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손톱 밑 가시' 김사랑…그는 왜 이재명과 악연이 됐을까
피해의식인가, 이유있는 항변인가?
김사랑(본명 김은진)씨는 성남 수정로 상인들 사이에서는 '리더님'으로 통한다. 성남 수정로 상인들이 운영하는 밴드의 리더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특유의 활발한 성격으로 인해 대인관계가 좋은 그를 찾아와 상담을 구하는 상인들도 제법 많다.
이런 김씨가 수년째 자신의 SNS에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판·비난하는 글을 매일같이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에 한 시간에도 수십건, 하루 몇 백개의 게시글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가 작성하는 SNS글 대부분이 이 지사 관련 글이다. 김씨가 올린 글은 촌철살인부터 때로는 일방적인 비난이나 과도한 욕설까지 다양하다. 온라인 상에서 '이재명 킬러'로 불릴 정도다. 종종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 지사를 맹비난하기도 한다. 이 지사 관련 부정적인 이슈는 대부분 꿰고있다시피 하다.
반면 여권 유력 대권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선캠프에선 김씨를 상대하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취급한다. 김씨가 무슨 글을 올리든, 유튜브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든 이재명 캠프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7~8월 김씨가 거주하는 성남에서 몇 차례 인터뷰를 했는데, 그는 그 때마다 "이재명은 절대로 대통령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도대체 이재명 지사와 무슨 악연이 있길래, 이 지사를 막아서는 것일까.
김사랑 "이재명이 정신병원에 감금했다"
이재명 "경찰의 적법한 보호조치로 나와 무관"
지난 2017년 11월 14일 저녁 김씨는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김씨는 당시 이 지사로부터 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고소 당한 상황이었다. 이날 경찰이 이 지사 고소 사건 조사를 위해 김씨에게 출석을 요청하자, 김씨는 경찰이 이 지사 편을 들고 있다는 생각에 조사를 거부했다. 당시 김씨는 자신의 SNS에 경찰과 이 지사에 대한 불만이 담긴 글을 수차례 올렸다. 이후 지인들이 저녁식사로 치킨을 먹자고 해 신흥역 부근을 걷던 중이었다.
경찰이 저녁약속 장소로 향하는 김씨를 불러세웠다. 김씨에 따르면, 순찰차 3~4대가 순식간에 김씨의 앞을 막아섰다고 한다. "김은진씨 맞느냐"고 물은 경찰은 김씨의 양팔을 잡고 검은색 승합차에 태워 어디론가 데려갔다.
김씨가 도착한 곳은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정신질환전문병원 휴엔병원이었다. 김씨는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이 곳이 정신병원인지 몰랐다고 한다. 김씨는 의사와 간단한 상담 뒤 병원 아래층에 있는 병동으로 향했고, SNS에 '살려줘'라는 글을 올렸다. 김씨가 휴대폰으로 글을 쓰는데 병원 직원이 휴대폰을 빼앗았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수면유도제를 맞고 십수시간 동안 누워있다가, 다음날 김씨의 SNS글을 확인한 지인들이 병원에 찾아오면서 퇴원할 수 있었다.
김씨는 이 지사가 자신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가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경찰은 김씨가 출석을 거부하며 "억울해 죽겠다"며 "내가 죽어야 해결되겠느냐"고 소리친 것을 '자살위험군'으로 판단해 실종신고를 접수했고, 긴급조치로 정신병원에 응급입원시켰다. 이에 대해 김씨는 "경찰의 편파 수사가 억울해서 죽겠다고 한 것이지 진짜 죽겠다는 얘기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의 정신병원 응급입원의 배후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었던 지난 2018년 8월 이 지사는 "2017년 11월 14일 경찰에서 김씨에게 출석통지했지만 김씨가 페이스북에 자살 암시글을 게재하며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담당경찰은 김씨의 신병 확보 요청을 하여 경찰이 김씨 신병 확보 후 정신병원에 보호조치 했다"며 "해당 경찰서는 경찰청장 지휘 하에 있으며 지자체인 성남시장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악연의 시작은 김사랑의 '성남시 마술업자 특혜 의혹' 제기
이 지사와 김씨의 갈등은 2016년부터 이어져왔다. 김씨는 시장 상인들로부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 옆에 공영주차장을 지어준다더니 주차장은 지어주지 않고 시장 앞에서 뜬금없는 공연만 하고 있다'는 민원을 받았다.
김씨는 성남시에서 용역을 받아 해당 공연을 진행한 것이 마술업자 신모씨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성남시에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1인 마술 공연 기획사를 운영하는 신씨가 성남시로부터 십수억의 특혜 용역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 지사의 페이스북에 '왜 신씨에게 용역을 몰아주느냐'는 취지의 질문댓글을 수차례 달기도 했다. 이 지사는 김씨의 댓글을 모두 삭제했다.
김씨는 이 일로 신씨로부터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당했고, 수백만원의 벌금을 내야 했다. 그러나 김씨의 의혹 제기가 모두 사실이 아니었던 것은 아니다. 신씨는 실제로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만 2년간 성남시·성남FC 등으로부터 약 2억6000여만원에 이르는 이벤트 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6년 6월 이 지사가 서울 광화문에서 단식을 할 당시에도 김씨는 신씨와 이 지사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펼쳤다. 이날 화가 난 신씨가 김씨에게 다가와 욕설을 퍼부어 모욕죄로 기소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2017년 이 지사까지 나서 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는 이 지사의 고소 건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7년 8월 신씨가 성남시시장활성화재단에 6급 상당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되자 김씨는 부정채용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신씨가 김씨로부터 모욕죄로 피소된 상태에서 공무원으로 채용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취재 결과 성남시는 지난 2018년 8월 신씨의 채용 과정에 대한 내부 감사를 진행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성남시는 절차상 위법이 없어 징계가 불가하지만, 신씨의 공무원 채용이 적절하지는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씨는 성남시 감사를 받은 약 3개월 후 사표를 냈다. 한때 이재명TV 제작자로 활동하기도 했던 신씨는 지난 2019년 1월 경기도 지역화폐 운영사인 코나아이에 대관사업 부문장(이사)으로 취업했다. 코나아이가 2018년 12월 27일 경기도와 지역화폐 운영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다. 김씨는 신씨가 코나아이에 취업한 배경에도 이 지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