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동포 대선 분위기 타고 '술렁'
홍준표 점수 낮아…'원정출산 방지법' 역기능 탓 재외동포청 신설과 국적법 개정 숙원
2020년대 대한민국호의 운명을 결정지을 대통령 선거가 어느 덧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투표권이 부여된 미주 재외국민들도 관망 자세에서 탈피, 곧 대선후보를 결정짓게 되는 모국의 정치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재외 동포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관심사는 크게 두가지다. 오랜 숙원인 재외동포청이 신설될지와, 그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복수 국적법이 합리적으로 정리될지 여부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는 여야 모두 해외 거주 한인에게 전국구 의석을 부여하지 않았다. 이에따라 미주 한인 사이에서는 "재외동포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미주 한인 대표가 공천조차 받지 못하는 건 푸대접”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여기엔 이번 대선을 통해 이민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통로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 깔려 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일행이 나란히 미국을 방문했다. 송 대표 그룹은 워싱턴DC와 뉴욕을 들렀지만 유권자가 가장 많은 LA는 건너뛰었다. 반면 이 대표는 동부 수도권에 이어 마지막날 LA를 찾았다. 이 때문에 LA에서는 국민의힘 대표단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했고, 현재는 여당보다 야당측 지지가 우세한 분위기이다.
이준석 대표는 LA 취재진 앞에서 "임기가 끝나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회담 같은 외교 스케줄을 성급하고 비밀스럽게 진행한다면 국민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투표소 확대와 선천적 복수국적법 개선, 재외동포청 설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국적을 유지한 미국내 한인 유권자 숫자는 100만명 남짓, LA지역은 20만명으로 추정된다. 2-3%P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최근의 한국 대선 추세에서 이는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이곳에서 화제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인물은 홍준표 후보지만, 점수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만 18세까지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않으면, 병역을 마치지 않는 한 38세까지 한국 국적 이탈을 봉쇄한 소위 ‘홍준표법’인 '원정 출산 방지법' 탓이다. 사회지도층 자제의 병역 면탈을 막자는 취지에서 16년 전 홍 후보가 앞장서 국회를 통과시켰는데, 이민 등으로 인한 미국 태생의 선천적 복수 국적자에겐 불이익으로 나타나서다. 홍준표법으로 인해 한국에 호적이 없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겐 한국 국적을 이탈해야 하는 의무가 새로 부과됐고, 자칫 38세까지 이중국적으로 있어야 하는 제약이 생긴 것이다.
미국은 복수국적을 인정하는 나라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이중국적자는 3군사관학교 진학은 물론, 기밀을 요하는 FBI-CIA와 같은 정보기관, 항공우주국(NASA) 취직이 아예 불가능하다. 중국처럼 양다리 걸치기식 스파이 행위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다. 연방 공무원 취직도 제한되며 한 단계 떨어지는 주 공무원 임용만 가능하다. 그것도 주요 비밀을 다루는 부서는 승진이 막히는 게 미국의 현실이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의 국적 이탈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로 홍준표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내년 9월까지 대체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유승준 같은 후천적 시민권자들이 병역 기피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만 공감할 뿐, '홍준표법'으로 인해 선천적 복수국적의 재외동포가 이런 불이익을 받는 역기능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홍 후보의 오랜 정치 경력 때문인지 현지에선 그를 돕는 큰손들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윤석열-최재형 후보의 경우 아직까지는 '팬덤'이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우도 아직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진 못하고 있다. 다만 집권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다른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미주 첫 대도시 직선 고위직을 역임한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은 "해외 유권자들은 미주 한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수 있는 정당, 법제화를 적극 추진할 후보를 선호한다"며 "지나치게 거창한 구호를 외치는 사람보다 실용주의 공약을 내세우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표 행사에 고심하는 유권자들이 많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봉화식은 남가주대(USC)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중앙일보 본사와 LA지사에서 근무했다. 기자 생활의 절반씩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보냈다. 주로 사회부와 스포츠부에서 근무했으며 2020 미국 대선-총선을 담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영 김-미셸 박 스틸 연방 하원의원 등 두 한인 여성 정치인의 탄생 현장을 취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