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UFC 출신 빌런 발탁 탁월…진화된 액션, 영화 ‘베테랑2’

장기하의 음악은 장면·분위기와 '찰떡 궁합' 메시지 약하고, 감독 의도 찾기 어려워

2024-09-15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베테랑 2>는 류승완 감독의 새로운 면모를 전시하나, 감독 의도는 명확하지 않다. UFC 출신(?) 빌런으로 정해인 발탁은 탁월하다. 그는 다양한 몸짓을 통해 화려하며 세련된 액션(기술)을 구사한다. 또한, 류승완 감독은 친절한 설명을 통해 관객을 쉽게 이해시킨다. 참신한 소재는 없지만, 기존 소재들을 조화롭게 혼합해 서사를 완성하고 있다. 그런데 영화의 정체성이 분명치 않다. <부당거래>처럼 권력의 부패를 고발하지도, <베테랑>처럼 문제아 재벌 3세를 응징해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고 아니다. 그렇다고 범죄도시 시리즈처럼 즐거움을 선사하지도 않는다. 살인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메시지는 약한 것 같다. 그러기엔 박선우 형사의 행보가 모순적이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수준 높은 액션을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


류승완 감독의 새로운 발걸음

<베테랑>과 <베테랑2>의 주요 차별점은 악당 박선우(정해인)의 투입이다. 재벌 3세 망나니였던 조태오(유아인)와 달리 그는 경찰이다. 그것도 종합격투기 기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전작들에서 류승완 감독이 자주 사용하던 ‘칼’은 잠시 등장할 뿐이다. 덕분에 칼로 인한 잔혹성은 감소했다. 대신에 젊은 박선우 형사는 몸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주먹과 발길질에도 능하다. 필요시 주변의 물건을 무기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주로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해결한다. 날렵하여 달리기도 잘하고, 맨손으로도 무기를 지닌 범죄자를 일격에 제압한다. 이 뛰어난 실력은 다른 방면에서도 활용된다.

출처: CJ ENM Movie


<베테랑2>에서 신기하게 느낀 점은 영화가 친절하다는 것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알려준다. 그리고 사건 단서에 대해서도 대사를 통해 알려 준다. 이를테면 범인을 죽여도 되는지 질문(위급상황이 되면 적극 대응해도 되는지요?)하고, 쌍둥이 휴대폰에 대해 언급한다. 관객이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보는 재미가 있고 전혀 지겹지 않다. 의도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요즘 젊은 세대들의 취향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영화음악은 초기부터 귀에 들어왔다. 장기하가 음악감독을 맡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첫 곡부터 ‘그 답다'라는 생각을 했다. 톤이 굉장히 밝고 음악이 톡톡 튀었다. 자유로운 느낌이었고 영화와도 잘 어울렸다. <밀수>에도 장기하가 음악감독을 했지만, 지금처럼 음악과 화면,  음악과 분위기가 잘 맞는다는 느낌은 없었다. 이번에 확실히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한 것 같다. 음악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음악이 걸어서 다가온다.

UFC 출신 빌런의 모순

박선우 형사는(정해인) 눈부신 활약을 펼친다. 일대일 격투 장면은 신선하고 박력 있고 젊음이 넘친다. 특히 가짜 해치를 추격하는 장면과 계단에서의 격투 후 구르는 장면은 위험하지만 멋지다. 진흙탕에서 팀원들과 번갈아가며 민강훈(안보현)과 싸우는 시퀀스는 창의적이다. 안보현 배우는 드라마 <재벌X형사> 시리즈에서 보여준 강력팀 형사로의 몸싸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모양새다.

출처: 네이버


그런데 박선우(정해인) 눈에서 살인자의 눈빛이 느껴졌다. 눈빛만으로도 그런 분위기를 내뿜다니 대단하다. 서사에서 충격적인 사실은 정의 구현이라는 명분 아래 살인하면서도 사실(FACT) 체크를 안 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서도철(황정민) 형사의 아들을 도와주지만, 자신이 붙잡히게 되자 그의 아들 서우진을 협박용 카드로 이용한다. 서도철 형사 아들은 무슨 죄고, 남편을 죽인 죄를 뒤집어쓴 주부는 무슨 잘못인가? 유튜브 계정의 구독과 좋아요를 위해 거짓 정보를 남발하고 돈을 받는 자는 죽어 마땅한가? 물론 벌을 받아야 하지만, 과연 누가 그들에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가? 그동안 피해자가 당한대로 가해자에게 되갚아 준다는 명분은 어디로 갔는가? 박선우는 사람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인간은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서 감독의 메시지는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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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철 형사는 나이 들면서 자녀 학폭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는 여전히 가해자들에게 시달린다. 때로 피해자는 심지어 가족에게도 사실대로 말을 하지 못한다. 영화에선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학교 폭력을 다시 한번 인지하면서 안타까움과 무력감이 커진다.

요즘에는 너무 쉽게 사람을 죽인다. 죽이는 이유도 다양하다. 사람 목숨에 대한 존경과 가치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서도철 형사는 끝까지 박선우 형사를 살려낸다. 생명이 귀중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면서.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이 새삼 필요한 때다.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뉴스버스에 영화칼럼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