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에 청탁하자 대통령실서 "서초동 연락 받았다" 전화

김창준 국립묘지 안장 청탁..."납골당만 가능" 통보 받아 통일TV 송출 재개 청탁...대통령실 직원, 구체적 대화

2024-06-03     김태현 기자
최재영 목사가 지난 13일 오전 소환조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재영 목사가 김건희 여사에게 김창준 전 미국연방하원의원의 사후 국립묘지 안장을 청탁한 직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소속 과장 조모씨가 "서초동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전화를 걸어왔고, 청탁 관련 대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전달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전달한 청탁 내용들을 바탕으로 대통령실·국가보훈처 등 소속 공무원들이 최 목사와 구체적인 논의를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3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에 따르면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청탁을 한 이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소속 조 과장은 "김창준 의원님 건으로 서초동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라고 전화를 걸었다.

최 목사는 조 과장과 이전에도 통화를 한 적이 있는 것처럼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를 했고, 조 과장은 곧바로 최 목사가 청탁을 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조 과장은 통화 과정에서 "우선 요청하신 사항이 김창준 의원님께서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게끔 방안을 한번 검토를 요청하시면서, 여사님 면담을 요청하시는 걸로 들었는데 맞나요"라고 되물었다.

최 목사가 "면담이 좀 저거하면(부담되면) 혹시 해당되는 부서나 기관에 이렇게 직접 뭐 자문을 구하는 거"라고 대답했고, 이후 조 과장은 "묘소가 다 차서 납골당 밖에 안된대요"라고 구체적인 확인 과정을 거친 내용을 전달했다. 

이후 조 과장은 국가보훈처에서 국립묘지 안장 관련 업무를 하는 담당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최 목사에게 보냈다.

앞서 최 목사는 윤 대통령 취임 10일 뒤인 지난 2022년 5월 19일 김 여사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지난번 만찬장에서 미국의 지인 내외분을 만났다"며 김 전 의원을 소개한 뒤  "그분들과 제가 (김건희) 여사님 시간되실 때 한번 찾아뵈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김 전 의원 부부와 같이 김 여사를 보지는 않았지만, 윤 대통령 취임 만찬회 이후 김 전 의원 측에서 국립묘지 안장 등 요청을 받고 김 여사에게 청탁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 목사는 이후 "김 전 의원이 미국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과가 있어 국립묘지 안장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청탁금지법 5조는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등에게 부정청탁을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 6조는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 등은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서는 안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최 목사는 부정한 청탁을 한 것이고 대통령실 직원과 국가보훈부 직원은 김 여사라는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받아 직무를 수행한 것이 된다. 최 목사를 비롯해 대통령실과 국가보훈부 직원에 대한 수사가 뒤따라야할 상황으로 보인다.

최 목사는 또 지난해 KT 올레TV에서 방송이 중단된 '통일TV'에 대한 송출재개 문제를 김 여사에게 청탁했다. 지난해 7월 19일 오전 11시 10분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장문의 글을 보냈다.

이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최 목사는 "통일TV가 작년(2022년) 8월에 개국했는데 올(2023년) 1월 18일에 느닷없이 정보통신부와 KT에 의해 방송이 중단됐다"며 "여사님이 알아봐주셔서 꼭 방송이 재개되도록 힘써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최 목사는 통일TV 부사장이라고 적혀있는 자신의 명함 사진도 카톡으로 보냈다.

이후 조 과장은 최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말씀 주신 건으로 좀 알아보고는 있는데"라며 "우리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라고 말씀을 주신 거니까 그렇게 하긴 할 건데, 행정적인 절차나 이런 것들을 완전히 무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그로부터 45일이 지난 9월 5일 "대통령님과 여사님의 뜻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과연 통일TV 숨통을 끊으시려는 것이냐"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메시지를 김 여사에게 보냈다. 그런데 이 메시지 중간에는 '조 과장'이라는 사람이 등장하고, 최 목사는 "조 과장이 여러번 저와 통화했으나 아무런 결말도 없고 응답도 없다"고 말했다.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청탁한 뒤 대통령실 소속의 조 과장과 논의가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