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뉴스] 물가 3년5개월 만에 최저...이창용 "금리 인하 시점 생각할 때"
[2024년 9월4일 뉴스버스 픽 경제뉴스] 국책은행·인터넷은행·외국계도 주담대 조인다…'대출 가뭄 심화' 내달 1일 국군의날 임시공휴일 지정…자영업자 "비용 부담" 불만
1. 8월 소비자물가 2.0% 상승...일부 채소류 강세∙공공요금 들썩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일부 채소류와 과일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데다 공공요금도 꿈틀거리고 있어 소비자 체감 물가와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한 114.54를 기록했다. 2021년 3월(1.9%)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전월(2.6%)보다는 0.6%포인트 내렸다. 체감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2.1%를 기록해 지난해 7월(2.0%) 이후 가장 낮았다.
농·축·수산물 상승세 둔화가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렸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2.4% 올랐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연초 10%대 상승률을 보이며 고공행진하다 5월 8.7%로 떨어진 뒤 7월엔 5.5%로 더 둔화했다.
다만, 추석을 앞두고 일부 품목이 여전히 가격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금치와 상추는 지난달보다 각각 62.5%, 41.4% 올랐다. 호박(48.6%), 배추(37.6%), 참외(23.1%), 토마토(17.5%)도 가격 상승폭이 크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고, 이 중 신선과실이 1년 전보다 9.6% 올라 상승세를 이끌었다. 추석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품목이라 실제 물가와 체감 물가 간 괴리가 생길 수 있다.
공공요금 인상 움직임도 불안 요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지하철 기본요금을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올린 데 이어 올해 하반기 150원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각 지자체들도 최근 잇달아 상하수도요금 인상에 나섰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 대비 0.1% 올라 6개월 만에 최저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 하락과 전년도 높은 상승률(8.2%)의 기저효과 등이 영향을 미쳤다. 전기·가스·수도 부문은 전년 대비 3.3% 올랐다. 도시가스와 지역난방비가 각각 6.9%, 9.8% 오른 영향이다. 서비스 부문은 전년 대비 2.3% 올랐다.
통계청은 “유가와 농∙축∙수산물 상승세 둔화가 전체 물가 상승폭을 낮췄다”면서 “햇과일이 나오면서 과일 가격 강세가 꺾였지만, 시금치 등 채소류 일부 품목이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올라 체감 물가가 다소 높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에 도달했고, 향후 추가 충격이 없다면 물가 상승률은 2% 초반으로 안정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주요 선진국에 비해 물가가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며 “큰 공급 충격이 없다면 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안정된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또한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생각할 때"라고 평가했다.
2. IBK 등 有주택자 주담대 중단…주담대 만기 및 대출 한도 축소
5대 시중은행에 이어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외국계 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을 조이고 나서 '대출 가뭄'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IBK기업은행은 5일부터 주담대 최장 만기를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한다고 3일 밝혔다. 만기를 축소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기업은행은 또 분할상환방식 주담대를 신규 취급할 경우 거치기간도 없앤다. 그동안 대출기간의 최대 3분의 1 이내에선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낼 수 있었으나, 5일 신규취급 대출부터는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해야 한다. 시중은행 거치기간이 1~3년 인 것과 비교해 기업은행의 거치기간이 10년(최장 대출기간 30년)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차주의 부담은 더 커진다.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인 MCI(모기지신용보험)·MCG(모기지신용보증)도 중단한다.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기업은행 측은 “최근 주담대 잔액이 줄었지만 선제적 관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이날부터 주택구입 목적의 주담대 대상자를 '무주택자'로 제한했다. 최장 50년이던 주담대 대출 기간은 30년으로 축소한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는 1억원으로 제한한다.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은 5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2%P(포인트) 일괄 인상한다. SC제일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인상한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이들 은행은 5대 대형은행(KB·신한·하나·우리·NH)이 대출금리 인상에 이은 비금리 방식의 주담대 제한에 나서자 대출 수요가 몰릴 것을 대비해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은행권에서 주담대 최저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iM뱅크는 일부 서울 지점들이 가계대출 접수를 제한해야 할 정도로 수요가 몰렸다.
또 농협은행은 6일부터 2주택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에게 수도권 소재 주택구입 목적의 자금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7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던 케이뱅크도 비금리 방식의 추가 주담대 제한 조치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대출 조건을 조정하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3. "국가가 휴일 수당 대신 줘라"...자영업자 임시공휴일 지정에 원성
정부는 3일 국무회의에서 다음달 1일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안건을 심의해 의결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6시간반 만에 재가해 확정했다. 대통령실은 별도 알림을 통해 '군 사기 진작'과 '소비 진작' 목적임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올해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국가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우리 국군의 역할과 장병들의 노고를 상기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25일 올해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해 "놀아서 좋다"는 일부 직장인들의 반기는 목소리 못지않게 "추석 연휴 2주 뒤라 어차피 연차 못 쓴다"는 체념의 목소리도 나왔다. 자영업자들 커뮤니티에선 "휴일근로수당은 1.5배를 줘야 하는데 국가가 지원하라" "직장인 밀집지역이라 하루 장사 망치게 됐다"는 불만이 더 많이 쏟아졌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으로 여야 합의를 통해 처리된 28건의 민생 법안 가운데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비롯한 3건의 법안이 상정·심의·의결됐다.
한 총리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공하는 공공임대 주택에서 최장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에 대해 "정부가 제시한 대안을 토대로 여야가 치열한 논의를 거듭하며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