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건희 무혐의'하려다 최재영 목사에 코꿴(?) 尹·검찰

[분석과 해설] 명품백 전달 최재영 목사측 수심위 요청 '의견서' 단독 입수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무혐의 결론 타당성, 국민이 직접 판단을

2024-09-18     이진동 대표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선수단 격려 오찬'에서 트라이애슬론 김황태 선수와 아내인 경기보조인 김진희 씨에게 국민감사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 '김 여사 무혐의' 급히 처리하려다 제동 걸린 검찰 

‘너무 급히 먹으려다 목구멍에 가시가 걸렸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처리가 딱 그짝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를 수사해 온 검찰은 수사팀의 ‘무혐의’ 결론에 이어 반쪽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가 나오자 이원석 검찰총장 퇴임(13일) 전에 ‘불기소’로 서둘러 매듭지을 방침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변수로 제동이 걸렸다. 

다름아닌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의 ‘청탁 자백’과 '수사심의위 요청이다. 최 목사는 “수사를 계속해서 기소여부를 심의해달라”며 대검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 소집을 신청했는데,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에서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피의자나 피해자가 대검 수심위 소집을 신청하면, 지검 단위 시민위원회에서는 수심위에 올릴지 말지 등 부의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앞서 김 여사 명품백 수수건에 대한 ‘김 여사 수심위’는 ‘불기소 권고’를 내렸지만, 명품백을 준 최 목사에 대해 대검 수심위가 열리게 되면서 김 여사는 같은 사안으로 한 차례 더 수심위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죄는 청탁이나 뇌물을 받는 사람 뿐만 아니라 청탁을 하거나 뇌물을 주는 사람도 처벌하게 돼 있으니, 당연한 논리다. 받은 쪽과 준 쪽 가운데 어느 하나만 선택적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김 여사 수사팀’은 이 총장 퇴임 전에 ‘무혐의 처분’ 종결을 밀어붙였으나, 이 전 총장이 ‘최재영 수심위 결과를 본 뒤 두 사건을 함께 처분하는 쪽으로 결론내린 것도 이런 사정이 있어서다. 

애초 ‘김 여사 수심위’가 반대쪽인 최 목사 측을 입회시켜 의견을 들어야했으나, 배제한 채 '무혐의 수사팀'과 '무혐의 주장 변호인'만 참여시켜 ‘편파적’으로 진행한 흠결이 더 도드라진 상황이 됐다. 당사자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자백하는데, 검찰은 되레 ‘죄가 안된다’고 자꾸 밀쳐내는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다. 어쨌든 '김 여사 처분' 문제는 19일 취임식을 하는 심우정 새 검찰총장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 최재영 목사 "검사가 사실관계 정리한 뒤 답변 유도식 조사"

대검 수심위엔 관계자들이 직접 참여해 의견 개진 등을 하지만 검찰 시민위원회는 서류상의 의견서 검토만으로 수심위 부의 여부를 결정한다. 부의심의위는 최 목사 측이 주장한 “청탁이 맞고 선물은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검토한 끝에 대검 수사심의위에 최 목사를 올렸다. 뉴스버스가 ‘최재영 수심위’를 이끌어낸 의견서를 단독 입수했다. 

검찰 수사팀의 김 여사 ‘무혐의’ 결론의 핵심은 ‘명품백 선물에 청탁의 뜻이 없었고, 직무관련성도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직무관련성’을 부인했지만, 최 목사측 의견서를 보면 검찰의 논리가 조목 조목 반박돼 있다. 이 의견서를 보면 대통령 직무관련성이 명백하고도 뚜렷하게 제시돼 있다. 검찰이 어떤 논리로 얼마나 편파적으로 수사했는지도 드러난다.

검찰의 논리는 수사 과정에서 언론에 충분히 반영됐으나, 최 목사 측 반박이나 반론은 구색 맞추는 정도로만 반영됐던 점을 감안해 최 목사 측 의견서의 핵심 내용을 요약한다.

최 목사 측 의견서에 따르면 검찰은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전달한 ① 샤넬화장품 세트에 대해선 순수한 감사의 의미 ② 디올백과 전통주 및 램프 등에 대해선 김 여사를 만나기 위한 수단일 뿐 청탁의 뜻이 없다고 봤다. 또 최 목사 카톡 메시지로 전달한 ①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부탁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자리이고, 김 여사가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② 통일TV 재송출 부탁은 선물을 준 시기와 부탁 시기가 1년 가까이 떨어져 있어서 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최 목사의 법률 대리인 류재율 변호사는 의견서에서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조사과정에서 이 같은 논리를 설명해주고 답변을 유도했다”며 “위 논리들을 최 목사 스스로 먼저 생각하거나 주장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검찰이 이미 ‘무혐의’ 논리를 만들어 거기에 맞춰 최 목사의 답변을 유도해 진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최 목사 측 주장이 맞다면 검사가 김 여사 측 변호사가 해야 할 역할까지 1인 2역을 하는 식으로 조사한 격이다. 어떤 국민이 이런 수사를 납득할 수 있을까.     

이 사건의 핵심인 ‘직무관련성’을 부인하는 논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죄, 알선수재죄가 적용되려면 기본적으로 ‘직무관련성’이 인정돼야 한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하여 수수 금지된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제공받기로 약속해선 안된다”(8조4항)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제공 또는 제공 약속도 안된다.

그렇다면 ‘직무’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뇌물죄에서 말하는 공직자의 ‘직무’에는 법에 따라 정해진 직무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 있는 직무, 관례상이나 사실상 소관하는 직무행위,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 행위, 과거에 담당했거나 장래에 담당할 직무, 현실적으로 담당하고 있지 않아도 법령상 일반적인 직무 권한에 속하는 직무 등 그 직위에 따라 담당할 일체의 직무를 포함한다”고 돼 있다. (대법원 1004도1442 판결)

뇌물죄를 적용하는 ‘직무 관련성’에서 직무도 직접적인 업무보다 더 넓게 규정하지만, 청탁금지법에선 이 직무를 더 포괄적으로 인정한다. “청탁금지법은 형사법상 뇌물죄로 포섭할 수 없는 부분까지 광범위하게 규율하고자 제정됐다”(대전지법 2016과527)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은 모든 행정 업무를 총괄하고 국정 전반에 대해 막강하고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일반 공직자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그 직무 범위가 굉장히 포괄적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수된 금품은 대통령의 개별적 또는 포괄적 직무 행위와 관련성이 있다고 보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등 2018노2073판결) 

19일 취임식을 갖는 심우정 새 검찰총장. 


3. '국정자문위원'은 정확한 명칭 아니라는 이유로 청탁 부인한 검찰

최 목사측 류 변호사는 의견서에서 선물과 직무관련성을 구체적으로 따졌다. 

최 목사는 2022년 6월 20일 김 여사를 직접 만나 샤넬 향수 및 화장품 세트 180만원 상당을 전달하고 나온 직후 김창준 전 미연방하원 의원을 ‘국정자문위원’으로 임명해달라는 내용의 카톡 메시지를 김 여사에게 보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국정자문위원’은 현재 없는 자리라는 이유로, 청탁도 아니고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얼마나 궁색한 논리로 ‘무혐의’를 이끌어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류재율 변호사는 “헌법상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민경제자문회의, 국가안전보장회의, 국가원로자문회의 등 자문기구가 있고, 자문위원들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면서 “최 목사와 김창준 전 미연방하원의원이 미국 시민권자여서 자문기구의 정확한 명칭을 알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구의 자문위원에 준하는 자리를 임명해달라고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의견서는 “국가원로자문회의는 사실상 관련 법률의 폐지로 사문화한 기구인데, 이런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도 알기 어렵다”면서 “국가원로자문회의이든 다른 자문기구이든 소위 자문위원 자리 하나 달라고 청탁하는 것이고, 그 자문위원 임명은 명백하게 대통령의 직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가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야당의 국회의원이 같은 청탁을 받았어도 검찰이 이렇게 해석했을까. 류 변호사는 “‘국정자문위원’이 없는 자리이므로 청탁이 아니고, 직무관련성도 없다는 검찰의 판단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류 변호사는 특히 “최 목사가 2022년 6월 20일 김 여사 접견 당시 누군가 전화로 금융위원 자리를 청탁하는 상황을 목격한 바 있다고 했는데, 이를 본 최 목사가 ‘청탁을 해도 되겠구나’ 싶어 접견이 끝난 직후 그런 카톡 메시지를 남겼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검찰이 정상이라면 이런 의심을 바탕으로 오히려 최 목사를 더 추궁하고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샤넬 향수 등이 전달되고 한 달여 뒤인 2022년 7월 29일에는 최 목사가 후배 작가의 미술 작품을 대통령 공관에 비치해달라는 청탁 카톡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최 목사는 2022년 9월 13일 김 여사를 두 번째 만나서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을 전달했는데, 검찰은 이를 청탁의 뜻이 아닌 ‘김 여사를 만나기 위한 수단’이라는 논리를 폈다. 명품백 전달에 앞서 위스키, 책, 램프, 전통주를 김 여사에게 전달했는데, 김 여사가 만나주지 않자 명품백을 전달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니 명품백은 최 목사가 김 여사를 만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 청탁에 해당하지도 않고, 직무관련성도 없다는 게 검찰의 ‘신박한’ 해석이다.

명품백이 전달 되고 한 달여뒤인 2022년 10월 17일 최 목사는 대통령실 조모과장으로부터 국립묘지 안장 업무를 담당하는 보훈부 담당자의 연락처를 받았다. 최 목사는 김창준 전 미국하원의원 사후 국립묘지 안장 청탁을 했다고 했으니, 당연히 <김 여사측→대통령실 조모 과장→국가보훈부 직원>으로 연결됐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다. 

그리고 명품백 전달 한달여 전 대통령 공관에 지인 미술작품 청탁이 있었고, 한달 후에는 김창준 전 미국하원의원 국립묘지 안장 청탁이 있었으니 당연히 명품백은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의 대가’로 봤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2023년 7월과 9월에 두 차례에 걸쳐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직접 카톡 메시지로 자신이 부대표로 있는 통일TV의 재송출 요청을 했다. 김 여사는 통일TV 재송출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실 조모 과장을 최 목사에게 연결해줘 최 목사가 조 과장과 직접 통화까지 했다.

그런데 검찰은 김창준 전 미국하원의원 국립묘지 안장 문제로 최 목사가 김 여사와 직접 카톡이나 통화를 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청탁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 목사를 더 추궁하거나 수사하지도 않았다. 또 통일TV건 재송출 건에 대해선 명품백을 전달한 시점과 시간적 간격(10개월)이 커서 “명품백 전달과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이에 대해 류재율 변호사는 “김 여사에게 선물을 준 시기와 청탁 내용들을 순서대로 보면 ① 샤넬 향수 및 화장품 세트 선물(2022년 6월 20일) ②미국 민간외교사절단 행사 참여 요청 청탁(2022년 6월 20일) ③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 국정자문위원 임명 청탁(2022년 6월 20일) ④양주, 램프, 전통주 등 선물 ⑤최 목사 후배 작가의 미술작품 대통령 공관 비치 청탁(2022년 7월 29일) ⑥명품백 선물 (2022년 9월 13일) ⑦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 국립묘지 안장 청탁(2022년 10월)  ⑧통일TV 재송출 청탁 (2023년 7~9월) 순으로 연속적으로 진행된다”면서 “통일TV 재송출 청탁만 별도 분리해 판단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류 변호사는 “이미 여러 차례의 선물을 주고, 청탁을 반복해왔기 때문에 통일TV 재송출 청탁을 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면서 “통일TV 재송출 청탁과 명품백 전달의 관련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최 목사 측 의견서는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수수 금지되는 금품을 받으면 충족된다”면서 “금품 제공자가 청탁을 했느냐, 청탁을 받는 사람이 거절했느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류 변호사는 “청탁이 있었고, 직무관련성도 있다는 주장을 일단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가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대검 수사심의위까지 청탁과 직무관련성을 인정한다면 앞으로 '대가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더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4. 수심위서 '직무관련성' 인정되면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사법리스크'

최 목사의 수심위 결과는 김 여사의 처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청탁한 쪽과 받은 쪽에 대해 서로 엇나가는 결론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최 목사 수심위가 청탁과 직무관련성을 인정하다면 김 여사에 대해선 알선수재죄가 적용될 여지가 커진다. 서울중앙지검의 김 여사 ‘봐주기 수사’ ‘편파 수사’ 논란도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높다.

김 여사도 문제지만, 윤 대통령도 빠져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배우자의 수수금지 금품 수수 사실을 알았을 때 지체없이 감사원이나 수사기관, 국민권익위 등에 신고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면서, “직무관련성이 없어 윤 대통령에게 신고 의무가 없다”고 한 점으로 보면 윤 대통령이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탁금지법은 신고 의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신분'이라 기소할 순 없지만, 퇴임후엔 ‘사법리스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