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뉴스] 내년 예산안 3.2% 늘어난 677조…세입 기반 축소 탓 2년째 '짠물' 기조

[2024년 8월28일 뉴스버스 픽 경제뉴스] 전 정부가 늘린 나라빚 부담에 일하기 어렵다는 尹, 집권 3년차 맞나? '자산 106조' 에너지 공룡 탄생…SK이노-SK E&S 합병 주총 통과

2024-08-28     고재학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 '민생·의료·R&D' 중점…재정 역할 방기로 경기 둔화 가속화 우려

정부가 내년 나라살림 규모를 올해 본예산보다 3.2% 늘어난 677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예산이 2.8%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총지출이 늘었지만,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확실시되면서 1년 전 계획(4.2% 증가) 대비 예산규모는 줄었다. 

정부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2025년 예산안’과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했다.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24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도 민생, 의료, 연구개발(R&D) 분야 예산을 크게 늘렸다고 설명했다. 임기 3년간 평균 총지출 증가율은 3.7%로, 총지출 개념이 도입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① 생계급여 연간 최대 141만원 인상…육아휴직 급여 상한 250만원

기획재정부 유병서 예산총괄심의관은 내년 예산의 특징을 “저출생, 의료, 반도체 등 당면 문제 해결에 집중”이라고 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면서도 복지, 경제활력, 경제체질 개선 등에 방점을 찍었다는 설명이다.

이를 반영하듯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율은 4.8%에 달한다. 취약계층 '최후의 보루'인 생계급여를 최대 141만원(4인가구 기준) 인상한다. 저출산 예산도 늘려 육아휴직 급여를 월 150만원에서 월 최대 250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정부는 일·가정 양립과 돌봄, 주거 등 3대 분야에 내년에만 20조원 가까운 재정(19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올해(16조1,000억원) 대비 약 22% 증액했다.

‘과학계 카르텔’을 거론하며 올해 대폭 삭감했던 R&D 예산도 11.8% 증액, 올해보다 3조2,000억원 늘어난 29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과학기술계의 반발을 다독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인공지능(AI)반도체·첨단바이오·양자 등 3대 전략기술 선점을 위한 혁신·도전형 연구를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제시했던 ‘한국형 스타이펜드’도 신설된다. 스타이펜드는 영국, 독일 등에서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매월 일정 금액 이상의 재정지원을 통해 안정적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제도다. 내년 예산에 박사는 월 110만원, 석사는 80만원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정책자금 상환 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하고,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연간 30만원의 배달비를 지원한다.

② 의료개혁에 5년간 20조 이상 투입…필수의료 전공의 수련비 지원

내년부터 의료개혁에 5년동안 20조원 이상 투입한다. 재정에서 10조원, 건강보험 10조원을 마련해 의대 증원, 중증질환 보장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우선 필수과목 전공의에 대한 수련비용과 수당을 기존 1개과(소아과)에서 8개과(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로 확대하고, 전공의 9,000명을 대상으로 교육비 등 직접비용에 3,000억원을 배정했다.

또 전공의 220명에게 지급되던 필수과목 수당은 4,600명으로 확대해 월 100만 원을 지급한다. 4,000억원을 들여 의대 시설과 장비를 확충하고, 국립대 의대 교수도 330명 증원한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12곳에서 14곳으로 늘리고, 야간에도 진료를 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은 45곳에서 93곳으로 2배 이상 확대한다.

③ 공무원 임금 3% 인상…8년 만에 최대 인상폭 기록

내년도 공무원 임금은 올해 대비 3.0% 오른다. 2017년(3.5%) 이후 8년 만에 최대 인상폭이다. 초임 9급 공무원 기준 연간 90만원가량 임금 인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물가상승률을 밑도는 1%대 임금 인상률로 공무원의 실질소득이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해 내년도 인상률을 3.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팬데믹 이후 고통분담 차원에서 공무원 임금 상승률을 최소화해왔다. 2021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0.9%다. 2022년(1.4%)과 2023년(1.7%) 모두 1%대 인상에 머물렀고, 올해에는 2.5% 올랐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021년 2.5%를 기록한 데 이어 2022년 5.1%, 2023년 3.6%로 매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웃돌았다.

④  세수 감소 속 24조 지출 구조조정…野 “부자감세로 세입 기반 훼손”

정부가 내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강조하는 부분은 재정혁신이다.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24조원을 민생 등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유병서 예산총괄심의관은 "경직성 경비를 포함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24조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예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부처들이 함께 맞춤형 지역발전계획을 공모받아 심사하고 동시에 투자하는 협업예산도 편성했다. 

내년 예산증가율은 경상 국내총생산(GDP) 추정치인 4.9%(2024년 경제정책방향)보다 낮다. 경상성장률보다 예산을 적게 투입하는 것이어서 ‘긴축’으로 볼 수도 있지만, 기재부는 “관리재정수지가 적자여서 (사실상 빚내서) 더 쓰는 것이니까 긴축은 아니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착륙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긴축 기조를 지속하는 데 대해 중기재정계획(2024~29년) 상 의무지출(연금 국채이자 등) 증가율이 연 평균 5.7%로, 같은 기간 총지출 증가율 3.6%(연 평균)를 웃돌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같은 기간 국세 등을 포함한 재정수입 증가율은 연 평균 4.6%로 예상됐다.

정부는 국가채무를 내년 GDP의 48.3%인 1,277조원, 2028년에는 50.5%인 1,512조원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또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22대 국회에서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한다. 하지만 총지출 증가율이 경상성장률에 못 미치면서 경제 전반에서 재정역할을 축소시켜 경기 둔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예산안 발표 후 낸 입장문에서 “부자감세∙부담금 감면으로 세입 기반은 훼손되었고, 국민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민생사업 예산은 반영하지 않거나 투자를 축소하였으며, 미래 대비 R&D 투자도 2년 전 수준의 복원에 그쳤다”고 질타했다. 현 정부의 2년 연속 ‘세수 펑크’ 근본 원인인 부자감세에 따른 세입 기반 훼손이 역대 정부 최저 수준의 총지출 증가 배경이라는 것이다.

2. 尹 "지난 정부서 나라빚 400조 이상 늘려…허리띠 바짝 졸라맬 것"

집권 3년차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또 다시 지난 정부에서 국가채무가 많이 늘어 일하기 힘들다며 경기 부진과 세수 펑크 탓에 초래된 재정 부담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렸다.

윤 대통령은 2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지난 정부는 5년 동안 400조원 이상의 국가채무를 늘렸다”면서 “재정 부담이 크게 늘면서 정부가 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앞으로 고령화로 인해 건강보험과 연금 지출을 중심으로 재정 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서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줄이고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예산안에 대한 긴축 기조를 강조하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문재인 정부로 돌린 것이다.

이어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과 협업의 기반 위에 맞춤형 약자복지의 확충, 경제 활력의 확산, 미래를 대비하는 경제체질 개선, 안전한 사회 및 글로벌 중추 외교 등 4대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3. 85.75% 압도적 찬성률로 합병안 통과…SK온 돈맥경화도 뚫린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안이 주주총회 문턱을 넘었다. 국민연금 반대에도 불구하고 85% 넘는 찬성률로 통과됐다. 합병법인은 11월 1일 공식 출범한다. 

SK이노베이션은 27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SK E&S와의 합병계약 체결 승인 안건이 참석 주주 85.75%의 찬성률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SK E&S도 주주총회를 열고 양사 합병안을 승인했다.

2대 주주(6월말 기준 지분율 6.2%)인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며 양사 합병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최대주주(36.2%)인 ㈜SK를 비롯한 대다수 주주가 찬성해 합병안이 통과됐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7월 17일 각사 이사회를 열고 합병 비율 1대 1.1917417로 양사 합병안을 의결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장기적인 성장의 토대가 될 이번 합병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합병 완료 이후 다양한 주주친화 정책을 적극 검토해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합병법인은 자산 106조원, 매출 88조원 규모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기업이 될 전망이다.

이번 합병은 SK그룹이 올해 초부터 추진해온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방안 중 하나로,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SK온의 자금난 해결이 주목적이었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SK온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로,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보고 있다. 올해 분기엔 4,6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내며 SK이노베이션의 실적까지 끌어내렸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을 통해 성장 잠재력이 큰 SK온에 대한 추가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2030년까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약 2조2,000억원 수준의 추가 수익성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석유·가스 사업에서 5,000억원 이상, 전기화 사업에서 1조7,000억원 이상 EBITDA를 각각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