐야 알 수 있는 문제다.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내세우면서도, 여전히 윤 대통령 틀에 갇혀 있는 한 대표와 친한계 입장에선 ‘쌍특검법’이야 말로 ‘차별화 실행’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남 녹취록’이 등장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비서관(현 SGI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에게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김 여사 텔레그램 메시지 ‘읽씹’ 논란을 거론하며 “김 여사가 한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하더라고. (한 대표가) 배은망덕한 거지”라며 “(김 여사를) 완전히 제치려고 했지”라고 한다. 그리고 이어서 “너네가 그것을 잘 기획해서 서울의소리에서 (한 대표를) 치면 여사가 아주 좋아하겠는데”라고 은근히 한 대표에 대한 공격을 사주한다. 이에 앞선 대화에서 나오는 부분 “4월 총선때 70억원을 들여 여론조사를 하면서 한 대표가 2건은 대권 주자로 자신의 인지도 설문조사를 했다. 기업으로 따지면 횡령이다”는 내용의 보도를 사주한 것이다. 이 대목은 실제 이틀 뒤 <[단독]한동훈 당비횡령 유용 의혹>이라는 제목의 서울의소리 보도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국민과 당원이 어떻게 볼지 한심하다”고 했고, 친한계는 대통령실과 김 여사를 겨냥한 듯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직 비서관의 ‘허풍’으로 해명하고 있지만, 대화 녹취를 들어보면 상황과 부합하는 대목이 많다. 또 전당대회 이후 김 전 비서관이 3억대 연봉의 공공기관 감사로 갔다는 점에서 친한계는 김 전 비서관 배후로 '용산'을 떠올리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2일 한 대표를 빼고 여당 원내 대표단과 상임위원장, 간사단을 불러 만찬을 한다. 명분은 ‘국정감사 격려’지만, 누가 봐도 ‘김건희 특검법’을 앞둔 ‘표단속’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표 단속을 하는 상황에서도 한 대표를 쏙 뺀 것이다.

여기에 야권에서는 “(한 대표가) 대통령과 갈라설 것인지, 국민과 갈라설 것인지 이제 선택해야 할 때(황운화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라고 쌍특검법 찬성을 통한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압박하고 있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재표결에서 한 대표와 친한계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한 대표는 재표결 입장과 관련해 “의원들이 알아서 잘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2. ‘공포까지 5일 확보'...김 여사 공천개입 공소시효(10일) 내 처리 여부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정부 이송 즉시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런데 이번엔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가 의결됐으나 뜸을 들이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여론’의 눈치를 살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으나 이 보다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만일의 경우 특검법이 통과됐을 때를 상정해 수사 대상을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난달 26일 통과된 김건희 특검법에는 최근 불거진 22대 총선 때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이 막판에 수사 대상으로 포함됐다.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는 6개월이기 때문에 4월 10일 치러진 총선과 관련한 선거법의 공소시효는 10월 10일이다.  임박한 공소시효를 감안해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법 공포부터 수사 종료까지 수사대상 범죄의 공소시효가 정지된 것으로 본다"는 부칙 조항을 뒀다.

그런데 법률은 대통령이 공포해야만 효력을 갖게되고, 재의결 법안은 5일 이내 공포하게 돼 있다. 윤 대통령이 법률 공포까지 법적기한(5일) 다 채운다고 상정하면 최소한 10월 5일 이전에 재의결이 되어야만 한다.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19일 국회를 통과했는데, 법률안은 정부 이송 다음날부터 15일 이내에 거부권 행사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그래서 거부권 행사 법적 기한이 10월 4일이고, 윤 대통령이 이 법적기한을 다 채워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야당이 특검법 수사대상을 그대로 다 살리기 위해선 꼭 10월 5일에 본회의를 열어야만 하는 것이다. 재의결이 10월 5일을 넘겨 열리게 되면, 법안 공포까지 5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10월 10일이 공소시효인 총선개입 의혹은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민주당에서 ‘토요일 본회의 소집’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30일CBS라디오에 나와 “(김 여사 총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선거법 공소시효가 10월 10일까지 이기 때문에 그 일정에 맞춰 적절하게 알아서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재표결에서 부결되면야 상관없지만 재의결이 되는 상황을 가정해 선거법 공소시효에 맞추려면 반드시 10월 5일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그래서 우 의장의 발언은 5일 토요일이라도 본회의 소집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박병석 국회의장 시절, 검찰 수사권을 6대범죄에서 2대범죄로 축소하는 소위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킬 때도 토요일에 본회의를 열었다.

3. '김 여사 처분' 결정 늦추는 검찰...정치적 판단?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 최종 처분 역시 윤 대통령 거부권 및 국회 재의결 상황과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불기소 처분하겠다’고 방침을 보고한 건 지난달 26일이다. 명품백을 준 최재영 목사에 대한 수사심의위가 ‘청탁 목적’과 ‘대통령 직무관련성’을 인정하고 명품백을 준 최 목사에 대한 ‘기소 권고’를 했지만 이 마저 무시하고, ‘준 사람 받은 사람’ 전부 불기소처분하겠다는 게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보고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무혐의’를 밀어붙이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내 ‘찐윤’인사로 교체했고, 이에 부응해 수사도 ‘답정너 무혐의’로 결론낸 상황을 감안할 때 심 총장이 결론을 바꿀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장의 보고가 올라가고도 5일이 넘었지만 검찰의 최종 처분은 나오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은 막상 ‘김 여사에 대한 최종 처분’ 결정이 나오면, 특검법 재표결에 앞서 여론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재표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보고 내용이 미리 흘러나온 것도 검찰의 '김빼기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최종 처분’에 뜸을 들이는 건 ‘법적 판단’이 아닌 ‘대통령과 교감’ 내지 ‘정치적 판단’에 의해 시간을 늦추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