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해 유전' 평가업체 선정, 액트지오 '답정너?'...맞춤형 예산?

석유공사, 직원 2명 아브레우 자택 방문 뒤 예산 확정 입찰 참여 쉴렘버거, 할리버튼은 가격 평가 탈락한 듯

2024-06-24     이상연 기자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와 관련한 의혹이 잇따라 드러나는 가운데 한국석유공사가 액트지오 소유주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를 면담한 뒤 관련 예산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맞춤형 평가와 맞춤형 예산 아니냐'는 의혹을 키울 전망이다.  

25일 뉴스버스가  더불어민주당 이재관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석유공사 임직원 미주 출장기록에 따르면 2022년 11월 20일부터 27일까지 1주일간 구모 직원과 김모 직원이 동해 기술평가 용역사들과의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이 가운데 구모 직원은 동해탐사팀장으로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출신으로 아브레우 박사의 평가 보고를 검증한 이 대학 데이비드 모릭 교수의 제자이다. 또다른 출장자인 김모 직원은 국내사업개발처 소속으로 알려졌다. 

한국석유공사 직원들의 미국 출장기록. (자료=이재관 의원실) 


석유공사는 구모 팀장 등이 액트지오는 물론 다른 분석업체 4곳도 추가로 면담하고 돌아왔으며, 이 가운데 액트지오와 다른 업체 2곳이 입찰에 최종 참여했다고 밝혔다. M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다른 2개 업체는 쉴렘버거(SLB)와 할리버튼(Halliburton)이다. 

석유공사 직원들이 미국 출장을 다녀온 이후 작성된 평가예산안. 

문제는 한국석유공사가 이들의 출장 이후 해당 평가예산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석유공사는 2022년 12월 작성한 '동해 울릉분지 종합기술평가 수행 계획(안)'을 통해 "심해 전문기관 평가 및 전문가 자문단 예산으로 160만달러가 소요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29만달러는 아브레우 박사에게, 나머지는 모릭 교수 등 자문단에게 지급됐다는 것이 석유공사의 설명이다. 

석유업계 전문가들은 석유공사가 심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 용역비로 160만달러를 책정한 부분에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석유공사가 분석을 의뢰한 데이터는 2022년 새롭게 탐사한 3,000km²의 6-1 중부/동부 광구에 기존 우드사이드 탐사 광구를 더해 1만km²의 자료다. 석유업계에서는 기존 3D 자료를 시뮬레이션해 분석하는 작업은 최소 10만달러로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쉴렘버거나 할리버튼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기존 자료만을 분석하는 제한적인 용역에 참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주로 탐사자료 분석을 원하는 석유 개발 기업에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사용권을 판매하는데, 쉴렘버거는 자사 페트렐(Petrel) 소프트웨어 사용을 원하는 개발업체 하이드로사와 1,300만달러 규모의 사용권 계약을 맺었다. 쉴렘버거는 연 매출 331억달러(한화 46조원)에 유정 분석(Reservoir Analysis) 매출만 연 40억달러(5조3,000억원)를 넘어서는 세계 1위 석유 서비스 기업이다. 

또한 연 매출 230억달러(31조9,700억원)의 할리버튼도 160만달러에 동해 입찰계약에 참여했을리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쉴렘버거와 할리버튼은 세계 석유·가스 관련 서비스 업계 순위 각각 1위와 3위 업체이며 석유공사는 2위 업체인 베이커 휴즈(연 매출 255억달러)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개 업체는 모두 액트지오와 같은 지역인 미국 휴스턴에 위치해 있다. 

이재관 의원실은 "석유공사 직원들이 액트지오를 만나고 온뒤 한달만에 해당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미뤄 낙찰 업체를 미리 정해놓은 것으로 의심받을 만 하다"면서 "하지만 석유공사가 대부분의 관련 자료를 영업기밀 등의 이유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뉴스버스는 한국석유공사에 ▷입찰 기업을 접촉한 뒤 예산을 결정하는 것이 흔한 관행인지와 ▷2023년 2월 평가업체 선정 기준으로 '전문성'과 '가격 요소'를 들었는데, 전문성이 동일할 경우 저가 입찰이 선정기준이 됐는지 여부 등을 질의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

이상연은 1994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특별취재부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2005년 미국 조지아대학교(UGA)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애틀랜타와 미주 한인 사회를 커버하는 아메리카K 미디어 그룹을 설립해 현재 대표 기자로 재직 중이며, 뉴스버스 객원특파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