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의 바나나와 FC바르셀로나의 '바나나 챌린지'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FC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프로축구 1부리그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명문팀이다. 이 팀은 2014년 아르헨티나 출신인 리오넬 메시를 필두로 카를레스 푸욜, 차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호르디 알바, 세스크 파브레가스, 제라르 피케, 세르지오 부스케츠 등 스페인 대표팀을 옮겨 놓은 듯한 선수들로 구성됐다. 브라질의 네이마르와 칠레 출신 알렉시스 산체스까지 있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다니 알베스다.
브라질 출신인 다니 알베스는 네이마르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발재간이 빼어나고 유머 감각도 풍부했다. 어느 팀에 가든 선수들 화합의 중심이 되었다. 바르셀로나를 떠나 이탈리아의 명문 구단인 유벤투스로 이적한 후 챔피언스리그에서 두 팀이 격돌했을 때 모습이 선하다. 경기 시작 전 다니 알베스가 바르셀로나 벤치에 와서 옛 동료들에게 반가움을 표시하며 장난을 치는데, 모두 천진난만하게 즐거움이 넘쳐나는 표정이었다.
그의 장점인 뛰어난 친화력은 2021년 38세 나이로 참가한 도쿄올림픽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브라질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그는 젊은 선수들을 이끌며 금메달을 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플레이를 펼치는 상상력을 보여 주곤 했는데, 그 정점이 2014년 4월 경기에서 일어났다.
스페인 카스테욘 주를 홈으로 하는 비야 레알과의 원정 경기에서 호화군단 바르셀로나는 예상외로 끌려가는 경기를 하고 있었다. 2대 1로 뒤지던 후반 31분 다니 알베스가 코너킥을 하려는 순간, 한 관중이 그를 향해 바나나를 던졌다. 원숭이처럼 바나나를 먹으라는 명백한 인종차별 행동이었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프로축구 리그에서 그런 행동을 한 관중은 평생 경기장 출입 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엄격하게 다스린다. 그래도 간혹 당하는 선수들은 그냥 무시하고 경기에만 집중하려 애쓴다. 그런데 다니 알베스의 반응은 달랐다. 관중이 던진 바나나를 집어 들어, 껍질을 벗기고 한입 베어 문 후 아무런 일도 없었던 양 날카로운 코너킥을 날렸다.
비야 레알 팬이 던진 그 바나나가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자극했는지, 아니면 다니 알베스의 반전 대응이 효력을 발휘했는지,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3분 후인 후반 34분 비야 레알의 자책골이 나왔다. 이어 38분에 바르셀로나의 메시가 이름에 걸맞게 동점 골을 뽑아냈다. 결국 바르셀로나가 3-2 승리를 거두었고, 비야 레알은 거함을 잡을 뻔한 경기에서 역전패하고 매너에서도 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 후 스페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니 알베스는 “스페인에서 뛴 지 11년이 됐지만, 인종차별적인 행동이 계속 일어난다”면서, 그가 격하게 반응하지 않고, 어찌 보면 반전으로 쿨하게 바나나를 먹은 이유를 얘기했다.
"인종차별을 하는 바보 같은 행동은 비웃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식으로 그런 행동을 한 이를 비웃는지도 유머러스하게 보여줬다.
"나는 누가 바나나를 던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 감사하고 싶다. 우리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더 많은 크로스를 할 수 있게 나에게 에너지를 줬다."
다니 알베스의 이런 대응에 같은 브라질 출신 슈퍼스타인 네이마르도 합류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바나나를 들고 바나나 모양 인형을 든 아들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해시태그로 이런 문구를 올렸다.
We are all monkeys(우리는 모두 원숭이다).
그런데 이 문구가 인기를 끌면서, 유명 축구선수뿐만 아니라 축구 팬에 일반 대중들까지 챌린지를 하는 형식으로 바나나 먹는 사진을 올렸다. 네이마르의 대응이 광고회사의 기획이라며 사시로 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확실히 축구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대응의 수준을 높였다.
탁구의 신유빈 선수는 파리올림픽에서 중간중간 바나나를 먹으며 경기를 펼쳐 동메달 두 개를 따냈다. 그리고 축구의 손흥민 선수를 제치고 한국 최고의 스포츠선수 브랜드로 떠올랐다. 신유빈 선수가 출연한 바나나맛 우유 광고를 보면서 10년 전 스페인에서의 사건이 생각났다. 바나나를 먹은 알베스부터, FC 바르셀로나의 역전승과 네이마르로 촉발된 셀카 행렬까지 멋진 반전이었다.
박재항은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국내외 광고를 광고주와 대행사 양쪽에서 모두 경험하며, 변방의 싸구려에서 세계적 브랜드로 떠오르는 과정을 함께 한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삼국지 키즈로 동양사를 학부에서 전공했고, 미국 뉴욕에서 대학원과 주재원 생활을 했다. 인문학과 글로벌 관점에서 마케팅을 연결하여 기획하고 해석하며, 대학 강의와 강연·기고 활동을 통해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