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의견] '거짓말'이 '거짓말' 을 낳는 해명이 윤석열의 위기다

2021-10-05     전혁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 윤 캠프가 의혹이 제기되거나 구설에 오른 이슈에 대해 임기응변식 거짓 해명을 내놓고 있어 논란이다. 대선 주자들의 거짓 해명은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말이라는 점에서 후보의 정직성 및 자질과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다.  윤 캠프측은 최근 손바닥 '왕(王)'자 해명 부터 검찰총장 시절 '고발 사주' 의혹까지 거짓 해명을 내놓았다가, 상황이 바뀌면 다시 주장을 바꾸다 슬쩍 꼬리를 내리는 식이다.

1. 윤석열 손바닥 '王'자 거짓해명 논란

지난 1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5차 TV토론회에 나선 윤 전 총장의 손바닥에 '王'자가 적혀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자 윤 전 총장 측에 '무속인'이 개입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 윤석열 캠프의 해명은 ①"이전 토론회에선 그런 적 없다" ②"토론회 때마다 이웃 주민이 써줘" ③"앞으로도 똑같이 할 것" ④"왕(王)자인줄 몰랐다" ⑤"손가락 위주로 씻으신 것 같다" 순으로 바뀌었다.

지난 1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5차 TV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왼손에 '왕(王)'자가 그려져 있다. (사진=MBN 유튜브 캡처)

①"이전 토론회에선 그런 적 없다" 3·4차 토론에서도 손바닥에 '王'

지난 2일 오후 손바닥에서 '왕(王)'자가 발견돼 떠들썩하자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토론회 가는 길에 지지자들이 사진 찍자고 해서 사진도 찍고 뭘 손에다 적었는데, 성의를 외면할 수 없고 차에 타서 손 세정제로 지웠는데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토론회에선 그런 적이 없었나'라는 질문엔 "전혀 없었다. 어차피 보면 다 나오니까"라고 답변했다.

같은날 이두아 윤석열 캠프 대변인이 "오전 후보가 차를 타려고 집 밖으로 나오는데 동네에 연세 좀 있으신 여성 주민 몇 분이 후보를 붙들고 '토론회 잘하시라'며 격려차 적어준 것"이라며 "후보 손금을 따라 그은 건데 처음에 물티슈로 닦았지만 안 지워졌고, 알코올 성분이 있는 세정제로 다시 닦았는데도 지워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석열 캠프의 해명은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으로 드러났다. 3·4차 TV토론회에서도 윤 전 총장의 손바닥에 적힌 '왕(王)'자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②"토론회 때마다 이웃 주민이 써줘" 말 바꾸기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윤석열 캠프는 다시 말을 바꿨다. 윤희석 캠프 대변인은 2일 오후 "윤 후보와 같은 동네에 사는 연세가 높은 여성 지지자 한 분이 토론회를 할 때마다 '왕(王)'자를 써준 것"이라며 "3차 토론회 때부터 써준 것으로 파악되는데 5차 토론회에서는 유독 크게 쓰면서 대중에 알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③논란 계속되자 "앞으로도 똑같이 할 것" 밀어붙이기

해명할 수록 논란이 커지자 윤 캠프는 '밀어붙이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2일 오후 김병민 대변인은 "지지자들의 성원 메시지가 뭐가 문제가 될 게 있겠는가"라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지우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오후 윤 캠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한 한경닷컴은 "이게 지지자들의 마음이고, 이를 왜 문제 삼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토론회가 한 차례 더 남았는데 그 때도 지지자들이 써주면 똑같이 나갈 것 같다. 캠프에서도 이를 제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④ 윤석열 " 왕(王)자인줄 몰랐다. 지지자 응원 뜻"

윤석열 후보는 3일 연합뉴스와 직접 통화에서 "처음엔 왕(王)자 인 줄도 몰랐다. 세 번째 토론 때 글씨가 커서 ‘왕자입니까’ 물었더니 ‘기세 좋게 토론하라는 뜻’이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같은 동네 사시는 할머니께서 지지자 입장에서 써 준 것인데, 지지자가 그렇게 하시니 뿌리치지 못했다"며 "주술적 의미가 있었다면 다 보이게 손바닥 한가운데 적었겠나"고 해명했다. 

⑤지워지지 않을 수 없는데…"손가락 위주로 씻으신 것 같다"

그러나 최근 어떤 공간을 방문할 때마다 손소독제를 바르게 돼 있는 점으로 미뤄보면, 윤 전 총장의 손에 적힌 '王'자가 지워지지 않을 수 없다는 반박이 나왔다.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종배 진행자가 이 같은 의문을 제기하자, 윤 캠프 김용남 대변인은 "(윤 후보가 손을 씻을 때) 주로 손가락 위주로 씻으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일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청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거짓해명 논란

지난달 2일 뉴스버스 보도로 시작된 윤석열 총장 시절 대검찰청의 고발 사주 사건에 대해 내놓은 윤석열 캠프의 해명도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①"손준성 검사가 했다는 증거 있냐"…증거 있어

지난달 2일 김병민 대변인은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 모두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다음날엔 윤 후보가 직접 "손준성 검사가 이런 걸 했다는 자료라도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과 윤 전 총장의 주장과 달리 검찰 수사에서 '손준성 검사의 관여'가 확인됐다. 검찰은 검사들의 관여 사실을 확인해 사건을 공수처로 넘긴 상태다.

②'조작설' 등 각종 음모론 제기…검찰, 조작 없다 결론

지난달 3일 당시 윤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고 있던 장제원 의원은 "조작인지 아닌지는 수사라든지 검찰 감찰 과정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그렇게 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진 언론 특보는 "휴대전화에서 발신자의 텔레그램 메신저 상 이름을 '손준성'으로 지정하기만 하면, 그 사람의 실체가 누구든지 마치 손준성이 보낸 것처럼 찍힌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무죄라고 주장하는 세력들이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캠프의 음모론은 거짓이었다. 검찰은 고발 사주 사건의 제보자 조성은씨가 제공한 자료에 조작이 없다고 판단했다.

③손준성 드러나자 "김웅이 밝혀야" 떠넘기기

지난달 6일 뉴스버스는 김웅 의원과 조성은씨가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했다. 해당 보도로 김웅 의원이 '손준성 보냄'이 찍힌 자료를 조성은씨에게 전달된 사실이 확인되자, 윤석열 캠프는 김 의원에게 해명을 떠넘겼다.

김경진 특보는 "김웅이 나와서 상황을 명확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윤희석 대변인은 "만약에 뭔가를 주고 받았다면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있을 것이니 그들이 먼저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④윤 후보가 시작한 메신저 공격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밝혀지자, 윤 후보가 직접 나섰다. 윤  후보는 지난달 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제보자로 지목된 조성은씨에 대해 "제보자가 과거 여의도 바닥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다 알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후 보수매체를 중심으로 제보자의 신상을 공격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⑤"손준성은 추미애 라인"이라고 했지만 손준성은 '윤석열 라인'

지난달 10일 윤희석 대변인은 "손준성 검사는 윤석열 후보보다 추미애 전 장관과 더 가까운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며 "윤석열 수족 자르기 위해 추 전 장관이 인사를 했고 그때 온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손 검사는 지난해 11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징계 대상이 됐을 당시 징계사유였던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을 총괄한 인사이고, 윤 총장을 옹호하는 서명에 첫번째로 이름을 올린 인사로 밝혀졌다.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은 손 검사가 윤 전 총장의 지시를 받아 총괄했고, 직접 작성자는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수사정보담당관성모 검사였다. 

손 검사는 '윤석열 라인' 검사들의 단톡방 멤버이기도 하다. 지난해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 직후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과 당시 대검 대변인이었던 권순정 검사,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 사이에 45회 단톡방 대화가 오간 것으로 밝혀졌다.

⑥빈약한 근거로 박지원 게이트 주장

지난 8월 경 조성은씨가 박지원 국정원장을 두 차례 만났다는 보도가 나오자 윤석열 캠프는 박 원장과 조씨의 '정치공작'으로 몰았다. 

지난달 12일 장제원 의원은 "박 원장과 그의 '정치적 수양딸'인 조씨가 유력 야당 주자를 제거하고자 꾸민 정치공작 사건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캠프가 박지원 게이트를 주장하는 근거는 8월 11일과 8월 26일 박 원장과 조씨가 만났다는 것 뿐이다. 또한, 뉴스버스가 조씨에게 첫 보도에 필요한 자료를 받은 시점은 지난 7월 21일로 두 사람이 만나기 전이다.

⑦홍준표 캠프까지 공격했지만…허위로 드러나

이후 윤석열 캠프 내부에서 조씨와 박 원장이 만날 때 홍준표 캠프 인사가 동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목된 인사는 국정원 출신 이필형 조직본부장이었다. 복수의 언론이 윤 캠프 내부 주장을 토대로 이 본부장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이 본부장이 문제가 제기된 시점의 알리바이를 CCTV, 영수증 등을 통해 입증하면서 윤 캠프의 주장은 허위로 드러났다. 홍준표 후보가 "공식사과하고 거짓말 공작 주동자를 퇴출하라"고 요구하자, 윤 후보는 "그렇게까지 나오실 필요가 있나"며 슬쩍 물러섰다.

⑧검찰→공수처 이첩, "손 터는 과정" 주장하지만…공수처, 수사 본격화

지난달 30일 검찰은 고발 사주 사건에 검사가 관여된 사실과 정황을 포착해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처음부터 막연한 정황이라 (검찰이) 손을 터는 과정"이라며 "저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한 이유는 공수처법상 검사 비위 사건은 공수처가 전담하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관련자들을 불러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